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中 은행권… 대출금리 바닥에 순이익 '보릿고개'
2020년 말 이후 최저치
저금리에 순이자마진 축소
충당금 적립 증가도 수익 낮춰
은행들 “하반기 비용 절감”
올해 상반기 중국 시중은행의 순이익 성장률이 약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 하면서 대출 금리가 낮아졌고, 연체율이 높은 부실 대출까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대출 수요마저 큰 폭으로 둔화하고 있어 당분간 중국 은행권의 수익성이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은행들은 하반기 비용절감 등을 통해 보수적 영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2일 중국 국가금융감독관리총국의 ‘2024년 시중은행 주요 감독·관리 지표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중국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1조2574억위안(약 235조66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4%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상반기에 기록한 증가폭(2.6%)보다 6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은 물론, 2020년 말(1~4분기·-2.7%)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중국 계면신문은 “대형 (국유)은행과 민영은행에선 마이너스가 나타났다”라며 “이들의 순이익은 각각 2.87%, 1.94%씩 감소했다”라고 전했다.
중국 은행권의 순이익 성장률이 바닥을 친 것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대출 금리가 낮아진 데서 출발한다. 올해 1~7월 중국 은행권 신규 기업대출 평균 금리는 전년 동기 대비 0.39%포인트 하락했다. 이전 고점인 2021년과 비교하면 1.0%포인트 이상 낮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이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중국은 반대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짙어지면서 나 홀로 금리를 내려야 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달에도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0.1%포인트 인하한 바 있다.
대출 금리가 하락하면서 은행의 자산단위당 이익률을 나타내는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이 크게 축소됐다. 상반기 시중은행 순이자마진은 1.5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말(2.20%)과 비교하면 0.66%포인트 낮다. 설상가상으로 대출 수요까지 급감하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의 사회금융 통계에 따르면, 7월 말 중국 실물경제 위안화 대출 잔액은 247조9300억위안(약 4경7100조원)으로 전월 대비 800억위안(약 15조2200억원) 감소했다. 실물경제 위안화 대출 잔액은 중국 전체 유동성에서 국채·회사채·비금융기업의 국내 주식 잔액 등을 제외한 지표로, 이 수치가 감소한 것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이에 중국 은행권은 ‘들어오는 돈’인 대출 수익이 줄어든 만큼 ‘나가는 돈’인 예금 금리를 낮추며 대응하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현재 중국 시중은행에서 2년 만기 예금을 들어도 이자율은 1%대에 불과하다.
올해 상반기 중국 은행권의 충당금이 6조9908억위안(약 1312조31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늘어난 것도 순이익 성장률을 제한했다. 충당금이란 금융기관이 대출 이후 예상되는 상환 불이행에 대비해 미리 적립금으로 쌓아놓는 돈으로, 충당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어려워 부실 대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랴오위안위안 금융총국 통계및리스크모니터링 국장은 “몇몇 민영은행이 전년 동기 대비 충당금 적립 강도를 높인 것이 순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라고 설명했다.
중국 은행권의 수익성이 단기간 내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중국 둥싱증권은 “대출 수요 약세를 고려하면 (금리 인하와 같은) 안정적인 성장 정책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라며 “신규 대출 금리,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여전히 하향 압력이 있다”라고 했다. 이에 하반기 은행권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영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경제망은 “하반기 시중은행들은 채권(대출)의 총량 및 구조를 지속적으로 최적화하며, 운영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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