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 둔기 살해 혐의 60대 조카 1심서 무죄…“제삼자 범행 배제 못해”

김태희 기자 2024. 8. 22. 14: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법원 마크

삼촌을 둔기로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60대 조카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판사 고권홍)는 22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증거가 범죄사실을 인정할 합리적 의심이 없을 만한 정도에 이르지 못하면 유죄가 의심되는 사정이 있더라도 피고인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검찰이 제출한 증거 기록상 제삼자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제삼자의 침입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 건물 공동 현관문에 별도의 잠금장치가 없어 누구나 출입할 수 있고 범행 현장에 출입한 제삼자 출입 여부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만한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면서 “피고인이 과거 사업하면서 민사 소송을 다수 진행했고 실제 집에서도 소송 서류가 발견되는 등 피해자와 원한 관계에 있는 제삼자 존재를 설명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피해자가 사망한 원인으로 밝혀지지 않은 제삼자가 개입됐을 가능성을 단정적으로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사망 추정 시간 이전에 그를 주거지에 데려다주면서 마지막으로 목격한 지인이 있었음에도 수사기관이 해당 지인을 중요 참고인으로 조사를 하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범행 도구로 특정된 십자드라이버 손잡이 표면에서 피고인의 DNA가 발견되지 않았고 피해자의 상처 형태를 봤을 때 드라이버 날에 상처를 입은 것으로 보이지만 피해자의 DNA가 검출되지 않아 십자드라이버가 범행 도구인지 확신하기 어렵다”며 “또 다른 범행도구로 특정된 전기포트에서도 피해자의 혈흔 등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이 조현병을 앓으면서 피해자에 대한 공격적인 성향이 드러나 과거 피해자를 삽으로 내리쳐 상해를 입히거나 목을 조르려고 시도하기도 했으나 이는 조현병으로 인한 공격적 성향 내지 양상에 불과해 범행을 인정할만한 사정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범행 직후 자신의 행적에 대해 일관성이 없는 진술을 하고 피해자의 아들이 주거지에 찾아가 문을 두드려도 열어주지 않은 점 등은 상식적으로 납득가지 않는다”면서도 “이런 사정만으로 공소 사실이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했다.

A씨는 올해 1월31일∼2월1일 사이 경기 수원시 주택에서 함께 사는 삼촌 B씨(70대)를 둔기로 폭행해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범행 이후 A씨가 B씨의 시신을 이불에 싸 베란다에 방치해 둔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2월 7일 오후 B씨 아들로부터 “집 안에서 휴대전화 벨 소리는 들리는 데 아버지가 연락받지 않는다”는 신고받고 현장에 출동해 소방과 공동대응해 잠긴 문을 강제로 열어 안에 있던 B씨 시신을 발견했다. 이어 방 안에 있던 A씨를 긴급체포했다.

삼촌과 조카 사이인 A씨와 B씨는 B씨 명의의 임대주택에서 30여년간 함께 살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