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정책 내놓은 김동연 지사, '기후악당' 비판 받는 이유

장슬기 기자 2024. 8. 2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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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기후대응책으로 '기후도지사' 표방하지만 경기국제공항 건설 추진으로 '기후악당' 비판도
경기도 최근 1년 공항 관련 홍보비로 5000만원…공항 예정지 화성습지 인근 생태적 가치 훼손 우려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지난달 16일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김동연 경기지사. 사진=경기도

경기국제공항 건설 관련해 경기도가 최근 1년간 약 5000만 원의 광고비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기후도지사'를 표방하며 다양한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경기국제공항의 경우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정책이라 김 지사를 향해 '기후악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경기도에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공항 부지로 화성시 화옹지구가 거론됐는데 인근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화성습지가 있다.

경기국제공항(경기남부국제공항)은 국방부가 지난 2015년 수원군공항 확장 이전을 결정하고, 이후 수원이 지역구였던 김진표 전 민주당 의원(전 국회의장)이 지난 20대·21대 국회에 걸쳐 수원군공항을 화성 화옹지구로 이전하자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커졌다. 화성시와 시의회는 모두 반대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2022년 지방선거에서 김동연 경기지사 후보가 경기국제공항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당선 이후 인수위원장(이후 경기도 경제부지사)으로 수원시장 출신 염태영 현 민주당 의원을 임명하면서 공항 건설을 추진했다. 지난해 2월엔 신임 경기국제공항추진단장에 한현수 전 국방부 기획조정실장을 임명했는데 한 전 실장은 2017년부터 2020년까지 국방부 군공항이전사업단장을 맡았다. 경기도는 이달 내로 경기국제공항 미래상에 대한 도민 의견을 정리한 백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김 지사가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추진하자 기후위기 대응에 반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3월 김 지사가 '기후 대응 맞손토크'를 진행하면서 “기후변화에 가장 앞장서는 지자체, 기후도지사가 되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홍성규 진보당 화성시위원장은 당시 SNS를 통해 “경기국제공항을 핵심과제로 두고 강행하고 있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기후도지사'는 커녕 '기후악당'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경기국제공항 예정지로 언급된 화성습지는 생태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니고 있어서 더욱 논란이다. 지난 15일자 인천투데이 <경기국제공항 예정지 화성습지 '기후위기 대응' 핵심 생태계>를 보면 화성습지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의 주요 거점으로 수백만 마리의 철새가 이동하는 핵심 서식지다. 멸종위기 동물이 서식하는 곳이면서 동시에 탄소를 흡수·저장할 수 있는 갯벌 생태계로 평가받고 있어 화성시와 화성습지유네스코세계자연유산등재추진시민서포터즈(서포터즈)는 2026년 제48차 세계자연유산위원회 등재를 목표로 활동 중이다.

생태 파괴뿐 아니라 화성 지역주민들의 지역소외 정서도 공항 건설 반대 이유다. 정한철 서포터즈 집행위원장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예정지가 새만금 사업처럼 간척지인데 갯벌이 매향리에 붙어 있다”며 “매향리 미공군 폭격장이 평화를 찾은지 18년차로 아직 제대로 치유되지 않았는데 두 번 죽이냐는 정서가 있다”고 말했다. 화성 매향리는 한국전쟁 중 미 공군이 매향리 앞바다에 폭격을 가하면서 미군 전용 폭격장이 됐고 1951년부터 2005년까지 불발탄 등으로 주민들이 사망하거나 다치는 등의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정 위원장은 “(공항 건설 예정지는) 화성 서부지역이라 동탄(신도시)과는 또 다르게 '우린 늘 소외된다'는 정서가 있다”며 “또한 매립지 3개가 서부 지역에 추진되고 있어 '우리가 수원의 쓰레기장이냐, 경기도의 쓰레기장이냐'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전했다.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이 경기도청에서 받은 경기도 광고비 집행내역을 보면 경기도는 지난해 10월 이후로 언론사에 경기국제공항 관련 광고를 총 5132만원 집행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매일경제에 700만 원(2023년 10월31일), 한국경제에 500만 원(2023년 11월2일), 인천일보와 경기신문에 각 200만 원(2023년 12월), 경기일보·중부일보·경인일보·기호일보에 각 100만 원(2023년 12월), 경기일보·중부일보·인천일보에 각 500만 원(2024년 6월), CBS(본사) 라디오에 1500만 원(2024년 6월), 기타매체에 132만 원(2024년 6월) 등이다.

▲ 지난해 11월2일자 한국경제 경기국제공항 관련 광고
▲ 지난해 12월8일 인천일보 경기국제공항 관련 광고

경기도 중심지인 수원특례시에 본사가 있는 대다수 지역신문에서는 경기국제공항 추진에 힘을 보태면서 화성습지 훼손 우려는 비중있게 다루지 않고 있다.

중부일보는 지난달 설문조사를 진행했는데 경기국제공항에 대해 알고 있는 응답자가 12.5%에 불과했다. 중부일보는 데스크칼럼 <설문조사를 통해 본 경기국제공항 공론화>에서 “한국사회에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경기국제공항 건립 사업에 대한 인지도가 늘지 않고 줄어 들었다”는 것에 대해 행정당국을 비판하면서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경기국제공항 건립 사업에 대한 지역적 관심과 공론화 분위기에 작지만 큰 반향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인천일보는 6월21일 사설 <경제 성장을 견인할 경기국제공항건설>에서 “교통 인프라 확충, 수출 물류 활성화, 첨단산업 및 외국기업 투자 유치 등 다방면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되는 경기국제공항 건설은 경기도의 경제성장을 견인할 강력한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친환경시스템을 겸비한 경기국제공항은 경기도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쟁은 이번 국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5일 백혜련 민주당 의원(수원을)은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수원군공항 이전 및 경기남부통합국제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발의했다. 관련해 화성시의회는 같은달 해당 특별법 철회 요구 입장문을 발표했고, 지난 12일 수원전투비행장 화성이전 반대 범시민 대책위원회는 송옥주 민주당 의원(화성갑),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화성을) 등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 의원이 발의한 특별법 즉각 철회를 주장했다. 정한철 서포터즈 집행위원장은 이날 회견에서 “군공항이나 경기국제공항 건설을 위해 서해안의 갯벌 연안생태계를 파괴하는 건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 지사는 최근에도 기후위기 대응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임기 후반기 중점과제를 발표했는데 기후 관련 분야에선 경기 RE100 펀드, 경기 기후위성 발사, 기후보험 가입 등 새로운 기후대응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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