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비 원더, 존 레전드… 콘서트 같은 美전대 라인업
흑인 뮤지션 원더·레전드가 원투펀치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준비 됐나요?”
전설적인 흑인 팝스타 스티비 원더가 21일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장에 나타나 히트곡 ‘하이어 그라운드’를 열창하자 2만명의 청중이 함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원더는 “내가 노래를 쓰고 부르는 이유는 여러분 때문”이라며 “안주하지 말고 용기 있게 행동하자”고 했다. 원더는 “우리의 선택은 명확하다”며 “분노가 아니라 기쁨, 차별이 아니라 친절,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택하면 된다”고 했다. 5분짜리 공연이었지만 원더는 완벽하게 분위기를 띄우며 부통령 후보 수락 연설을 앞둔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에게 ‘판’을 깔아주고 퇴장했다. 뒤이어 등장한 사회자는 “파티는 이제 시작됐다”고 했다.
이날 전당대회는 쟁쟁한 뮤지션과 유명 연예인이 총출동한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단지 ‘초대 가수’로 출연하는 게 아니라 민주당의 철학에 공감해온 이들이 무대에 올랐다. 원더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 “트럼프를 뽑으라는 건 비상 상황에 나보고 운전하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했었다. 어려서 시력을 잃은 그가 자신의 장애를 유쾌하게 활용해 트럼프는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하다고 비판한 것이다. 원더에 이어 가수 존 레전드와 실라 이(Sheila E)가 프린스의 명곡 ‘레츠 고 크레이지’를 함께 불렀다. 그래미상을 12번 받은 레전드는 4년 전 전당대회에도 참석했고 올 초엔 트럼프를 향해 “뼛속까지 인종차별주의자”라고 했었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도 등장했다. 윈프리가 민주당 대선 후보들을 지지한 적은 있지만 전당대회에 참석해 연설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예고 없이 깜짝 등장한 윈프리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며 “비상식이 아닌 상식을 택하자”고 했다.
행사장 밖에도 셀럽(유명 인사)들이 출몰하고 있다. 드라마 ‘빕(VEEP)’에서 여성 부통령을 연기한 배우 줄리아 루이드라이퍼스는 이날 도심에서 민주당 소속 여성 주지사 8명과 대담을 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 J D 밴스 상원의원이 과거 자녀 없는 여성들을 가리켜 ‘캣 레이디(고양이 기르는 독신 여성)’라고 했던 발언을 겨냥한 듯 그는 “우리는 월경하는 마녀들”이라고 했다.
전날 대의원들이 주별로 돌아가며 지지 후보를 호명하는 ‘롤 콜(Roll Call)’ 행사에선 래퍼 릴 존과 ‘위기의 주부들’로 유명한 배우 에바 롱고리아가 각각 고향인 조지아와 텍사스 순서에 등장해 열기를 끌어올렸다.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배우 웬들 피어스, 코미디언 키넌 톰슨 등도 이번 전당대회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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