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선수 옆 웃었다고... 북한 올림픽 선수단 '사상 평가' 받아"

윤현종 2024. 8. 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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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에서 지난달 30일 우리 선수들과 '셀카'를 찍은 북한 탁구 선수들이 현재 평양에서 사상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평양의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파리 올림픽에 참가했던 북한 선수단이 지난 15일 귀국한 뒤 평양에서 '사상 총화(평가)' 를 받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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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서 귀국 직후 '사상 총화' 시작"
"북한 선수들, 출국 전 '접촉금지' 지시"
"신유빈 등과 셀카 때 웃었다..보고서 제출"
"강하게 반성해야 처벌 피할 것"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4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탁구 혼성 복식 시상식에서 한국 임종훈, 신유빈과 은메달을 딴 북한 선수 등이 찍은 셀카 사진. 소셜미디어 '스레드' 캡처.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지난달 30일 우리 선수들과 '셀카'를 찍은 북한 탁구 선수들이 현재 평양에서 사상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경기장에서 사진을 찍을 때 적대 국가인 한국 선수 옆에서 웃었다는 게 주된 이유다.

북한 전문 매체 데일리NK는 평양의 고위 소식통을 인용해 파리 올림픽에 참가했던 북한 선수단이 지난 15일 귀국한 뒤 평양에서 '사상 총화(평가)' 를 받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사상 총화는 북한 사람이 해외 체류 때 접한 비(非)공산주의 문화에 대한 일종의 방역 작업을 말한다. 북한에서는 공산주의 국가가 아닌 나라에 머무는 것 자체를 이른바 '오염 노출' 행위로 간주한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파리에 갔던) 선수들이 귀국하는 순간부터 총화가 시작된다.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사상을 '세척'하는 것" 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북한 선수들은 올림픽 출전에 앞서 당국으로부터 '한국 등 외국인 선수들과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를 위반한 사실이 어떤 경로로든 확인되면 처벌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탁구 혼성 복식에서 은메달을 딴 리정식, 김금용 선수는 메달 시상대에서 당국이 제1적대국으로 정한 한국의 신유빈, 임종훈과 함께 '히죽히죽 웃었다'는 비판 보고서가 당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금용은 셀카를 찍을 때 웃어 보였고, 리정식도 시상대에서 내려온 뒤 다른 나라 선수들을 오랫동안 응시하며 웃었다는 것이다. 다른 북한 선수들도 총 한 달 간 진행될 사상총화를 받고 있다고 데일리NK는 전했다.


"3단계 검열...강하게 반성해야 무사할 것"

국제 대회에 출전한 북한 선수들은 3단계에 걸쳐 총화를 받는다. 노동당 중앙과 북한 체육성, 그리고 선수단의 자체 총화라고 한다. 중앙당 총화는 출국부터 귀국까지 전 과정을 조사하고 분석, 평가한다. 선수들이 올림픽 기간 당(黨)의 방침 등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지 않았는지를 살핀다. 중앙당 총화 후엔 체육성 총화가 진행된다. 이번 올림픽 성적에 대한 평가가 집중적으로 이뤄진다.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아레나 파리 쉬드4에서 열린 2024파리올림픽 탁구 혼성 복식 시상식에서 한국 임종훈, 신유빈을 비롯한 메달리스트들이 셀카를 찍고 있다. 파리=서재훈 기자

선수단 자체 총화에선 올림픽 기간 중 목격한 다른 선수의 잘못된 언행을 비판하거나, 자신의 행동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 공개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고위 소식통은 "셀카를 찍는 등 다른 나라 선수와 접촉이 있었던 선수들은 본인 스스로 자기 비판에서 강하게 잘못을 반성해야 추후 정치·행정적 처벌을 피할 수 있을 것" 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동메달을 땄던 한국과 은메달을 딴 북한 탁구 선수들이 시상식에서 함께 셀카를 찍는 모습은 미국 피플지가 파리 올림픽 기간 중 최고의 '스포츠맨십'이 드러난 순간 12개 중 하나로 꼽혔다. 피플지는 "공영 라디오 NPR은 이를 '셀피 외교'라고 부르며 최근 몇 달간 남북 긴장이 고조되는 시점에 나온 장면이라고 평가했다"고 했다. 영국 BBC는 "경계를 허무는 듯한 희귀한 만남이었다" 며 "평양의 지도부는 아직 전쟁 중인 두 나라가 짧게나마 단결했던 이 순간을 예상했거나 좋아했을까" 라고 평하기도 했다.

윤현종 기자 bell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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