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금투세가 민생법안? 이해 안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번갈아 지낸 이력의 정치 원로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여야 지도부가 공히 추진하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완화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김 전 위원장은 1987년 개헌 당시 '경제민주화' 조항 입법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22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한동훈 여야 대표 회담이 성사되면 민생 현안 관련 논의가 진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민생 관련 법안이라는 것은 뭐가 민생 관련이냐"며 "지금 논의되고 있는 것이 무슨 금투세법(인데), 나는 금투세법을 가지고 민생 관련 법안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이해를 못 하겠다"고 꼬집었다.
김 전 위원장은 "사실은 금융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여유 있는 사람들이 투자하는 거 아니냐"며 "연간 수익이 5000만 원 이상 되는 것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기로 했다. 그 숫자가 얼마나 되나? 한 0.5%밖에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것을 위해서, 그게 마치 민생의 가장 중요한 문제처럼 양쪽 당에서 얘기한다는 자체가 본질을 왜곡하고 있다"며 "총선을 하고 나서 말들은 민생, 민생 얘기를 하는데 민생이 실질적으로 뭐가 민생인지에 대한 이해가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금투세 폐지하자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나? 솔직히 증권 투자하는 사람들이나 관심을 갖는 거지"라고도 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을 어떻게 챙겨주느냐가 민생"이라면서, 특히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해 "최근에 와서 먹사니즘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최고다, 이런 식으로 얘기가 나오는데, 이 대표가 기본사회니 기본소득이니 이런 걸 주장하는 사람이 금투세(완화)를 얘기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금투세라고 하는 건 먹고사는 거하고 관련이 없다"고 했다.
그는 나아가 "금투세 때문에 증권 시세가 오르고 내리고 하는 건 아니라고 본다"며 "큰손들이 금투세 때문에 빠지거나 그러지 않는다"고 금투세 완화 주장 세력의 논리를 반박했다.
그는 "지난번 미국 증권시장에 변동이 왔기 때문에 우리 증시도 상당히 빠지니까 그게 마치 금투세 때문에 빠진 것처럼 명분을 붙여가지고 '금투세를 좀 빨리 없애자' 이런 얘기를 하는 건데 나는 납득을 못 하겠다"며 "세금이라는 게 기본적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붙는 건 당연한 이치 아니냐"고 강조했다.
金, 이재명-한동훈 회담에 "도대체 뭐가 이뤄질 수 있겠나" 회의론
김 전 위원장은 한편 당초 오는 25일로 예정됐던(이재명 대표의 코로나19 양성반응으로 순연됨) 여야 대표 회담에 대해서는 "그 만남에서 도대체 무엇이 이루어질 수 있겠느냐"고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그는 "내가 보기에는 거기에서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며 그 이유에 대해 "한동훈 대표가 지금 여당의 대표라고 하지만 독자적으로 뭐를 결정할 수 있는 그런 힘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과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이 돼서, 대통령으로부터 그러한 회의를 했을 적에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 양해를 받았으면 모르되 그렇지 않고서 한 대표 독자적인 판단으로 이 대표하고 만나봐야 특별한 결과가 나올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니까 한 대표의 경우에는 '한 번 만나서 협상을 한다' 그런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형태로다가 아마 (이 대표의 회담 제의를) 수긍하지 않았나"라며 "지금 거기서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 특별히 뭐가 있겠나"라고 했다.
한 대표가 회담 전체를 언론에 공개하자고 이 대표 측에 제안한 데 대해 김 전 위원장은 "솔직히 무슨 문제를 해결하려고 할 것 같으면 조용조용히 앉아서 해결할 거지, 국민에게 쇼 하기 위해서 생중계하는지는 모르지만 생중계가, 사실은 회담 자체가 그렇게 큰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라며 "둘이 만나는 거 사진 찍어서 나가면 둘이 만나는 거는 알려지게 돼 있는데, 그 다음에 실질적 내용을 구체적으로 협의하는데 그게 꼭 생중계돼야 할 필요는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
여야 대표이자 대선주자인 이·한 두 대표가 처한 상황에 대한 분석과 조언도 나왔다. 김 전 위원장은 먼저 한 대표를 향해 "채상병 특검법 문제는 한 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자기 나름대로 국민의 여론을 참작해서 얘기를 했지만 지금 당내 분위기로는 그걸 받아들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그것을 잘못 건드리면 당내에 큰 분쟁거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한 대표는 대표 경선에서 무슨 공약처럼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그 문제를 어떤 형태로든지 처리할 수밖에 없을 것이지만 당내 저항이 심하기 때문에 과연 한 대표가 그것을 관철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그게 관건"이라며 "그것을 관철 시킬 수 있는 자기 나름대로의 당내의 힘을 길러야지 다른 방법이 없다. 자기가 당내 저항을 무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만 그게 가능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 대표는 너무 과격하게 시작을 하지 않고 서서히 당내 기반을 확대해 가면서 자기의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해야지, 지금 초기부터 자기 뜻대로 뭘 하려고 하면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런 한편 "사실은 국민의힘도 딜레마가 뭐냐면, 한 대표를 함부로 흔들었다가는 당 자체가 별로 좋은 방향으로 가기가 힘들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민주당 이 대표를 향해서는 "이 대표의 운명은 법원에 달려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1심에서 좀 불리한 상황이 나왔다고 그래서 현재 체제가 흔들리거나 그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법원 판결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라는 건 너무 과장된 얘기다. 우리 국민들이 그렇게 비합리적인 행위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민주당 일각의 대(對)사법부 압박성 주장을 일축했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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