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장악’ 3차 청문회 파행…‘탄핵→청문→고발’ 방통위 무한궤도
“5인 체제 복원” 여당 주문에…최민희 “야당 몫 방통위원 2명 추천”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연 세 번째 '방송 장악' 청문회가 반쪽짜리로 끝이 났다. 여당 의원들은 '위법 청문회'라고 주장하며 퇴장하고, 야당 의원들만 남은 채 진행됐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과 김태규 직무대행(부위원장)이 이번 청문회에 불출석하자 야당은 이들을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방통위 수장이 1년여 간 7번 교체된 동안 야당과 방통위 간 갈등만 격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회 과방위는 방문진 이사 선임 및 방송 장악 관련 3차 청문회를 열었다. 여당 의원들은 현재 청문회를 진행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오기 전이며, 공영방송 이사 선임 과정에 불복하는 행정소송도 진행 중인 점을 고려해서다.
그럼에도 야당이 청문회를 강행하자 여당 의원들은 개의 약 19분 만에 일제히 퇴장했다. 과방위는 이날 이 위원장과 김 직무대행을 증인으로 채택했으나 이들도 불출석 의사를 밝혔다. 이에 야당은 이들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안건을 의결,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 11명의 찬성으로 가결했다.
이와 관련 이 위원장은 이날 "직무가 중단된 저와 이미 고발하기로 한 김태규 위원장 직무대행을 청문회에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국회의 권한 남용"이라며 "방통위 간부를 포함해 직원들은 위원회 의결에 대해 답할 위치에 있지 않은 데도 계속 증인으로 부르는 것은 방통위 업무를 마비시키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이 위원장은 지난 2일 야당 주도로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뒤 곧바로 직무가 정지된 바 있다. 이 위원장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소추안 심판은 다음 달 3일 시작한다.
야당은 또한 2차 청문회 당시 증언 거부 등을 이유로 김 직무대행을 고발하기로 의결한 바 있다. 이에 김 직무대행은 지난 19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 절차가 위법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이번 3차 청문회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야당의 고발에 맞고소도 예고했지만 이와 관련 국회 입법조사처가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與 "5인 체제 복원"…野 "야당 추천 위원 2명, 윤 대통령이 임명해야"
이날 청문회에선 방통위 운영 체제 관련 논의가 오갔다. 방통위가 1년 가량 1인 혹은 2인 체제로 운영된 가운데 국민의힘은 야당이 국회 몫 방통위원을 추천하지 않고 위원장 탄핵을 추진해 방통위를 무력화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약 1년 간 7번 방통위 수장이 교체되는 동안 야당 몫 상임위원을 추천하지 않은 채 공영방송 이사 선임 등 2인 체제에서의 의결이 위법하다고 지적해왔다. 반면 여당과 방통위는 2인 체제가 장기화한 책임은 야당에 있으며 속히 상임위원을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방통위의 이번 공영방송 이사 선임은 방통위가 '5인 체제'였다면 아무 문제 없었다"며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5인 체제 복원을 할 수 있는데 하지 않아서 방통위원장 탄핵소추까지 되는 비정상적인 상황까지 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방통위 5인 체제를 복원하려면 이 위원장의 탄핵 심판 종결과 5인 체제 즉각 복원을 위한 동시 시스템으로 가야 한다"며 "여당에서 추천한 (방통위원) 한 분에 대해 의결해줄 것을 (과방위원장이) 다짐해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민주당 지도부는 (야당 몫) 방통위원을 추천하기로 했다"며 "민주당 추천 방통위원 2명을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해주고, 여야 추천 방통위원들이 함께 공영방송 이사를 재추천(선임)하기를 기대한다는 게 민주당의 공식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野 "결격사유 졸속 확인" vs 방통위 "대상자 없었다"
이후 야당 단독으로 진행된 청문회에서는 지난달 31일 방통위가 '2인 체제'로 의결한 KBS·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과정에 대한 적절성을 두고 공방이 펼쳐졌다. 방통위에선 이 위원장과 김 직무대행의 불참한 가운데 조성은 사무처장과 김영관 기획조정관, 신영규 대변인 등이 참석해 답변에 나섰다.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공영방송 이사 후보들의 결격사유 확인 절차를 졸속 추진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방통위가 각 정당에 후보들의 당적 여부를 물었는데 일부 당에서 답이 안 왔다면 확인 절차가 아직 끝나지 않았던 것"이라며 "답이 안 온 상태에서 '결격사유가 없다'고 간주한 것은 졸속"이라고 지적했다.
방통위는 공영방송 이사 선임과 관련 "결격사유 대상자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또 조 처장은 면접을 진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선임 계획에는 '필요시 면접'이라고 돼 있다"며 "사무처는 위원회에서 결정한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전문성 등을 심의하는 절차와 관련해선 "사무처에서 점수표를 만들지는 않았다. 고려해서 논의하고 정하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방통위는 또한 지난 광복절 KBS가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가 연주되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영한 것과 관련해 "(경위 파악 결과) 편성과정의 실수였다고 확인했다"고 답했다.
한편 야당은 방통위가 여당 과방위원들에게 '국회가 방통위 직원들을 힘들게 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는 언론 보도를 거론하며 방통위를 비판했다. 최 과방위원장은 "방통위 직원들이 고생한 것은 국회 때문이 아니라 이 위원장과 김 직무대행의 말도 안 되는 답변에 대한 자료와 논리를 제공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야당 의원들은 방통위 직원이 이 같은 공문을 보낸 것은 정치적 중립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오는 28일 현안 질의에 조 처장과 김 조정관, 방통위 혁신기획담당관 등을 증인으로 부르는 출석 요구 안건도 단독으로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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