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정치인 발언 실시간 팩트체크할 날 머지않았다
[2024 미디어의 미래] 최윤석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테크PM
인터넷 없이도 작동하는 온디바이스AI… 미디어 업계 변화 가져온다
"온디바이스AI로 녹음기만 틀면 요약에 사실관계 검증까지"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AI 기술의 판도를 바꿀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 온디바이스AI가 우리 곁으로 오고 있다. PC·스마트폰에 탑재된 AI를 통해 인터넷 없이도 AI를 활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터넷 연결이 없으므로 프라이버시 침해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워 AI를 통해 개인정보와 관련된 작업도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외국인과의 전화가 자동으로 통역되고, 과거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상품까지 온디바이스AI에 물어 찾아낼 수 있다.
특히 온디바이스AI는 미디어 업계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최윤석 한국마이크로소프트 테크PM(테크니컬 프로그램 매니저)은 온디바이스AI 기술이 발전된다면 녹음기를 틀어놓는 것만으로도 취재원 발언을 실시간으로 검증할 수 있는 날이 멀지 않았다고 전망했다. 또 최 PM은 웹페이지를 요약해주는 기술이 일상화된 만큼, 내용 없이 분량만 긴 기사는 미디어 업계에서 사장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최윤석 PM은 오는 9월 4~5일 이틀간 열리는 2024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일상으로 스며든 AI' 세션 토론자로 나선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14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카페에서 최 PM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온디바이스AI를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인터넷 연결 없이 PC·모바일 등 기기에서 작동되는 AI라고 보면 된다. 테슬라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테슬라에 자율 주행이 가능한 '오토파일럿' 기능이 있다. 미국·캐나다 등 일부 국가에선 완전 자율 주행이 가능한 수준인데, 이는 테슬라의 프로그램 때문이다. 테슬라 차량은 인터넷 연결 없이 자체 프로그램만으로 운전 상황을 살피게 된다. 온디바이스AI도 마찬가지다. PC·모바일에 AI를 탑재해 인터넷 없이도 프로그램을 돌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 한국처럼 인터넷 보급률이 높은 국가에선 인터넷 연결 없이 AI를 사용한다는 게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인터넷 연결이 필요 없으므로 레이턴시(연결 지연)를 최소화하는 건 맞지만, 한국은 인터넷 속도가 빠른 국가다. 레이턴시는 큰 의미가 없다. 챗GPT를 써봐도 답변 속도가 느리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결국 중요한 건 레이턴시가 아니라 프라이버시다. 프라이버시는 기존AI 서비스에서도 신중히 고려하고 있는 부분이나 거대 언어 모델에 기반한 AI 서비스를 위해선 중앙 클라우드와 연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용자의 관점에서는 감정적으로 불안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온디바이스AI는 인터넷 연결 없이, 내 기기에서만 작동할 수 있어 프라이버시 논란에서 자유롭다.”
- 마이크로소프트는 최근 온디바이스AI를 탑재한 '코파일럿+ PC'를 출시했다.
“PC에 탑재된 온디바이스AI다. 대표적 기능이 '리콜'(Recall)이다. 컴퓨터의 블랙박스라고 보면 된다. 5초마다 스크린샷을 촬영하고, 이를 분석해 이용자가 어떤 작업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기능이다. 단순히 과거 기록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AI가 스스로 스크린샷의 의미를 분석해 결과물을 낸다는 점이 중요하다. AI에 '예전에 인터넷에서 흰색 원피스를 본 기억이 있는데 그게 뭐야?'라고 물으면 과거 기록을 토대로 그게 어떤 제품인지, 언제 검색한 것인지 찾아볼 수 있다. 업무 중에도 '두 달 전에 독자로부터 항의 이메일을 받았었는데, 그에 관해 작성 중인 문서를 찾고 싶어'라고 물으면 답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AI가 즉각적으로 우리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게 됐다.”
- 검색정보는 내밀한 사생활인데, 정보 유출 우려는 없는가.
“이용자가 리콜 기능을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리콜 기능을 자유롭게 끌 수 있으며 기록 삭제는 물론 저장 기간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다. 암호화 기능이 있어 PC를 훔쳐 간다고 해도 리콜 기록을 볼 수 없다. 지문·얼굴 등 생체정보를 인증받아야 리콜에 접속할 수 있으며, 리콜에 접속할 수 있는 위치도 정할 수 있다.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리콜 기능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다.”
- 현재는 PC 등 가전기기 중심으로 온디바이스AI 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온디바이스AI 기술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챗GPT가 서비스를 시작한 2022년 말에만 해도 이런 수준의 AI 프로그램을 PC에 담을 수 있다고 상상하기 힘들었다.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모바일 디바이스에 탑재할 수 있는 프로세서의 성능도 좋아지고 있기에, 이런 진화 속도라면 앞으로는 스마트워치, 스마트 안경 등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온디바이스AI가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공지능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의해 스트레스를 얼마나 받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오늘 먹은 음식이 내 건강에 적절했는지 등을 자동으로 파악할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 AI가 미디어 업계에 가져올 변화는 무엇이 있을까.
“기사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누구나 쉽게 파악할 수 있다. AI를 통해 웹페이지에 있는 텍스트를 요약하는 기능이 확산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전체 기사를 읽기 전에 이미 기사의 주요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내용 없이 분량만 긴 기사는 독자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히는 내용을 담은 기사만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 기자들이 업무에서도 온디바이스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AI를 통해 그 영상이 어디에 존재하건 자동으로 자막을 생성해주는 단계까지 왔다. 지금은 인터넷에 접속해야 자막을 생성할 수 있지만, AI PC인 '코파일럿+ PC'에서는 '라이브 캡션' 기능을 이용해 중국어·일본어 영상을 틀어놓기만 해도 AI가 자동으로 영어 자막을 보여준다.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발언 검증까지도 AI에 맡길 수 있으리라고 본다. 기자회견장에 가면 기자들이 실시간으로 타이핑 하는데, 녹음기만 틀어놓으면 발언 요약은 물론 주장의 사실관계까지 검증할 수 있는 기능이 도입될 것으로 기대한다.”
- 현재 일부 언론사는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기사 작성이나 방송 프로그램 제작 등에 AI 기술이 활용되고 있는데, 언론사가 추가적으로 시도해볼 만한 건 뭐가 있을까.
“포털 등에서 기사를 보면 관련 기사를 소개해주는 칸이 있는데, 관련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AI를 통해 읽고 있는 기사와 관련 기사의 연계성을 높여주도록 시도해볼 수 있다. AI에 언론사의 모든 기사를 학습시켜, 읽고 있는 기사와 관련된 최적의 기사를 소개해줄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 언론사도 AI를 통해 독자들에게 보다 통찰력 있는 서비스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윤석 PM은 9월 4~5일 이틀 동안 진행되는 2024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AI와 스토리테크, 새로운 미디어의 도래'에 출연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참고하세요. - 편집자 주)
2024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AI와 스토리테크, 새로운 미디어의 도래' → www.mediafutu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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