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LB·큐라클에 흔들린 투자심리, 유한양행 덕에 살아날까”… 기대에 찬 제약 투자자

전준범 기자 2024. 8. 2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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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엔 끈적한 물가에 금리 인하론 후퇴
HLB·큐라클發 악재에 바이오 투심도 악화
하반기 들어 美 연준 9월 금리 인하 전망에
유한양행 FDA 승인까지 투자자 관심 커져

유한양행의 폐암 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으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에 베팅해온 투자자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내달 기준금리 인하 전망과 함께 이 분야 투자심리가 살아나는 타이밍에 국산 신약의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 시판 허가라는 호재까지 추가됐기 때문이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예상보다 끈적한 고물가 흐름에 금리 인하가 연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여기에 HLB·큐라클 등 신약 기대감이 컸던 종목들이 연거푸 실망스러운 소식을 전하면서 제약·바이오 투자심리를 끌어내렸다. 악재를 딛고 금리 인하와 FDA 승인이라는 희소식을 만난 시장 참여자들은 유한양행 뒤를 이을 종목을 찾아 나서는 분위기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 금리 인하 가시화에 유한양행 호재까지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은 FDA의 렉라자 승인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국산 항암제 최초로 미국 시판 허가를 받은 기념비적인 사례로, 오랜 연구개발(R&D) 투자의 성과”라며 “8조원 규모 시장을 겨냥하는 K-블록버스터 항암제 출시와 이로부터 창출되는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향후 인수합병(M&A)과 신약 파이프라인 강화가 기대된다”고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유한양행 목표주가를 기존 10만7000원에서 11만6000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국산 신약 31호로 개발한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다. 국내 바이오기업 오스코텍이 개발해 2015년 유한양행에 기술 수출했다. 폐암은 암세포 크기에 따라 소세포폐암과 비소세포폐암으로 구분한다. 전체 폐암의 70~80%가 비소세포폐암이다. 이번에 FDA는 렉라자와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의 항암제 ‘리브리반트’를 함께 투약하는 병용 요법을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유한양행의 FDA 승인 소식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9월 금리 인하 착수 기대감과 맞물려 제약·바이오 업종 전반의 투자심리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이건재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하락기에 투자자 수익률을 책임진 섹터는 전통적으로 바이오 산업이었다”며 “최근 미국 경기 침체 공포가 증시를 흔들었지만, 위기감이 부각할수록 금리 인하 압박이 강해져 바이오 산업에 대한 투자자 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유한양행이 개발한 폐암 신약 '렉라자'. / 유한양행

◇ HLB·큐라클 악재에 발목 잡힌 상반기

사실 상반기까지만 해도 연준이 연내 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당시 고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아서다. 여기에 HLB와 큐라클의 악재성 이슈까지 잇달아 터지며 국내 제약·바이오 투자자를 우울하게 했다.

HLB는 자체 개발 중인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을 함께 사용하는 임상을 진행해 FDA 문턱을 넘으려고 했다. 그러나 FDA가 승인 대신 보완을 요구하면서 지난 5월 주가가 급락했다. 한때 코스닥 시장 2위까지 올랐던 HLB 시가총액은 현재 4위로 추락한 상태다. HLB는 “늦어도 올해 9~10월 중 FDA에 재승인 서류 제출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달 큐라클은 3년 전 유럽 안과 치료제 전문 제약사 떼아 오픈이노베이션에 기술이전했던 황반변성 치료제 후보물질을 떼아 측이 반환하기로 한 사실을 공시했다. 이 회사 역시 공시와 함께 주가가 추락했다. 기술이전 소식을 전했던 2021년 5만원을 향하던 큐라클 주가는 현재 6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조선 DB

◇ 다음 FDA 승인 후보는

제약·바이오 투자자들은 유한양행 뒤를 이을 신약 개발 종목 찾기에 나서고 있다. 현재 FDA 신약 허가를 준비 중인 회사는 HLB를 비롯해 HK이노엔, 한올바이오파마, 코오롱티슈진, 아리바이오 등이 있다. 이 중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을 개발해 FDA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시장에서는 HK이노엔이 이르면 올해 하반기 중 FDA에 신약 허가를 신청할 것으로 본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안구건조증 치료제 ‘탄파너셉트’와 자가면역질환치료 항체신약 ‘바토클리맙’의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코오롱티슈진은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 ‘TG-C’의 임상 3상 투약을 지난 7월 완료했고, 아리바이오는 경구용 치매 치료제 ‘AR1001′의 임상 3상을 실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9월 이후 금리 인하가 이뤄지고 회사채 금리도 의미 있게 하락하면 낙폭이 큰 제약·바이오주 위주로 반등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주가가 크게 하락한 종목 중 자금 공급만 된다면 임상을 통해 의미 있는 데이터를 제시할 수 있는 기업 순으로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며 리가켐바이오와 알테오젠, 에이비엘바이오 등을 하반기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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