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5% 동결...이창용 “성장 악화 우려있지만, 부동산 가격 불안”
3개월 내 금리인하 가능성 주장 금통위원 4명으로 늘어
“금리를 낮춰도 소비 증가에는 시차를 두고 제한적 작용”
22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3.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13회 연속 금리 동결로 역대 최장기간 동결 기록을 이어갔다. 내수 부진 우려 등으로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확대 조짐을 더 심각하게 보면서 금리를 현 수준으로 묶은 것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금리 인하가 너무 늦어질 경우 내수 회복이 지연되면서 성장 모멘텀 약화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할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오는 9월로 점쳐지는 가운데 이번 기준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전원 일치로 결정됐지만, 향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의견이 더 커졌다. 그는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향후 3개월 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놓는 게 바람직하다는 견해”라며 “나머지 2명은 3개월 후에도 금리를 3.5%로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라고 설명했다. 3개월 이내에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한 금통위원은 지난달 2명에서 4명으로 늘어났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보이고,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도 시행될 것인 만큼 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채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고 금리를 결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금리 유지 의견 근거에 대해선 “정부 대책의 효과를 확인하는 데까지 시차가 필요하고 3개월 내인 12월까지는 금융안정에 유의하는 게 안정적인 정책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는 향후 금리 인하 결정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총재는 “금융안정 목표가 워낙 중요해 (가계부채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고, 전체적인 국내 경제를 볼 때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걸 그냥 두는 게 좋지 않다고 금통위원들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특정 지역 부동산 가격이 통화정책의 수량적 목표가 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내수 부진이 심화하면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 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은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2.5%에서 2.4%로 낮췄다. 이 총재는 성장률 하향에 대해 “1분기 상향조정한 것이 과도하다고 봐서 낮춘 것으로 경기가 나빠진 것이나 기조가 달라진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민간 부채가 대규모로 누적된 상황에서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가계 소비 여력과 기업 투자 여력이 제약되면서 내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로 인한 내수 진작 효과에 대해 “기준금리를 낮추더라도 소비 증가에는 시차를 두고 제한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금리를 낮출 경우 취약계층과 자영업자의 빚 상환에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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