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난 기업들···영업·투자현금흐름 ‘쌍끌이’ 개선됐다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4. 8. 22.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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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 친 반도체가 견인
삼전·SK하닉 영업현금 3배 늘어
삼성은 투자활동 48조 투입
연합뉴스
국내 기업들의 곳간에 돈이 들어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 대표 기업들이 실제 벌어들이는 현금 규모는 28조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벌어들인 돈은 적극적으로 투자해 미래 먹거리 확보에 나서는 모습이다. 투자로 유출되는 현금 규모는 90조원에 달했다.

22일 매일경제신문이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의 현금흐름표를 종합한 결과, 합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4조268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수치(36조1674억원) 대비 77% 급증한 것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실질적으로 당해 기간 기업이 벌어들이는 현금 규모를 의미한다. 기업의 본업 경쟁력을 나타내는 현금창출력 지표이기도 하다.

영업활동현금흐름 개선이 뜻깊은 이유는 기업이 순수하게 영업으로 벌어들인 순현금이 늘어났다는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 대표 기업들의 수익성이 바닥을 찍고 증가세로 돌아섰다는 평가다.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좋아진다는 건 기업의 실제적인 영업 환경이 개선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한국 경제에 매우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말했다.

매출액, 영업이익의 경우 착시 효과가 있다. 외상으로 매출이 발생(매출채권)할 경우 대금 지급이 이뤄지지 않아도 회계 처리상 영업이익으로 잡힌다.

기업이 창고에 제품을 쌓아 놓아도(재고자산), 매출원가가 줄어 영업이익이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이 경우 영업활동현금흐름은 악화된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 모두 당해 기업이 벌어들인 현금과는 관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익성 지표들을 보완해주는 기능 덕분에, 증권업계에선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매출액·영업이익·순이익보다 주가와 상관관계가 높은 지표로 평가하기도 한다.

대표 기업들의 현금창출력 개선은 국내 증시 밸류업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특히 투자활동현금흐름도 함께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가총액 상위 20개 기업들의 올해 상반기 합산 투자활동현금흐름은 -90조441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라는 건 자산 취득, 생산시설 확충 등으로 현금 유출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제조업의 경우 투자는 미래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아,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연합뉴스
국내 대표 기업들의 현금흐름이 개선된 건 실적 성장이 안정적인 궤도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고금리 고물가 상황 속 지난 2022년 실적이 곤두박질친 후,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바닥을 치고 반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금흐름이 가장 많이 늘어난 건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인공지능(AI) 혁신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새로운 사이클이 도래하면서, 곳간에 돈이 들어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1~6월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8조7617억원으로 전년 동기 수치(14조4616억원) 대비 약 2배 증가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21~2022년 상반기엔 24조~25조원의 순현금 유입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2022년 하반기 고금리 고물가에 따른 긴축 정책이 강화되면서, 실적 충격에 빠졌다.

당시 글로벌 정보기술(IT) 수요 위축에 따라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삼성전자는 재고가 급격히 불어나 현금흐름이 14조원까지 악화됐다. 삼성전자 재고자산의 경우 2021년 상반기 당시엔 33조원에 불과했지만, 2022년 상반기엔 52조원까지 늘어났다.

재고자산이 증가했다는 건 쉽게 말해서 장사가 잘 안 돼 창고에 쌓아두는 제품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생산력 대비 현금 창출력이 약해진 셈이기 때문에, 영업활동현금흐름에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수요자의 지갑 사정이 여의찮아 외상으로 물건을 팔았을 때도 동일한 원리다. 실제 돈을 받은 건 아니기에 매출채권이 늘면 현금 흐름엔 악영향이다.

시장은 삼성전자의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AI 칩 제조에 필수적인 고대역폭메모리(HBM) 매출이 상반기 대비 3.5배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주당순이익(EPS)도 지난해 대비 185%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SK하이닉스의 곳간도 빠르게 현금으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해 상반기 SK하이닉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6940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하지만 1년 새 11조155억원의 순유입으로 전환에 성공했다.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점유율 1위다. 압도적인 시장 경쟁력으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SK하이닉스. 연합뉴스
국내 반도체 ‘투톱’은 벌어들인 현금으로 적극 투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의 올해 상반기 투자활동현금흐름은 48조1309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21조225억원 순유입이었다. 투자에 상당히 보수적인 스탠스였는데, 1년 만에 정반대로 변한 것이다.

SK하이닉스도 올해 상반기 5조7745억원 순유출을 기록했다.

설비투자가 필수적인 제조업에서 보통은 투자활동현금흐름이 마이너스인 경우 긍정적인 지표로 인식된다.

만약 투자활동현금흐름이 순유입일 경우, 특정 자산을 팔아서 현금이 들어왔다는 뜻이다. 이는 기업이 특정 사업을 철수하거나, 영업 환경이 좋지 않아 자산을 팔고 있다는 의미가 된다. 보통 불황기엔 투자활동현금흐름이 늘어나는 이유다.

특히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겪고 있는 2차전지(배터리) 기업들도 미래에 대비해 투자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투자활동현금흐름은 6조2408억원 순유출로, SK하이닉스보다 많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도 각각 6412억원, 6709억원 순유출을 보였다.

한편 국내 자동차 대표 기업 현대차의 영업활동현금흐름도 지난해 1470억원 순유출에서 올해 1조2284억원 순유입으로 전환됐다. 조선업 슈퍼 사이클 영향에 HD현대중공업도 올해 1조3654억원 순유입으로 지난해 순유출(3207억원) 국면에서 벗어났다.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조3670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2964억원) 대비 소폭 늘었다. 포스코홀딩스(3조756억원), 네이버(1조2252억원), 현대모비스(3조1266억원) 등도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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