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서 초3 수학”…강남 유치원 들여다보니 [친절한 뉴스K]
[앵커]
초등 의대반이 생길 정도로 과도한 선행학습은 우리 교육의 문제로 꼽힙니다.
그런데 이젠 유치원에서도 선행학습이 이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실태와 부작용을 친절한 뉴스에서 전해드립니다.
김세희 기자입니다.
[리포트]
'의대 입시 성공은 초등학생 때 결정된다', 서울에서 '초등 의대반'을 운영하는 한 입시학원의 홍보 문구입니다.
초등학생 때 선행학습 여부가 의대 진학 성패를 좌우한다는 말인데요.
이 학원은 지난달 교육당국 합동점검 단속에 걸려 경고를 받았습니다.
의대 진학 열풍 등으로 입시 열기가 중·고등학교는 물론 초등학교까지 번지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이 선행학습 열기가 유치원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강남·서초·송파구, 이른바 서울 강남 3구 유치원 103곳의 선행교육 실태조사 결과 74.1%는 자체 영어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했고, 초등학교 교과서로 선행 수업을 하는 곳은 10곳으로 집계됐습니다.
영어 특성화 프로그램은 유치원에서 사교육 업체와 계약해 원아들을 대상으로 유료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조사 결과 만 3세부터 5세까지 연령이 높아질수록 영어 특성화 프로그램 참여율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공교육에선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우도록 하고 있는데 미리 익히고 있는 겁니다.
한 사립 유치원은 원아들에게 곱셈과 나눗셈, 분수, 국어 품사를 교육 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행 교육 과정에서 분수 등도 역시 초등학교 3학년 때 배우는 내용입니다.
또 3살 원아들에게 원어민 영어와 유아 한자, 수학을 가르친다고 안내하고 수업 중 초등학교 교과서 문제를 미리 풀어보게 한다는 유치원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초등학교 선행교육 과정을 운영 중인 강남 3구 유치원은 절반 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모든 만 5세 반은 유치원생이 취학 후 초등학교 교육 과정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한 '유·초 연계 교육'을 실시하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유·초 연계 교육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정책 취지와 달리 사실상 초등학교 선행학습의 구실이 되고 있다는 겁니다.
이 같은 선행학습은 단순히 사교육을 조장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유아 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연령과 발달에 맞는 교육 과정이 정해져 있다며 과도한 선행학습은 오히려 아이의 발달을 저해하고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지적합니다.
현행 공교육 정상화법은 학원의 과도한 선행학습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경우 이 법의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제재와 감시에 한계가 있습니다.
과도한 경쟁이 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습니다.
제대로 된 실태조사와 점검이 필요해 보입니다.
KBS 뉴스 김세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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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기자 (3h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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