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지 15년 됐지만… 아이들에게 ‘아빠는 영웅이야’”[살리고 떠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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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명에게 장기기증을 하고 떠난 남편의 기일이 되면 아들들에게 '생명을 살리고 떠난 아빠는 정말 영웅이야. 아빠에게 감사하자'라고 말해요.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15년이 됐지만, 여전히 그립습니다."
정 씨는 "남편이 쓰러지기 전날 밤 야간지도점검을 위해 지구대로 간다기에 데려다줬다"며 "그런데 그 다음날 오전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청천벽력 같았다"고 말했다.
정 씨는 남편의 장기기증을 통해 새 삶을 얻은 사람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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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일밖에 모르던 남편
아랫사람 더 챙기고 나눔실천
신장·각막 등 4명에 새 생명”
“4명에게 장기기증을 하고 떠난 남편의 기일이 되면 아들들에게 ‘생명을 살리고 떠난 아빠는 정말 영웅이야. 아빠에게 감사하자’라고 말해요. 남편이 세상을 떠난 지 15년이 됐지만, 여전히 그립습니다.”
스무 살 무렵, 동갑내기 남편 김유신 씨를 처음 만난 날을 선명하게 기억한다는 정선자(61) 씨. 김 씨의 유한 성품에 이끌려 연인으로까지 발전한 두 사람은 28세에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을 둔 다정한 부부였다. 경찰대를 졸업하고, 경찰관이 된 김 씨는 오랜 기간 청와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정 씨는 22일 “남편은 부하직원이어도 자신보다 나이가 많으면 ‘형님’이라고 존칭을 해주는 그런 선배였다”며 “윗사람보다 아랫사람을 더 챙기는 사람이었다”고 전했다.
김 씨는 2008년 3월 청와대에서 서울 강남경찰서로 근무지를 옮기며 생활안전계장을 맡았다. 쏟아지는 민원을 본인이 직접 처리하고, 휴일도 잊은 채 매일 새벽 지구대를 점검하는 등 성실히 일했다. 멀리 사는 동료를 대신해 야근을 서는 날도 많았다. 새벽같이 출근하는 모습에 걱정을 하면 “나는 이 일이 좋다”며 아내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6개월 뒤인 9월 어느 날 김 씨는 경찰서 내 사무실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뇌사 상태에 빠지게 됐다. 정 씨는 “남편이 쓰러지기 전날 밤 야간지도점검을 위해 지구대로 간다기에 데려다줬다”며 “그런데 그 다음날 오전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청천벽력 같았다”고 말했다.
뇌사 상태에 빠졌다는 의료진의 말에 정 씨는 남편이 청와대 근무 시절 장기기증 서약을 하고, 헌혈도 하는 등 나눔을 실천해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주변 사람들이 장기기증을 반대하기도 했지만 마지막 가는 길 남편의 뜻을 꼭 이어주고 싶었다. 정 씨는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두 아들과 함께 남편의 장기기증을 결정했고, 김 씨는 2008년 9월 24일 신장과 각막을 기증하며 4명의 생명을 살리고 떠났다. 45세 나이였다. 평소 경찰업무의 공로를 인정받은 김 씨는 이후 대전 현충원에 안치됐다.
정 씨는 남편의 장기기증을 통해 새 삶을 얻은 사람들에게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 남편, 경찰관으로서 참 좋은 사람이었어요. 그 좋은 사람의 생명으로 건강을 잘 회복하셔서, 앞으로 남편 몫까지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아가셨으면 좋겠어요. 그것 말고는 바라는 게 없습니다.”
조율 기자 joyul@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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