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 후 의사 설명 의무화…의료사고때 환자 돕는 ‘대변인’ 신설

2024. 8. 22.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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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개혁추진단,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향’ 발표
의료기관 보험료 지원…불필요한 대면조사 최소화
[123RF]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정부가 불필요한 소송을 줄이기 위해 의료사고 시 환자에 대한 의료진의 설명을 법으로 의무화한다. 도움이 필요한 환자와 가족을 도울 ‘환자 대변인(가칭)’도 도입한다.

필수진료 과목을 대상으로 의료사고 배상 보험료를 지원하고, 의료사고 형사 특례를 법제화하는 등 의료진이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한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은 22일 ‘환자-의료진 모두를 위한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향’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소송 전 대화 먼저…의료사고 설명 법제화 추진

의료개혁추진단은 의료사고 이후 소송으로 가기 전 환자와 의료진의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의료사고에 관한 설명을 법제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행 의료법도 치료 계획과 그에 따른 위험을 사전에 설명하도록 하고 있지만, 설명 법제화를 통해 상해의 경중에 따른 사후 설명을 하도록 규정한다.

지금까지는 의료사고에 따른 상해가 발생했을 때 의료진이 유감을 표명하거나 사과하면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에 설명 등에 소극적이었다.

이에 따라 의료개혁추진단은 유감이나 사과 등 재판과정에서 불리할 수 있는 증거의 채택을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의료분쟁 조정제도 손질…‘환자 대변인’ 신설

의료개혁추진단은 의료사고 소송 증가, 의료진의 중증·응급진료 기피 등을 해소하기 위해 2012년 도입한 의료분쟁 조정제도도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믿을 수 있도록 손볼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의학적·법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를 조력하기 위한 ‘환자 대변인’ 신설을 추진하고, 필요에 따라 의료인(기관) 상담도 병행한다.

추진단이 제시한 예시를 보면 환자 대변인은 사망 등 중상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환자나 가족을 대상으로 인과성을 판단할 핵심 쟁점 등을 담은 조정 신청서와 의견서 작성을 돕는다.

또 의료사고 감정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현행 ‘콘퍼런스 감정’ 체계를 강화하고, 세부 전공과목별 감정위원도 확충하기로 했다.

현재 체계에서 의료사고 감정부는 상임위원 1명, 의료인 1명, 법조 1명, 환자·소비자 2명 등 5인으로 이뤄져 운영 중이나, 향후 비의료인 감정위원의 역할을 키우면서 의학적 감정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인 감정위원도 늘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감정 불복절차를 신설하고, 감정·조정 운영을 평가할 '국민 옴부즈맨'(가칭)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의료기관 고액 배상 부담 덜도록 보험료 지원

의료개혁추진단은 환자는 신속하고 충분히 보상받게 하고, 의료기관의 고액 배상 부담은 줄이기 위해 배상 보험료 지원, 보험·공제 확충을 추진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상급종합병원의 평균 의료사고 배상액은 변호사 비용 등을 제외하고도 약 3억7000만원에 이른다. 상급종합병원의 최대 배상액 지출 규모는 3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은 가입 대상을 300병상 미만으로 정하고 있어 고위험 진료를 맡는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이에 따라 추진단은 필수진료 과목 의료진을 대상으로 배상 책임보험·공제 보험료의 국가 지원을 추진하고, 의료사고 책임·종합보험 표준 약관을 마련해 보험 상품 개발·운영을 활성화한다.

불가항력에 따른 분만 사고의 경우 낮은 국가 보상금 한도를 현실화하고, 보상 범위도 늘릴 계획이다.

의료사고시 불필요한 대면조사 최소화

의료개혁추진단은 높은 수준의 지식이 필요한 의료사고의 특성을 고려해 의료분쟁 조정과 연계함으로써 수사 절차도 합리화한다.

당사자의 동의를 받고 의료분쟁 감정·조정 결과를 공유함으로써 수사 과정에서 불필요한 대면 소환 조사를 최소화하고, 기소 전 의료 전문가가 참여한 형사 조정을 통해 분쟁을 해결하도록 한다.

추진단은 또 ‘반의사 불벌죄 특례’, ‘공소제기 불가 특례’ 등 의료사고 형사 특례도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의견 차이가 큰 특례 적용 범위 설정이나 특례 적용 방식 등에 관해서는 협의·조정해간다는 방침이다.

추진단은 “소송 전 환자-의료진 소통을 통해 불필요한 소송을 줄이고 사고 감정·조정제도의 사회적 공신력을 높이겠다”며 “환자는 사고 피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고, 의료진은 과도한 사법 리스크(위험) 없이 소신껏 최선의 진료를 할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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