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후보 월즈 “아빠일때 제일 행복”... 아들은 눈물 쏟았다
‘아재 감성’ 월즈, 평범한 아빠의 면모 부각
“한 골 먹혔지만 하루에 1야드씩 전진하자”
‘풋볼 코치’ 제자들이 월즈 소개해
“아이를 갖지 못하는 난임의 고통이 얼마나 지옥 같은지 아나요? 매일 밤 전화 한 통을 기다리며 기도했던 기억, 전화벨이 울렸을 때 뱃속이 울렁거렸던 기억, 치료가 효과가 없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고통이 생생합니다. 6년이란 긴 기다림 끝에 시험관 시술을 통해 희망(hope)이란 뜻의 이름을 가진 딸 호프를 얻었고, 이어 아들 거스도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아이들아 사랑한다. 너희가 내 세상의 전부야!”
21일 민주당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위해 무대 위에 오른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객석의 가장 첫 줄에 앉아 있던 딸 호프, 아들 거스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자 거스가 참지 못하고 눈물을 터뜨렸고, 유나이티드 센터에 모인 2만 인파가 격려의 박수를 쏟아냈다. 거스는 어려서 학습 장애로도 어려움을 겼었던 월즈 부부의 ‘아픈 손가락’이다. 눈물을 쏟던 거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더니 이렇게 외쳤다. “저게 우리 아빠야!(That’s my dad!)”
인구가 400명밖에 되지 않는 네브레스카주(州)의 한 시골 마을 출신인 월즈는 이날 약 20분 되는 짧고도 간결했던 연설에 교사, 풋볼 코치, 주 방위군 등 그동안 미국의 기성 정치에서 보기 어려웠던 본인의 경력을 모두 녹여냈다. 그래도 소셜미디어에서 ‘큰 아빠’ ‘중서부 아재 감성’으로 추앙받는 월즈가 이 중 가장 강조하고 싶었던 건 그가 여느 평범한 미국인들과 같이 자녀들과 함께할 때 가장 행복한 아빠라는 점이었다. 배우자 그웬은 “월즈는 아빠일 때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했다. 월즈가 연설을 마친 뒤 가족들이 무대에 올라왔고, 지지자들은 이들이 서로를 포옹하고 눈물을 닦아주는 모습에 기립 박수로 화답했다.
월즈는 이날 “나에 대한 부통령 후보 지명을 수락할 수 있는 건 인생의 큰 영광”이라며 “나는 이 나라를 사랑한다. 이 위대한 여정에 내가 함께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월즈는 시골에서 태어난 본인의 유년 시절 이야기로 연설을 시작하며 “우리 반은 24명밖에 안 됐고 아무도 예일대에 진학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서로를 이웃처럼 살갑게 챙기는 법을 배웠다” “삶의 방식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이 사람들도 여러분들과 똑같은 미국 시민들”이라고 했다. 월즈는 “우리 모두는 마땅히 공동체에 기여하고 헌신해야 한다”며 17번째 생일을 맞은 지 이틀 만에 6·25전쟁 참전용사였던 부친의 뒤를 이어 주 방위군에 이름을 올린 것을 언급했다. 그웬은 “부친이 6·25전쟁 참전용사라는 사실은 월즈의 인생에 아주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했다.
사회 교사로 20년을 넘게 일한 교사 출신인 월즈는 “다시는 공립학교 선생님을 무시하지 말라”고 했다. 월즈는 교사로 일하며 풋볼과 농구팀 코치를 맡았고, 그의 고등학교 풋볼팀을 규합해 한때 미네소타주 챔피언 자리에까지 올려놨다. 이어 배우자 고향인 미네소타에서 12년을 하원의원로 일했고, 주지사 선거에 출마해 재선까지했다. 그래도 중앙 정치 무대에선 무명(無名)에 가까웠지만, 해리스 지명 후에 한 달 만에 파란을 일으키며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까지 우뚝 섰다. 월즈는 “풋볼로 치면 지금은 마지막 4쿼터”리며 “필드골을 하나 내줬지만 우리가 공을 잡았고 이제 공격이 시작됐다. 그 누구보다도 준비가 잘 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받들어 남은 76일 동안 하루에 1야드씩 전진하자”고 했다. “한 통의 전화, 한 번의 방문, 한 번의 기부가 정말 중요하다”며 “76일 뒤에 우리가 잘 수 있는 시간이 무궁무진할 것”이라고 했다.
월즈는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을 향해 “그들은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전혀 모른다”며 “우리는 절대로 뒤로 가거나 과거로 퇴행해서는 안 된다(never going back)”고 했다. 헤리티지재단의 차기 보수 정부 공약 개발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2025′에 대해서는 “그들은 이것과 관계가 없다고 거리 두기를 하기 바쁘지만 나는 풋볼 코치를 해봐서 안다”며 “쓰지도 않을 플레이북(playbook·풋볼에서 팀의 공수 작전을 그림과 함께 기록한 책)을 들고 있는 경우는 절대 없다. 국민 아무도 요구하지도 않은 극단적인 어젠다”라고 했다.
◇ ‘풋볼 코치’ 월즈의 제자들, 그를 무대 위로 올려
이날 월즈를 소개해 무대 위로 올린 건 월즈가 풋볼 코치로 있던 맨카토 웨스트 고등학교 출신 제자 벤 잉그먼이다. 벤은 1996년 월즈와 농구를 하고 있을 당시 부친이 맨카토의 14번 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20년이 지나 미네소타 주지사가 된 월즈가 강경한 교통안전 정책을 펼친 것은 이때의 경험 때문이기도 하다. 월즈는 2018년 “14번 고속도로는 1980년대 이후 145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고속도로”라며 “우리 가족의 안전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도로와 다리가 무너지게 내버려둘 것인가. 우리는 교통 시스템을 개선하기 위해 의미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잉그먼은 학창 시절 급식비가 없어 힘들어하는 학생을 월즈와 배우자 그웬이 교육청에 수소문하고 사비를 써가며 도움을 준 사연을 공유했다. 이어 “이렇게 진정성 있고, 사려 깊으며, 믿을 수 있는 월즈가 부통령직에 제격일 것”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월즈의 또 다른 제자들이 영상에 나와 각자가 기억하는 월즈에 관해 얘기했다. 이들은 “우리 교실의 모든 학생의 이름을 다 외우려 했고, 항상 우리가 무얼 하고 싶은지 물어봤다” “학생들에 대한 관여를 멈추지 않았고, 결코 지칠 줄 모르는 탱크 같았다” “나 역시 월즈를 보고 선생님이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그 꿈을 이루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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