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도 타협하지 않은 10년···양현종은 어떻게 통산 최다 탈삼진 투수가 되었나[스경x인터뷰]

김은진 기자 2024. 8. 2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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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제공



KIA 양현종은 한때 ‘문제아’였다. 2009년 풀타임 선발을 시작해 우승까지 이끌고 2년 연속 10승 이상을 거뒀지만 그 이후 한동안 정체 상태에 있었다. 알 수 없는 부진에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고 말수도 줄었다.

사실 어깨에 통증이 있었다. 수술 없이 참으면서 그 시기를 이겨냈지만, 갑자기 야구 못하는 투수가 돼버린 자신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찼던 어린 양현종은 당시 매일 달밤에 나홀로 훈련을 했다. 무등구장 시절, 경기가 끝나면 꼭 수건 한 장을 들고 나와 불펜에서 혼자 섀도피칭을 하면서 생각을 하다 잠시 걷다 또 다시 던져보며 잃어버린 투구 밸런스를 찾으려 애쓰는 모습이 여러 사람들에게 목격되곤 했다.

기어코 2013년 양현종은 다시 일어서 선발로 돌아왔다. 그리고 2014년부터 지금의 양현종으로 이어진 에이스 경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한 번 놓쳐 다시 무너지면 회복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다시 일어선 양현종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독하게 운동했다. 그 즈음부터였다. 양현종의 달리기가 시작됐다.

KIA 양현종이 지난 21일 광주 롯데전에서 3개째 삼진을 잡아 이닝을 마치면서 통산 2049개를 기록, 송진우(2048개)의 통산 최다 탈삼진 기록을 경신한 뒤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양현종은 선발 등판 하고나면 다음 등판까지 나흘 동안 자신만의 러닝 프로그램을 소화한다. 등판 다음 첫날은 외야로 나가 느린 호흡으로 장거리를 뛰고 부족하다 싶으면 사이클을 추가로 탄다. 둘째날은 좌우 폴 사이를 힘껏 달린다. 장거리를 빠른 호흡으로 격하게 달린 뒤 몸의 스피드를 유지하기 위해 야구장 관중석 계단을 뛰어서 오르내리는 훈련을 한다. 셋째날에는 외야 폴과 중앙 사이, 단거리를 조금 속도를 내서 뛰고 넷째날에는 아예 스피드 러닝을 한다. 2014년 부활 이후 2015년부터 10년의 시간 동안 거의 하루도 빼지 않고 지켜온 자신과의 약속이다.

양현종은 “어릴 때 (당시 KIA 투수코치였던) 이강철 감독님이 강압적으로 정말 훈련을 많이 시키셨다. 그때 배운 거다. 지금은 나이가 있다 보니 줄이고 있지만 그래도 남들보다는 많이 하려 한다. 이걸 안 하면 다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시작된 것인데 피칭 뒤 회복도 해야 하고 나이들면 몸의 스피드가 떨어진다고들 해서 스피드를 최대한 유지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랫동안 양현종을 지켜봐온 이범호 KIA 감독은 “외국인 투수들처럼 자전거를 타기도 하고 다른 운동으로 대체할 수도 있을텐데 양현종은 지금까지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러닝 하면서 땀을 배출하고 다음 등판을 준비한다. 걱정하는 마음에, 양을 이제는 좀 줄였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그렇게 게을리 하지 않는 그 자체가 양현종이다”고 했다.

KIA 양현종이 지난 21일 광주 롯데전에서 역대 최다 탈삼진 기록을 세우고 팀 승리 뒤 이범호 KIA 감독과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공



투수들에게 흔한 수술 한 번 받지 않고 이제까지 에이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양현종은 “물론 지금은 투수들이 드라이브 라인에도 가고 여러 새로운 훈련 방식이 많지만 나는 최대한 그런 걸 하지 않으려 한다. 내 루틴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지금도 그렇고 나 자신과 최대한 타협하지 않으려고 해왔다. 날씨가 덥고 많이 지칠 때도 있지만 내가 해야 될 운동은 꾸준히 하려고 항상 노력했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자신과 타협하지 않은 양현종은 한국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많은 삼진을 잡은 투수가 됐다. 지난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7개의 삼진을 잡고 통산 2053탈삼진을 쌓았다. 2009년 2048탈삼진을 기록하고 은퇴한 송진우의 통산 최다 탈삼진 기록을 경신해 역대 1위로 올라섰다. 탈삼진 1위를 한 번도 한 적 없는데도 통산 탈삼진 1위에 올랐다는 사실 자체가 양현종이 얼마나 꾸준했고 이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를 보여준다.

2000년대 중후반 데뷔해 KBO리그를 10년 이상 끌고갔던, 1980년대 후반 태생의 화려한 이름들 사이에서 가장 더디게 출발했던 양현종은 멈추지 않고 물러서지 않은 노력으로 이제 가장 빛나고 있다.

KIA 양현종이 지난 21일 광주 롯데전을 마친 뒤 동료들로부터 격하게 물벼락 세리머니를 맞은 뒤 인터뷰 하고 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양현종은 “정민철 선배님께서 ‘지금은 네가 모르겠지만 은퇴하고나면 이 기록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이 탈삼진 기록은 언젠가 깰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와서인지 지금 당장은 크게 와닿지 않는다. 나는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양현종은 앞으로도 은퇴하는 날까지 타협하지 않을 생각이다. 그리고 절대 양보하고 싶지 않은 기록이 남아 있다. 올시즌 10시즌 연속 도전 중인 170이닝 투구다. 이미 리그 최초로 9시즌 연속 170이닝을 던진 양현종은 올해 144이닝을 던졌다.

양현종은 “최다 탈삼진으로 이렇게 조명받아 기분 좋지만 10시즌 연속 170이닝을 하게 되면 그때는 정말 많이 벅찰 것 같다. 그건 정말 누구도 깨기 힘들 기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올시즌 끝날 때까지, 그리고 그 다음 또 야구하는 데 있어서 내 가장 큰 과제고 넘어야 할 목표라 생각하며 또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광주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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