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다시 하랬더니 괴롭힘 신고… "팀원에게 업무 피드백도 못하겠어요"
백승현 2024. 8. 22. 12:01
한경 CHO Insight
행복한일 노무법인의 '직장내 괴롭힘 AtoZ'
한 금융 대기업의 사내 고충처리담당자는 최근 A팀장으로부터 면담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A팀장은 극심한 번아웃(burnout)으로 도저히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며 병가를 쓸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성실한 업무 태도와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아 2년 전 특별승진을 한 A팀장이 어쩌다 병가를 써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었는지, 그 내막을 들어 보았습니다.
A팀장은 신임 팀장으로 부임한 첫해였던 작년, 조직 내 다른 팀장들처럼 기존에 맡아 오던 실무를 팀원들에게 위임하고 지휘·관리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였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한 팀원이 담당했던 업무 품질이 기대보다 낮아 몇 차례 지적하고 재작업을 지시하였던 일이 있었는데, 연말에 A팀장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지목되어 조사를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조사 결과 신고 된 행위 대부분은 인정되지 않았고, 일부 부적절한 언사에 대해 ‘주의’를 받는 정도로 종결되기는 했지만, A팀장은 ‘괴롭힘 행위자’라는 암묵적 낙인에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팀장 2년 차인 올해 초, A팀장은 또다시 팀원들에게 업무에 대해 피드백을 했다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애초부터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업무 결과물의 품질이 중요한 실무는 본인이 직접 도맡아 해버리는 방식으로, 팀원들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할 일이 없도록 만든 것입니다. 거기에다 팀장으로서 수행해야 하는 관리 업무도 함께 담당하다 보니 A팀장의 업무량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고, 버티고 버티던 A팀장은 결국 번아웃 증후군 진단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다양한 조직에서 A팀장처럼 격무에 시달리는 중간관리자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중간관리자는 조직과 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조직성과에 핵심적 기여를 하는 한편 부하 직원들을 성장시키는 역할이 요구되는 직책입니다. 중간관리자들이 소진으로 인해 이러한 역할을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조직에서 이탈하게 된다면, 이는 조직에 큰 인적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요? A팀장 같은 경우가 양산되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 사례에서 A팀장의 번아웃은 업무 피드백에 대한 두려움에서 촉발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하게는, ‘팀원이 자신의 피드백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식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직은 중간관리자가 이러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①어떠한 업무 피드백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를 이해하고 ②구성원이 서로 수용할 수 있는 바람직한 업무 피드백 방식을 정립하여 조직 내에 전파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먼저, 상사의 업무 피드백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한 판례를 검토하여 법원이 어떠한 기준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관련 판례들에서는 근무 공간에서 말(언어)로 이뤄지는 상사의 업무상 지적이 주로 고성이나 폭언, 비난·비하, 과도한 질책 등의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업무상 적정범위’를 초과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는데,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나 일관된 기준 법리는 아직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각 판결에서 법원은 대체로 행위의 내용과 횟수·기간, 상대방의 반응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살펴서 부하 직원에게 한 폭언에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는지,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인 형태로 이루어졌는지, 지속·반복되었는지, 그 내용이 일상적인 지도 또는 조언·충고 수준을 넘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업무상 지적 등의 언행이 ‘통상적으로 업무상 관계에서 수용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는지’를 기준으로 직장 내 괴롭힘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1.6.17. 