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100℃까지 냉각"…지구온난화 원인 냉매, 공기로 대체 성공

이병구 기자 2024. 8. 2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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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온 가스, 수소불화탄소(HFC) 등은 냉각에 널리 쓰이는 냉매 물질이지만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국내 연구팀이 공기로 냉매를 대체하는 냉각 기술을 개발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은 이범준 에너지효율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이 이끈 연구팀이 공기 냉각 방식에 사용되는 일체형 초고속 컴팬더를 개발하고 국내 최초로 공기 냉각 시스템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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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연구팀이 공기 활용 냉각 시스템의 성능과 데이터를 검증하고 있다. 에너지연 제공

프레온 가스, 수소불화탄소(HFC) 등은 냉각에 널리 쓰이는 냉매 물질이지만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된다. 국내 연구팀이 공기로 냉매를 대체하는 냉각 기술을 개발했다. 영하 100℃까지 냉각할 수 있어 반도체 공정, 바이오, 의약품 저장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은 이범준 에너지효율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이 이끈 연구팀이 공기 냉각 방식에 사용되는 일체형 초고속 컴팬더를 개발하고 국내 최초로 공기 냉각 시스템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기존 냉각 시스템에는 주로 증기 압축식 사이클 방식이 사용된다. 액체 냉매가 증발하면서 열을 흡수해 냉각하는 방식이다. 설계가 간단해 폭넓게 쓰이지만 냉매로 쓰이는 불화온실가스(F-gas)가 온실효과를 일으켜 지구온난화를 가속한다는 단점이 있다.

3월 유럽연합(EU)의 불화온실가스 규제 개정안에 따르면 2025년부터 불화온실가스가 포함된 제품이 단계적으로 판매 중지된다. 불화온실가스를 활용한 공정 규제도 강화된다는 전망이다. 에어컨, 자동차, 반도체 공정 등 한국의 주요 수출품에도 불화온실가스가 사용돼 이를 대체할 기술이 필요한 상황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공기 활용 냉각 시스템의 원리. 공기를 압축하고 열교환·팽창을 거쳐 차갑게 만든 뒤 냉각에 활용한다. 에너지연 제공

연구팀은 공기를 냉매로 사용한 '역-브레이튼 사이클'의 냉각 시스템을 구현했다. 먼저 공기를 고온·고압으로 압축하고 열교환기를 통해 공기를 저온·고압 상태로 변환한다. 이후 팽창기로 공기를 저온·저압 상태로 변환해 차가운 공기를 냉각에 활용하는 원리다.

액체를 증발시키는 대신 기체를 압축하고 열교환·팽창을 거쳐 저온 기체를 만들기 때문에 액체 냉매가 필요 없지만 시스템 설계와 제작 난이도가 매우 높다.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설비가 있어 압축기, 팽창기 등 기기 사이의 간격과 축의 변위 등을 0.1밀리미터(mm) 수준으로 정교하게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압축기-모터-팽창기가 하나의 축으로 연결된 '컴팬더 시스템'을 고안했다. 각 부분이 최고 효율에서 동작하고 5만 RPM(분당 회전수)에 달하는 초고속 회전 중에도 안정적인 구동이 가능하도록 고도의 설계 기술이 적용됐다.

개발된 컴팬더를 냉각 시스템에 활용한 결과 1시간 만에 공기를 영하 60℃ 이하로 냉각할 수 있었다. 영하 50℃ 이하에서 냉각할 때는 기존 증기 압축 방식보다 냉각 효율도 더 높았다. 연구팀은 "이론적으로 영하 100℃까지 냉각이 가능한데 이때 냉각 효율은 증기 압축 방식 대비 50% 이상 향상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이범준 책임연구원은 "환경 규제로 냉각 시스템이 친환경 냉매 사용으로 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며 "현재 성능 개선을 진행하고 있고 초저온이 필요한 반도체 공정, 의약, 바이오 분야에 적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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