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로역 사고차량 위험성 평가표 보니…개선 대책 '보호쿠션'이 전부

함민정 기자 2024. 8. 2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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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역 사고. 〈구로소방서 제공〉
지난 9일 구로역에서 코레일 직원 2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돌사고와 관련해, 사고를 당한 모터카의 위험성 평가표를 입수했습니다. 사고로 이어진 '인접 선로 차량과의 충돌'은 위험성 점검 대상에도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코레일로부터 제출받은 '영등포전기 전철보수장비 위험성 평가표' 자료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모터카의 위험 요인으로 인접 선로 점검차와의 충돌 위험에 관한 내용은 명시돼있지 않았습니다.

사고를 당한 모터카는 2022년에 도입된 차종으로, 작업대가 옆으로 넓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사고 당시에도 작업대가 옆 선로 쪽으로 넘어간 상태에서 옆 선로로 달려오던 차량과 부딪쳤습니다. 모터카 작업대에는 코레일 직원 3명이 있었습니다. 이 중 2명은 숨졌고 1명은 중상을 입었습니다.

지난해 5월 30일 시행한 영등포전기 전철보수장비 수시위험성 평가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지난해 5월 30일 시행한 영등포전기 전철보수장비 수시위험성 평가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지난해 5월 30일 실시된 '영등포전기 전철보수장비 수시 위험성 평가표'를 살펴보면 '작업대 하부 이동 시 돌출물 충돌 위험'에 대해 적혀 있었는데, 돌출물 이동 설치를 했다고 했지만 개선 대책으로는 '충격 방지용 보호 쿠션 설치'가 유일했습니다. 충격 방지용 보호 쿠션을 설치해 평균 위험도를 3.9점에서 3.7점으로 낮췄다고도 적었습니다. 인접 선로에서 다른 열차와의 충돌 위험성에 관한 언급은 없었습니다.

올해 4월 5일 시행한 영등포전기사업소 전철보수장비 상반기 위험성 평가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올해 4월 5일 시행한 영등포전기사업소 전철보수장비 상반기 위험성 평가표.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올해 4월 5일 작성된 '상반기 위험성 평가표'에도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인접 선로를 지나는 선로 점검차와의 충돌 위험성은 점검대상으로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로부터 4개월 뒤 사망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위험성 평가표에는 모터카 작업대의 이동 반경이나 인접 선로의 열차 운행 가능성 등에 대해선 적혀있지 않았습니다. 사고를 당한 모터카는 이동 시 인접 선로 열차와 부딪힐 위험 요소가 있었지만, 이에 대한 부분이 위험 평가표에서 빠져 있던 겁니다. 코레일 자료 등에 따르면 작업대 위에서 작업하는 차상 작업의 경우, 인접 선로를 차단하라는 강제조항은 없습니다. 사고 당시 열차감시자도 배치되지 않았습니다.

한편 사고 당일 현장 작업 중지 명령도 늦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부선 구로역 구내 직무사고 발생 및 조치현황' 자료에 따르면, 구로역을 관할하는 코레일 수도권서부본부는 사고 당일인 지난 9일 오전 7시 33분에 현장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는 오전 2시 16분쯤 사고가 난 지 5시간 17분 만입니다. 국토교통부와 경영진에 처음 사고 발생 보고를 한 건 오전 2시 44분입니다.

코레일 '중대산업재해 발생 시 대응 절차'에 따르면 코레일 소속 조직은 중대산업재해 발생 보고를 한 이후 '즉시' 작업중지 명령을 내려야 합니다. 아울러 코레일 수도권서부본부는 관할 고용노동청에 오전 3시 38분에 사고를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로역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코레일에서 일어난 다섯 번째 사망 사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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