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선수가 야구 장갑에 알레르기면 어떡하나··· 문제는 문신?
누군가는 꽃가루에, 누군가는 고양이 털에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음식 알레르기는 워낙 다양해 열거하기도 어렵다. 조사에 따르면 선진국 국민 4~8%가 최소 1가지 이상 음식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야구 선수가, 야구 장갑에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면 어떻게 될까. 메이저리그 뉴욕 양키스 외야수 버두고(28)는 최근 자신이 타격 장갑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걸 알았다. 버두고는 지역 매체 ‘뉴저지 어드밴스 미디어’에 이런 사실을 털어놨다.
버두고는 “손이 아팠다. 물집이 생기고, 딱지가 붙었다. 피부가 너무 건조해졌다. 2021년부터 계속 그랬다”고 했다. 양키스 의료팀은 그를 알레르기 전문의에게 보냈다. 그제서야 타격 장갑이 문제라는 걸 알았다. 타격 장갑에 들어가는 크로메이트와 코발트라는 2가지 화학물질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체질이라는 것이다.
버두고는 스포츠용품 브랜드 프랭클린사 장갑을 쓴다. 회사 야구 부문 수석 디렉터 존 발라스는 USA투데이에 “한 번도 나온 적 없는 문제다. 곧 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어떤 물질 때문에 알레르기를 일으키는지 알아낸 건 그래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프랭클린사는 두 가지 화학물질 없이 장갑을 만드는 방법을 찾을 계획이다. 크로메이트는 가죽 가공에, 코발트는 색을 입히는데 쓴다.
이제까지 없던 문제가 왜 유독 버두고에게 생긴 걸까. 오랜 양키스 팬이라는 알레르기 전문의 아서 루비츠 박사는 뉴저지 어드밴스 미디어에 “버두고의 문신이 문제일 것”이라고 했다. 문신 잉크의 금속 입자가 화학물질과 반응해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의사들은 이런 알레르기가 아주 드물지만은 않다고 했다. 조사에 따르면 인구의 2%가 코발트에, 6%가 크로메이트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고 한다. 양키스 최대 유망주인 외야수 제이슨 도밍게스도 버두고와 비슷한 증상을 겪었다. 그 역시 타격 장갑이 문제일 거라고 추측 중이다. 도밍게스는 나이키 용품을 쓴다.
올 시즌 양키스 이적 전까지 버두고는 LA다저스와 보스턴 두 팀에서 7시즌 통산 타율 0.281을 기록했다. 이적 첫해인 이번 시즌은 0.230에 그치고 있다. 알레르기 증세가 시작된 2021시즌 0.289, 그다음 해인 2022시즌 0.280과 비교해도 많이 부진하다. 버두고는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지금 상태로 타격을 했다. 전적으로 손 때문에 부진했다고 할 수는 없다”면서도 고통이 가볍지는 않다고 했다. 버두고는 알레르기 없는 새 장갑을 기대하고 있다. 그때까지는 주사 치료를 받을 생각이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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