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우리 대출 어떡해?” 강화되는 대출 규제에 소비자도 은행도 ‘비상’[머니뭐니]

2024. 8. 22.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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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가계대출 전월 比 6조 넘게 증가
스트레스DSR 규제 예고되자 “은행 달려갔다”
가계부채 대책두고 은행들 골머리
“MCI대출중단·거치기간 제한 검토”
[연합]

[헤럴드경제=홍승희·강승연·김광우 기자] #. “살던 집이 겨우 나가 갈아타기 성공했는데, 9월까지 안 팔렸음 어쩔 뻔 했어요” 40대 회사원 A씨는 20일 이사 갈 아파트 잔금을 치르고 안도했다. 살던 집을 연초부터 내놨는데 수개월 지나서 집이 팔려 이사하게 된 ‘타이밍’이 아니었으면, 대출 받기가 어려웠을 것이란 짐작에서다. 실제 9월부턴 스트레스DSR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가 시작돼, 서울에 사는 외벌이 가장인 그가 다음달에 대출을 받았다면 한도가 수천만원 줄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급증하는 가계빚을 누르기 위해 규제 카드를 쓰면서 소비자는 물론, 은행도 비상이 걸렸다. 당장 다음달 시행되는 스트레스DSR 2단계에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비수도권보다 가산금리를 높이자, 대출 한도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막차수요가 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동시에 금융당국으로부터 ‘가계부채 잔액을 줄이라’는 특명을 받은 은행들은 조금이라도 신규대출을 줄일 수 있는 ‘묘수’를 짜내느라 골머리를 앓는 중이다.

두달 새 금리 수십차례 올렸는데도 가계빚 6조 이상 증가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의 가계대출잔액은 722조60억원으로 지난 7월 말(715조7383억원) 대비 6조2667억원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65조1712억원으로, 지난 7월 말(559조7501억원)대비 20일만에 5조4211억원 급증해 여전히 가계대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다.

은행들이 속속 금리를 올리며 가계부채 증가에 대응하고 있지만,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이날 우리은행은 약 한 달여만에 6번째로 주담대 금리를 0.1~0.4%포인트, 전세대출을 0.2~0.6%포인트 인상했다. 신한은행은 전날 약 40여일만에 7번째 금리 인상을 단행하며 주담대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전세자금대출은 0.3%포인트 상향조정했다. 지난 7월부터 이날까지 5대 시중은행, 그리고 인터넷전문은행이 금리를 인상한 횟수는 총 20차례가 넘는다.

주요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조원 넘게 증가하며 가계대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달 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홍보물이 붙어있다. [연합]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가격조정에도 대출 증가세가 잡히지 않자, 집값 상승을 이끄는 수도권만 대출한도를 더 줄이는 ‘핀셋규제’를 내놓는 등 가계부채 줄이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당장 오는 9월 1일부터 은행권 주담대와 신용대출, 2금융권 주담대에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적용된다. 비수도권은 0.75%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되는 반면, 은행권에서 취급하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지역) 주담대에 대해서는 그보다 높은 1.2%포인트가 부가된다. DSR 산정시 더 높은 가산 금리가 적용될수록 차주의 대출한도는 더 줄어들기 때문에, 수도권 지역 집값 억제를 위한 규제로 풀이된다.

또 현재는 적용 대상이 아닌 보금자리론·디딤돌 등 정책모기지, 중도금·이주비대출, 그리고 전세대출까지 DSR 대상에 포함하는 안도 검토하고 있다.

은행도 압박하고 있다. 다음달부터 은행들은 신규로 취급하는 모든 가계대출에 대해 예외 없이 내부 관리 용도로 DSR을 산출해야 한다. 은행들은 “내부관리용이라고 하지만 이를 참고해 알아서 대출 한도를 줄이라는 속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선 대출을 받기 더 힘들어지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서울에서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40대 L씨는 “스트레스 DSR의 적용은 예상된 수순이었지만 당장 열흘 뒤부터는 당초 예상보다도 대출 가능 금액이 줄어든다는 얘기를 듣고 당장 은행으로 달려갔다”며 “오히려 집을 살 수 있을 때 사놔야 한다는 마음에 더 조급해졌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하지 말고 가계부채 조절하라” 당국 특명에…은행들 ‘골머리’

은행권은 주담대 잔액을 더 조이기 위한 고민에 빠졌다. 전날 금융위원회가 주최한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대출금리를 인상하는 ‘가격 정책’보다는 심사 과정에서의 ‘비(非)가격 정책’을 통해 대출 잔액을 조절해달라는 당국의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금리가 내려가는 데 반해 대출금리만 오르는 것을 두고 국민들의 반감이 심해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신한은행은 전날 지금까지 허용했던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취급 중단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해당 조건은 임대인(매수자) 소유권 이전, 선순위채권 말소 또는 감액, 주택 처분 등이다. 갭투자(전세를 낀 주택 매입)를 노린 투기성 대출에 활용되는 대출부터 중단을 시작한 것이다. 또 방수공제에서 예외되는 보증보험(MCI·MCG) 주담대 역시 취급 중단해 차주가 더 많은 한도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지난 7월에는 국민은행이 다주택자의 주택구입을 위한 대출, 타행으로부터 유입되는 대면 대환대출 등을 취급 중단했다. 전날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각 은행들마다 상황이 다르다보니 각자 심사 과정에서 어떤 대출을 막을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며 “대표적인 방안으로는 MCI·MCG 주담대 취급 중단, 거치기간 제한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021년 농협은행에서부터 시작된 대출 중단사태 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효과적인 가계대출 억제 방안을 고안하라는 것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은 전세자금대출 계약 중 특이 케이스일 것”이라며 “가계부채 관리, 갭투자 방지라는 명분이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진 모르겠다”고 말했다.

h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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