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종의 소멸

장윤서 기자 2024. 8. 2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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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만종 중 100만종 멸종 임박… “종의 소멸은 곧 인간에게도 막대한 위협”
종의 소멸./에코리브르

과학적으로 밝혀진 지구에 사는 동식물 종수는 800만종인데, 이 중 100만종 이상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2000년 이후 지구에서 물과 공기를 걸러주는 필터 구실을 하고 이산화탄소 저장소 역할을 하는 650만ha(헥타르·1㏊는 1만㎡)의 산림이 매년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종의 소멸은 인간에게도 크나큰 위협 요인이다. 이대로라면 대략 77년 후에는 더 이상 우림이 존재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신속한 조처가 없다면 어떻게 될까.

생물학을 전공한 대학 교수와 정치학을 전공한 저널리스트가 쓴 신간 ‘종의 소멸’은 생물다양성이 왜 중요하고 다른 환경 문제들에 비해 소홀히 다뤄진 이유는 무엇이며, 생물다양성을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인간은 유례없는 속도로 자연을 과도하게 이용하고 있다. 농업용 면적이 무자비하게 늘었고, 숲은 지나치게 벌목됐다. 그런 사이 모든 생태계의 절반은 이미 상당히 변했다. 근래 지상에는 바이오매스보다 인간이 생산한 재료, 즉 콘크리트·아스팔트·금속·플라스틱·유리·종이 등이 더 많다.

저자들은 생물다양성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토양 이용 변경, 기후변화, 환경오염, 외래종의 확산을 드는데 이를 ‘빅5′라고 일컫는다.

기온 상승은 심각한 위협 요인이다. 식물과 동물은 상승하는 온도와 가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기후변화는 생물 종들이 서식지를 옮겨야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동물들은 선호하는 기후 조건을 따라 옮겨간다. 이를테면 북쪽이나 더 높은 들판과 산으로 이동해야 한다. 이 같은 이동으로 인해 지역마다 볼 수 있는 종들의 공동체도 변한다.

또 해수 온난화로 산호층도 위기에 놓여 있다. 산호는 해초와 공생관계인데, 해초는 산호층에 화려한 색깔을 입혀주고 무엇보다 포도당을 공급한다. 장기간 열기가 가해지면 이 시스템이 균형을 잃는다. 해초는 더 많은 영양분이 필요해지고, 공생관계에 있는 파트너와 영양분을 나누는 일을 중단하고 만다. 그러다가 하얗게 죽어가는 산호 백화 현상이 일어난다.

이산화탄소 농도의 증가도 문제다. 일례로 오스트레일리아에 사는 코알라가 이로 인해 위협받는다. 코알라는 거의 유칼립투스 잎사귀만 먹고 사는데, 늘어나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이 잎들의 영양가가 낮아져 이들이 곧 영양실조에 걸릴 처지라고 한다. 또 다른 측면의 위협은 기후변화로 인해 눈에 띄게 증가한 산불이다. 2019~2020년에 발생한 오스트레일리아 산불은 막대한 피해를 끼쳤다. 사람들은 이 시기를 ‘검은 여름(black summer)’이라고 일컫는다. 이 산불로 말미암아 수백만 마리의 포유류, 새, 개구리와 양서류가 희생당했다. 6만 마리의 코알라도 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한다.

자연 훼손의 결과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을 야기했다. 수백만 명에 달하는 사망자, 빈곤율 상승, 경제 붕괴, 이동 제한, 여행 금지, 백신 접종 캠페인에 이르는 모든 결과를 말이다. 코로나19의 유래가 아직 최종적으로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동물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온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생물다양성과학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아직도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가 170만종에 이른다. 주로 박쥐·설치류·영장류·조류 등 포유류가 갖고 있는 바이러스다. 이런 바이러스 가운데 적어도 3분의 1은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 인간이 자연 생태계와 그곳 생물 종들을 크게 변화시킬수록, 전염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저자들은 생물다양성은 더 이상 낭만주의자나 별난 사람이 관심을 갖는 틈새 주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사라지고 있는 모든 종으로 인해 수백만 년의 진화 역사가 무너질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연을 필요로 하는 것은 사람이다. 인류가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행동한다면, 자기가 앉아 있는 나뭇가지를 스스로 싹둑 잘라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저자들은 “매년 600조톤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자연자원이 사라지고 있으며 이는 40여년 전에 비해 두 배나 많은 수치”라면서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논의는 정치적 논쟁의 중심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서 저자들은 정부, 기업, 농업, 언론 등을 비롯한 각계에서 종의 소멸에 대비해 해결해야 할 중요한 10가지 조치를 제시한다.

카트린 뵈닝게제·프리데리케 바우어 지음|이미옥 옮김|에코리브르|260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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