딸 잃은 아버지 절규에도…‘여친 살해 의대생’ 母 “아들, 공포 휩싸여 있었다”

강윤서 기자 2024. 8. 22.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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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20대 의대생의 재판에 피해자 아버지와 피고인 어머니가 출석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다신 이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와선 안 되는 중범죄자"라며 엄벌을 탄원했다.

이날 공판에는 피해자 A씨의 아버지와 피고인 최씨의 어머니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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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살인 사건 재판에 피해자 父·피고인 母 증인 출석
피해자 부친 “병원 건물 마련하려고 딸 이용한 뒤 살해”
의대생 모친 “혼인무효 소송으로 졸업 안될 거라 생각한 듯”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살인)를 받는 20대 의대생 최모 씨가 5월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20대 의대생의 재판에 피해자 아버지와 피고인 어머니가 출석했다. 피해자 아버지는 "다신 이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와선 안 되는 중범죄자"라며 엄벌을 탄원했다. 피고인 어머니는 "모두 내 잘못"이라면서 당시 아들이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고 주장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우인성)는 전날 최아무개씨(25)의 살인 혐의에 대한 1심 두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피해자 A씨의 아버지와 피고인 최씨의 어머니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A씨 아버지는 증인신문에서 "재판장님께 꼭 전하고 싶은 사실이 있어 법정에 섰다"며 가해자가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씨가 의대를 졸업한 후 병원을 운영할 건물을 마련하기 위해 제 딸을 이용했다"며 "최씨는 의대를 졸업하고 병원 운영을 위해 건물이 필요했고, 제가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제 도움을 받기 위해 딸을 혼인으로 구속시켰다"고 했다.

이어 "최씨는 제 딸을 가스라이팅해 혼인신고를 했고, 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저와 제 아내가 혼인이 무효라고 화낸 일이 있었다"며 "최씨는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저와 아내에게) 혼인신고 사실을 말한 딸을 잔인하게 살해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씨는 유학을 준비하던 딸이 유학을 떠나는 상황을 대비해 혼인신고를 하고, 이후 딸 아이가 일시 귀국해 출산하고 다시 유학을 가는 시나리오 등 치밀한 계획을 세웠고 딸을 조종하고 살인까지 서슴지 않았다"고 울분을 토했다.

A씨 아버지는 흐느끼며 "딸이 숨진 이후 108일이 넘도록 고통이 계속 쌓여 감정이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라며 "제 가족은 최씨와 같은 사회에서 살 수 없기에 그가 사회로 돌아오는 것을 제가 앞장서서 막을 것"이라고 절규했다. 이어 "최씨는 사회에 다시 구성원으로 돌아와서는 안 되는 중범죄자"라며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아들, 의대 졸업 막힐까봐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

이날 최씨 어머니는 증인으로 나와 "너무 죄송하다. 아들을 대신해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도 "피해자 측이 혼인무효 소송을 걸어 의대 졸업이 막힐 것 같아 아들이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그는 "피해자의 부모가 '집에 들어오면 바로 혼인무효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해서 피해자가 겁에 질려 자신의 집에 못 들어가는 상황이었다"면서 "피해자가 혼인신고로 인해 유학도 못하게 됐고 모든 금전적인 지원도 받지 못한다고 저희에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은 "피해자 어머니는 계속 피해자가 살 오피스텔을 알아보고, 이와 관련 피해자가 살해당하기 전까지도 메시지를 보냈다"면서 "진짜로 피해자가 부모님이 무서워서 집에 못 들어간 것이 맞느냐"고 따져 물었다.

최씨 어머니는 "직접적으로 말한 건 아니다"라면서도 "비밀번호도 바꿨고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고, 집에 들어가면 혼인무효 소송을 진행할 거라고 했다. 저한테 그렇게 말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측이 혼인무효 소송을 걸어 의대 졸업이 막힐 것 같아 아들이 공포에 휩싸여 있었다"며 "아들을 이렇게 힘들게 한 것을 비롯해 모두 내 잘못이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최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진행한 후 오는 10월7일 공판을 한 차례 더 열기로 했다.

최씨는 지난 5월6일 강남역 인근 건물 옥상에서 여자친구 A씨를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연인 사이였던 A씨와 지난 4월 부모에게 알리지 않은 채 혼인신고를 했고, 이를 뒤늦게 알게 된 A씨 부모는 혼인 무효소송을 추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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