선고 2020가단239162 판결, 울산지방법원 2022.9.22. 선고 2021가합14843 판결 등 참고). 즉, 상사의 부정적 피드백이라 하더라도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행위의 구체적 모습이 통상 업무 관계에서 수용될 수 있는 정도라면, 직장 내 괴롭힘에는 해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구성원들이 바람직한 업무 피드백을 학습·수용할 수 있도록 조직 차원에서 지원 활동을 전개하여야 할 필요성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조직은 일정한 성과창출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구성원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성과를 관리하여야 합니다. 또한 상사의 업무 피드백은 다양한 암묵지를 전수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므로 주니어 직원의 업무 역량 향상 측면에서도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A팀장처럼 실무 성과를 인정받아 관리자로 선임된 경우 실무 역량은 뛰어날지라도 부하 직원에 대한 업무 지시·위임 및 피드백 등을 포함하는 ‘리더십 역량’은 부족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사의 리더십 역량 부족이 단순히 관리능력 미흡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직장 내 괴롭힘 사안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음을 고려하면, 관리자의 리더십 역량 개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며 더 이상 관리자 개인의 노력이나 인성에 맡겨 두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따라서 조직은 관리자가 갖추어야 하는 리더십 역량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배양하기 위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또한, 조직·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구성원 간 바람직한 소통 방식과 업무 피드백 등에 관한 원칙과 세부 지침을 마련(예시 포함)하고, 구성원들이 수시로 참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게시·비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특히 그러한 원칙·지침 등 내부 규율을 정립하는 과정을 직원 워크숍이나 타운홀 미팅 등의 방식으로 실시하여 활발한 구성원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면, 조직 구성원이 직접 자신의 조직문화 조성에 참여하는 긍정적 경험을 하게 되어 조직몰입도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조직은 크고 작은 진통을 겪곤 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조직’이 되기 위해 불가피한 성장통입니다. 법규 준수 관점의 소극적 대응에만 머물지 말고, 우리 일터의 소통 방식을 돌아보며 구성원 존중과 행복을 위한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차상미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공인노무사
행복한일 노무법인의 '직장내 괴롭힘 AtoZ'
한 금융 대기업의 사내 고충처리담당자는 최근 A팀장으로부터 면담 요청을 받았습니다. 그 자리에서 A팀장은 극심한 번아웃(burnout)으로 도저히 업무를 수행하기 어렵다며 병가를 쓸 수 있는지 문의했습니다. 성실한 업무 태도와 우수한 성과를 인정받아 2년 전 특별승진을 한 A팀장이 어쩌다 병가를 써야 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되었는지, 그 내막을 들어 보았습니다.
A팀장은 신임 팀장으로 부임한 첫해였던 작년, 조직 내 다른 팀장들처럼 기존에 맡아 오던 실무를 팀원들에게 위임하고 지휘·관리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하였습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한 팀원이 담당했던 업무 품질이 기대보다 낮아 몇 차례 지적하고 재작업을 지시하였던 일이 있었는데, 연말에 A팀장은 ‘직장 내 괴롭힘’ 행위자로 지목되어 조사를 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조사 결과 신고 된 행위 대부분은 인정되지 않았고, 일부 부적절한 언사에 대해 ‘주의’를 받는 정도로 종결되기는 했지만, A팀장은 ‘괴롭힘 행위자’라는 암묵적 낙인에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팀장 2년 차인 올해 초, A팀장은 또다시 팀원들에게 업무에 대해 피드백을 했다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애초부터 그러한 상황을 만들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업무 결과물의 품질이 중요한 실무는 본인이 직접 도맡아 해버리는 방식으로, 팀원들에게 부정적인 피드백을 할 일이 없도록 만든 것입니다. 거기에다 팀장으로서 수행해야 하는 관리 업무도 함께 담당하다 보니 A팀장의 업무량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고, 버티고 버티던 A팀장은 결국 번아웃 증후군 진단을 받기에 이르렀습니다.
