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핵연료 잔해 꺼내기’…시도도 못하고 중단

김소연 기자 2024. 8. 2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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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폭발 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를 꺼내는 작업이 13년 반 만에 처음으로 시도될 예정이었으나 장비 설치에 문제가 생겨 중단됐다.

'핵연료 잔해 반출'은 24일로 1년을 맞는 오염수의 바다 방류가 종료되기 위한 전제 조건인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해체)을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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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출 장비 설치에 실수 발견
폐로 핵심 작업, 13년 반만에 도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가 터진 지 20여일이 지난 2011년 3월30일, 드론으로 촬영한 후쿠시마 원전의 모습. EPA 연합뉴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폭발 사고가 있었던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를 꺼내는 작업이 13년 반 만에 처음으로 시도될 예정이었으나 장비 설치에 문제가 생겨 중단됐다. ‘핵연료 잔해 반출’은 24일로 1년을 맞는 오염수의 바다 방류가 종료되기 위한 전제 조건인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해체)을 위해서도 가장 중요한 작업이다.

도쿄전력은 22일 오전 후쿠시마 제1원전 2호기 원자로에서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데브리)를 시험적으로 반출하는 작업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반출 장비에 실수가 발견돼 즉각 중단했다고 발표했다. 이날 작업을 재개하지는 않을 예정이며 이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사람이 가까이 가면 1시간 안에 죽을 수 있는 고선량 방사선이 나오는 핵연료 잔해 반출은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과정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가장 어려운 작업이다. 도쿄전력은 이날 사고 뒤 13년 반 만에 2호기 원자로를 덮는 격납 용기 내부로 통하는 직경 60㎝의 배관 안에 파이프 모양의 장치를 넣어 약 3g의 핵연료 잔해를 꺼낼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도쿄전력은 약 22m 길이의 신축형 파이프 장치를 새로 개발했고, 파이프 끝에 손톱 형태의 장치도 부착했다. 핵연료 잔해에는 사람이 가까이 가면 1시간 안에 죽을 정도의 고선량 방사선이 새어 나오기 때문에 원격으로 조종하는 장치를 새로 개발해야 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여러 개의 파이프가 들어가야 하는데 순서가 잘못된 것을 작업원이 알아차리고 작업 시작 전에 중단했다”고 전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를 꺼내기 위한 장치. 이 장치는 미쓰비시중공업이 개발해 지난 5월에 공개됐다. AP 연합뉴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를 꺼내기 위한 장치. 이 장치는 미쓰비시중공업이 개발해 지난 5월에 공개됐다. AP 연합뉴스

도쿄전력은 순조롭게 작업이 진행되더라 핵연료 시험 반출에만 최소 1주에서 2주까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에 원자로에서 잔해를 성공적으로 꺼내면, 이바라키현에 있는 일본원자력연구개발기구로 옮겨져 핵연료 잔해의 성질이나 상태 등 반년 정도 자세한 분석이 이뤄질 예정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1~3호기 원자로 바닥에 남아 있는 핵연료 잔해는 총 880t에 이른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때 거대한 쓰나미(지진해일)가 발생해 후쿠시마 원전을 덮쳐, 냉각 장치가 마비되면서 1~3호 원자로의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했다. 녹아내린 핵연료는 주변 구조물을 녹여 덩어리(데브리·잔해)가 된 채 원자로 바닥에 남아 있다.

원자로에서 핵연료 공급 장치를 꺼내 제거하는 작업은 세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다. 구소련 당시인 1986년 일어난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경우 핵연료가 녹아 대량의 잔해가 남아 있었지만, 꺼내지 않고 콘크리트로 구조물을 덮는 방식을 선택했다.

이런 이유로 핵연료 잔해를 꺼내는 작업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2호기는 애초 2021년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3년이나 늦어졌다. 더구나 1·3호기는 내부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처리 시점은 물론, 어떻게 잔해를 꺼내야 할지 방법조차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핵연료 잔해 반출이 더뎌지면, 일본 정부의 2041~2051년 원전 폐로 계획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엔에이치케이 방송은 “후쿠시마 제1원전엔 핵연료 잔해가 원자로 밖까지 퍼져 있고, 총량도 체르노빌 원전보다 5배 이상 많아 꺼내는 작업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염수는 매일 약 90t가량 새로 생겨, 폐로가 완료되지 않으면 방류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1차 방류는 지난해 8월24일 시작됐고, 지금까지 약 5만5천t의 오염수가 바다로 흘러간 상태다. 지난 7일부터 8차 방류가 시작됐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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