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겨냥한 금융당국…진짜 이유는
이복현 금감원장 "보고하지 않는 점을 지속해서 합리화" 비판
손태승 전 회장 넘어 임종룡 회장까지 질타
[서울=뉴시스] 이정필 최홍 기자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작심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친인척 부당 대출 의혹과 관련해 이를 지연 보고한 우리금융 현 경영진도 비판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의 칼 끝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뿐아니라 임종룡 현 회장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22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손 전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을 제때 보고하지 않은 우리은행에 대해 제재를 검토 중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1월 내부검사에서 발견한 부당대출 정황을 금감원에 바로 보고하지 않고 4개월간 지연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은행법 34조3항은 은행들이 횡령·배임 등 금융범죄와 관련한 금융사고를 사고가 발생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금융당국에 보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사고 발견 당시 여신심사 소홀 외에 뚜렷한 불법혐의가 없었기 때문에 금감원에 보고할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67조의 심사소홀 등으로 취급여신이 부실화된 경우 금융사고로 보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보고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당국은 일반적인 부실대출이라면 금융사고가 아닌 것이 맞지만, 전 회장과 연결된 위법의 혐의점이 드러난 건이기 때문에 즉시 보고를 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우리은행의 당시 여신심사가 금융범죄와 결부됐는지를 따져보는 중이다. 해당 여신심사가 단순히 심사 소홀이 아니라 직원의 금융범죄에 대해 직접적으로 결부된 것이라면, 우리은행은 금융사고 미보고에 해당돼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게 된다.
당국 내부에서는 우리은행이 지난 5월 자체적으로 2차 심화검사를 착수할 때 '친인척 대출 관련 특이 자금거래' 정황을 발견하는 등 범죄혐의를 어느 정도 인지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수개월이 지나도록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결국 금감원이 외부 제보를 통해 금융사고를 인지한 뒤 지난 6~7월 현장검사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리은행의 해명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원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기관 자체의 한계 등으로 문제점을 밝혀내지 못했다면, 계좌 추적권과 검사권이 있는 금융당국·수사기관에 신속히 의뢰해 진상을 규명해야 했다"며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대출에 대해 몰랐었다는 전직 회장의 발언을 옹호하고 심사소홀 외에 뚜렷한 불법행위가 없었다며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는 점을 지속해서 합리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우리금융이 보이는 행태를 볼 때 더는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면서 원칙에 입각한 엄정한 대응을 예고했다.
금융사고 미보고로 은행법을 위반한 은행은 은행법 69조1항에 따라 과태료 등의 기관제재를 받을 수 있다. 관련 임직원은 부당대출이라는 불건전영업행위로 신분제재를 적용받을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법상 금융사고 보고 의무와 관련해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은행이 발견한 당시 부당대출이 단순 여신심사 소홀이 아니라 범죄혐의가 결부됐는지를 따져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을 대상으로 20개 업체, 42건에 걸쳐 616억원에 달하는 대출을 실행했다. 이 중 절반이 넘는 28건, 350억원 규모가 특혜성 부당대출 혐의를 받는다.
부정대출 혐의로 고소된 손 전 회장 처남 김 모씨는 서울 신도림동금융센터, 선릉금융센터 등의 명예지점장으로 행세하기도 했다. 해당 지점은 김씨에게 부당 대출을 내준 배임 혐의로 고소된 임 모 지점장이 근무한 곳이다.
손 전 회장 부인은 법인을 통해 우리은행에서 140억원을 대출해 160억원대 빌딩을 매입하기도 했다. 해당 건은 이번 부당대출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이해상충 소지가 있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업계에서는 손 전 회장과의 관련성 인지 여부를 떠나 대출 과정과 사후 관리에서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크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기업대출이 나갈 때 지점에서 알아서 영업점장 전결여신으로 나가는 것과 본부로 올리는 것이 있는데 나뉘는 기준으로는 여신한도와 담보비율, 신용도, 업종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며 "이번 대출 사건과 관련해 지점이나 본사 차원에서도 심사 시스템상으로 부실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지점마다 여신계수에 따라 점장 전결권이 있고 보통 이번 센터 같은 규모가 큰 곳은 그 한도가 더 크다"면서 "지점과 본사의 어느 선까지 손 전 회장과의 관련성을 인지했는지는 앞으로 나와 봐야 알겠지만, 이를 알았든 몰랐든 대출 과정과 사후 관리에서 드러난 내부통제 미비점에 대한 책임 감경 사유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고위 관계자는 "사회 정의에 대한 이복현 원장의 생각은 분명해 보인다"며 "그 관점에서 우리금융의 행태가 현저하게 미달됐기 때문에 전 경영진이든 현 경영진이든 상관없이 처벌에 관용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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