최근 다양한 조직에서 A팀장처럼 격무에 시달리는 중간관리자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중간관리자는 조직과 사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조직성과에 핵심적 기여를 하는 한편 부하 직원들을 성장시키는 역할이 요구되는 직책입니다. 중간관리자들이 소진으로 인해 이러한 역할을 충분히 감당하지 못하거나 오히려 조직에서 이탈하게 된다면, 이는 조직에 큰 인적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과연 이대로 괜찮을까요? A팀장 같은 경우가 양산되는 것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위 사례에서 A팀장의 번아웃은 업무 피드백에 대한 두려움에서 촉발되었습니다. 보다 자세하게는, ‘팀원이 자신의 피드백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식할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 할 수 있습니다. 조직은 중간관리자가 이러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①어떠한 업무 피드백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를 이해하고 ②구성원이 서로 수용할 수 있는 바람직한 업무 피드백 방식을 정립하여 조직 내에 전파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먼저, 상사의 업무 피드백을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한 판례를 검토하여 법원이 어떠한 기준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판단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관련 판례들에서는 근무 공간에서 말(언어)로 이뤄지는 상사의 업무상 지적이 주로 고성이나 폭언, 비난·비하, 과도한 질책 등의 형태로 나타났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업무상 적정범위’를 초과하는지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는데,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나 일관된 기준 법리는 아직 없는 상황입니다. 다만 각 판결에서 법원은 대체로 행위의 내용과 횟수·기간, 상대방의 반응 등 구체적 사실관계를 살펴서 부하 직원에게 한 폭언에 납득할 만한 이유가 있는지, 여러 사람 앞에서 공개적인 형태로 이루어졌는지, 지속·반복되었는지, 그 내용이 일상적인 지도 또는 조언·충고 수준을 넘는지 등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업무상 지적 등의 언행이 ‘통상적으로 업무상 관계에서 수용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는지’를 기준으로 직장 내 괴롭힘 해당 여부를 판단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서울남부지방법원 2021.6.17. 선고 2020가단239162 판결, 울산지방법원 2022.9.22. 선고 2021가합14843 판결 등 참고). 즉, 상사의 부정적 피드백이라 하더라도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고 행위의 구체적 모습이 통상 업무 관계에서 수용될 수 있는 정도라면, 직장 내 괴롭힘에는 해당하지 않을 것입니다.
구성원들이 바람직한 업무 피드백을 학습·수용할 수 있도록 조직 차원에서 지원 활동을 전개하여야 할 필요성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조직은 일정한 성과창출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구성원 업무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성과를 관리하여야 합니다. 또한 상사의 업무 피드백은 다양한 암묵지를 전수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므로 주니어 직원의 업무 역량 향상 측면에서도 필수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A팀장처럼 실무 성과를 인정받아 관리자로 선임된 경우 실무 역량은 뛰어날지라도 부하 직원에 대한 업무 지시·위임 및 피드백 등을 포함하는 ‘리더십 역량’은 부족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상사의 리더십 역량 부족이 단순히 관리능력 미흡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직장 내 괴롭힘 사안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음을 고려하면, 관리자의 리더십 역량 개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며 더 이상 관리자 개인의 노력이나 인성에 맡겨 두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따라서 조직은 관리자가 갖추어야 하는 리더십 역량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이를 배양하기 위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설계하고 시행해야 합니다. 또한, 조직·사업의 특성을 고려해 구성원 간 바람직한 소통 방식과 업무 피드백 등에 관한 원칙과 세부 지침을 마련(예시 포함)하고, 구성원들이 수시로 참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게시·비치하는 등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겠습니다. 특히 그러한 원칙·지침 등 내부 규율을 정립하는 과정을 직원 워크숍이나 타운홀 미팅 등의 방식으로 실시하여 활발한 구성원 참여를 끌어낼 수 있다면, 조직 구성원이 직접 자신의 조직문화 조성에 참여하는 긍정적 경험을 하게 되어 조직몰입도를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조직은 크고 작은 진통을 겪곤 하지만, 이는 궁극적으로 ‘지속가능한 조직’이 되기 위해 불가피한 성장통입니다. 법규 준수 관점의 소극적 대응에만 머물지 말고, 우리 일터의 소통 방식을 돌아보며 구성원 존중과 행복을 위한 새로운 조직문화를 만들어 가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차상미 행복한일연구소/노무법인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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