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이냐 해고냐' 분쟁… '원님재판'에서 이기려면

백승현 2024. 8. 2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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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태광노무법인의 'e노무세상 이야기'


노동위원회에 가장 많이 접수되는 유형의 사건은 무엇일까? 단연코 '사직이냐 해고냐'에 관한 싸움이라는 데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실제 사례로 식당에서 쟁반을 돌리고 놀다가 사장님이 훈계조로 언급한 말 한마디에 해고를 당했다는 사람, 동료·직원들과 환송회를 거창하게 즐기고 퇴사하고서는 3개월 가까이 지나 자신은 사실 해고를 당했다는 사람, 아파서 안 나가고 있을 뿐인데 나오지 말라고 해서 해고당했다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거기에 응하는 대다수의 사용자는 사업규모나 여건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소위 자영업자들이 대다수다. 그러다 보니 이들 역시 심문회의에 와서는 "자식 같아서 한마디한 게 해고냐"라고 목청을 높이는 사람, "어느날 안보이길래 나오지 말라고 했고, 이미 안나오고 있는데 왜 내가 한말이 해고냐"라며 억울해 하는 사람 등 대다수 순수한(?) 감정 호소형으로 근로자가 사직한 것이라 우기기도 한다.

여기서 사직이냐 해고냐에 대해 서로가 다투게 되었을 때, 그 입증은 누가 해야 하는 걸까를 두고 찬반의견이 팽팽하다. 법적으로는 근로관계 종료 원인의 입증책임이라는 문제라 할 수 있는데 노동위원회 사례에서는 물론이고, 전문가 의견도 그렇고, 심지어 대법원 조차도 2022년에는 근로자가 입증해야 한다고 판결(2023두53508)했다가, 2023년에는 사용자가 입증해야 한다고 판결(2022다277751)하면서 입장이 갈리고 있다.

그러다 보니 혹자는 노동위원회에 심문회의를 원님재판에 비유해 비판하기도 한다. 제출된 기록이 별게 없으니 누구말이 맞는지 때론 추궁도 해야 하고, 근로자와 사용자의 관상(?)도 보면서 혹시 누가 거짓말은 하는 건 아닌지 공익위원들의 다년간 경험과 노하우에 기반해 감각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직이냐, 해고냐 분쟁은 근로자와 사용자를 대면하여 가장 많은 시간 뚫어져라 봐야하는 사건이 된다. 국선 대리인 업무를 많이 수행하는 한 노무사는 "해고통지서가 있는 사건을 담당하고 싶어요"라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한다.

사직·해고 분쟁은 난해하기도 하지만 그 입증여부에 따라 특정 한 당사자에게 그 결과는 가혹하다. 근로자는 일자리를 잃는 것이고, 사용자는 해고한 적이 없다고 했으니 서면통지도 안했을터, 해고로 인정되면 당연히 부당해고가 된다. 그래서 노동위원회에서 화해가 가장 많이 진행되고 실제 화해가 가장 잘 되기도 하는 사건 유형으로도 꼽히기도 한다.

실제 관련 사건이 발생하였을 경우 인사담당자 입장에서는 법적인 입증 책임이 근로자와 사용자 중 누구에게 있느냐에 집중하기보다는, 사용자로서도 최대한의 입증 노력을 매진해 사직 또는 합의로 퇴사하였다는 정황 기록을 확보하는게 중요하다. 회사에 보낸 문자메시지나 메일에서부터 혹시 동료들에게 회사를 그만둘 거라는 문자를 보냈는지부터 챙겨봐야 한다. 스스로 짐을 싸고 나갔다거나 퇴직금을 아무 이의 없이 수령한 점, 다른 곳에 이직활동을 계속 한 점은 그 자체로 사직을 인정하는 요소가 될 수는 없지만, 그런 정황 사실이 많을수록 해고보다는 사직에 가까운 근로자의 의사를 추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아울러 회사가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는 점에 대해 출근 요청 문자 메시지를 보낸 기록이나 근로자를 대체할 채용을 진행하지 않고 계속 공석으로 유지된 사실 자체도 회사가 해고의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반대로 ‘이렇게 일할거면 다른 곳 알아보는게 좋지 않아’, ‘너랑은 더 이상 일 못하겠다’와 같은 발언은 충분히 해고를 추단할 수 있으므로 그와 같은 사실이 인정되는 상황에서는 그 언급의 배경과 이유를 충분히 살펴 업무를 제대로 함께 해야 한다는 측면의 일회성 지적에 불과하다는 점을 잘 소명해야 한다. "크지 않은 회사에서 통상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으면 여러 모로 업무에 지장이 생길텐데 어떻게 아무런 연락도 하지 않으시나요?"라는 질문과 함께 연결해보면 위 사용자의 언급은 근로자 입장에서나 노동위원회, 법원 입장에서 충분히 해고로 해석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근로자와 사용자간 업무에 대한 방식이나 기대치 차이로 발생하는 특징이 있는 만큼 사용자로서는 근로자의 업무에 대한 지적과 개선이 필요한 경우 가급적 기록을 통해 정중한 언어로 관리하고 사업주, 대표자의 감정은 최대한 배제할 수 있도록 하여, 근로자의 퇴사 의사에 있어서는 오로지 근로자의 자의에 의한 결정만 있을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한 시작이라 생각한다.

사직이냐 해고냐 분쟁에 이골이 난 어느 유명 음식점 사장님은 "근로자가 저 해고하는거에요?"라고 묻는 유도 질문에도 그 자리에서 핸드폰을 꺼내 문자로 "저는 당신을 해고한 사실이 없고, 그럴 의사도 없습니다. 사람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요. 지금처럼 계속 일해주세요"라고 대처했다는 자랑을 듣기도 하고, 어느 한 근로자는 교묘한 사용자의 내보내기 시도에 "차라리 이럴거면 해고통지서를 주세요"라고 당당하게 맞섰다는 다른 자랑을 듣기도 한다. 사직·해고 분쟁은 사건의 심각성에도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가 자신의 관리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몇 안되는 특이한 유형의 사건이기도 하다.

기세환 태광노무법인 대표 공인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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