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점도 어렵다”···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에 쏠리는 청약 열기
직장인 A씨(49)는 몇 년 전부터 기다려왔던 청담삼익아파트 재건축(청담 르엘)에 청약통장을 던질지 고민이다. A씨는 “청담 르엘은 ‘못 먹어도 고’라고 무조건 넣어야 하는 단지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었고, 꼭 살고 싶은 집”이라면서도 “3년 전만 해도 내 청약점수(69점)면 당첨권이지 않을까 했는데 지금 분위기로는 70점도 아슬아슬해 보인다더라”고 걱정했다.
턱걸이로 청약점수를 만족한다 해도 문제는 분양가다. 청담삼익아파트 조합은 지난 21일 분양가를 3.3㎡당 7209만원으로 최종 확정했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분양가를 산정하면 24억5106만원이다. 여기에 거실확장 등 유상 옵션을 붙이면 최소 26억원 안팎에 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가격만 봤을 때는 “분양가가 과하다”는 반응이 나올 법한 수준이지만 현실은 다르다. 해당 재건축 단지는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즉 인근 단지와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저렴한 가격이란 얘기다.
분양가상한제(분상제) 아파트로 청약쏠림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에서는 1순위 청약자 10명 중 8명이 분상제 아파트에 청약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주변 준신축 단지에 비해서는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다는 셈법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22일 부동산R114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8월(21일 기준) 수도권 민간 단지의 1순위 청약자 66만619명 가운데 78.4%인 51만8279명이 분상제 아파트에 1순위 청약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동탄 대방엘리움 더 시그니처’는 1순위 모집에 11만6621명이 몰리면서 626.9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분상제 적용해도 ‘국평’ 20억 훌쩍
일반공급물량이 119세대인 경기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중흥S-클래스’는 사전청약을 제외한 본청약 26세대 모집에 2만8869명이 몰려 1110.35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해당 단지들은 분상제가 적용되면서 비교적 저렴한 시세에 공급이 이뤄졌지만, 분상제를 적용하고도 분양가만 84㎡ 기준 20억원을 훌쩍 넘는 단지들도 높은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래미안 레벤투스는 3.3㎡당 6480만원으로 책정되면서 84㎡ 기준 분양가만 22억7700만원(최고가)을 기록했다. 서울 평균 분양가(3.3㎡당 4190만4000원)보다 2000만원 이상 비싸지만 1순위 청약경쟁률은 402.97대 1을 기록했다.
고분양가에도 불구하고 청약통장이 몰리는 이유는 민간 주택시장에 공급되는 매물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위축심리와 함께, ‘그래도 분상제 적용을 받아 주변 시세에 비해서는 싸다’는 인식이 높기 때문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오는 2026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예상치는 7145가구로,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체 가구수(9510가구)보다 적다.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2만4659가구)의 3분의 1수준이다. 다만 이는 2026년도 입주자모집공고가 이뤄지지 않은 단지 및 후분양 예정단지는 포함하지 않은 수치라 실제 입주물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강남3구는 분상제를 적용받아도 분양가가 높다. 그럼에도 청약통장이 몰리는 이유는 해당 아파트들이 ‘비싼 로또’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분상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를 3년까지 유예하면서 초기 자금만 마련하면 전세를 놓을 수 있다는 셈법도 반영됐다.
청담르엘의 경우 시장에서는 분양만 받으면 시세차익을 최소 10억원 이상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당 단지는 2021년 4월 마지막 거래에서 전용면적 104㎡가 31억5000만원에 팔렸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분상제 아파트의 인기는 분양가 상승세와 함께 최근 매매가, 전세가격의 상승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라며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고, 분양시장에서는 내 집 마련을 서두르려는 수요자 발길도 다시 이어지고 있어 분상제 아파트 인기는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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