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고 송진우 선배 이닝에 범접" 탈삼진 1위 전설 양현종, 진짜 목표는 '3003이닝'
[OSEN=광주, 이선호 기자] "송진우 선배님의 이닝에 범접하고 싶다".
KIA 타이거즈 대투수 양현종(36)이 KBO리그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수립하고 통산 3003이닝 도전의지를 살짝 내비쳤다. 지난 21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3회초 윤동희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통산 2049번째 삼진을 기록했다.
한화 레전드 송진우가 보유한 2048를 넘어서 KBO리그 통산 1위에 올랐다. 1회초 첫 타자 황성빈을 삼진으로 처리하고 10년 연속 세 자릿 수 탈삼진을 작성했다. 타이거즈 레전드 이강철 KT 위즈 감독, 전 두산 투수 장원준에 이어 세 번째 진기록이다. 내년에도 100탈삼진에 도달하면 KBO리그 최초이다.
양현종이 신기록을 수립하자 축하의 물결이 일었다. 3회를 마치자 이범호 감독이 포옹과 함께 꽃다발을 선물했다. 롯데에서도 전준우와 김원중이 축하의 꽃달을 안겨주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양팀의 선수들이 모두 도열해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살아있는 전설의 탄생을 축하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의미가 깊었다.
시즌 10승 고지는 밟지 못했다. 4회까지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치다 갑자기 3-0으로 앞선 5회 흔들렸다. 노진혁에게 솔로홈런을 맞았고 안타와 볼넷을 추가로 내주더니 손호영에게 좌월 역전 3점홈런을 맞았다. 주무기 체인지업이 제대로 듣지 않고 한복판으로 밀려들어간 실투였다. 그래서 5회를 마치고 등판을 마쳤다.
경기는 시종일관 접전을 펼쳤고 후배들이 끝내 역전승리를 따냈다. 4-5로 뒤진 7회초 1사2,3루에서 나성범이 우익수 희생플라이를 날렸고 8회말 2사후 변우혁의 2루타로 만든 2사 3루에서 박찬호의 땅볼을 놓친 상대 3루수의 실책으로 결승점을 뽑았다. 9회 마무리 정해영이 한 점차를 지키고 선배의 대기록을 승리로 축하했다.
경기후 양현종은 후배들의 격한 축하를 받았다. 샴푸를 동반한 물세례를 받았고 케이크까지 등장했다. 생수물은 기본이고 아이스박스 얼음물까지 동원됐다. 평소 후배들의 의미있는 기록과 승리를 축하를 가장 격하게 펼쳤던 양현종이었다. 고글 안경까지 벗겨질 정도였다. 되로 주었다가 말로 받은 날이었다.
경기후 양현종은 "뜻깊은 기록이지만 언젠가는 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삼진 욕심은 없었다. 삼진은 따라오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거보다는 이닝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닝을 많이 던지고 싶다. 은퇴하기전까지 송진우 선배님의 말도 안되는('엄청나다'는 의미) 이닝수치가 있지만 아프지 않으면 범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양현종은 21일 경기까지 통산 2476⅓이닝을 소화했다. 송진우는 3003이닝을 던졌다. 역대 통산 1위이자 유일한 3000이닝 보유자이다. 양현종이 따라잡으려면 앞으로 526⅔이닝을 던져야 한다. 올해도 170이닝을 소화한다고 가정하면 2025년부터 4년동안 연간 125이닝을 던지면 된다. 충분히 달성 가능성이 있다. 진짜 이루고 싶은 대기록을 밝힌 것이다.
양현종은 인터뷰를 할때마다 이닝이터를 강조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팀의 144경기 가운데 던지지 않고 114경기를 본다. 그러면 내가 나서는 30경기는 최선을 다해 던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선발투수의 기본 책무를 지키겠다는 의지였다. 아울러 "탈삼진 1위로 조명을 받아 기분이 좋지만 올해 10년 연속 170이닝을 하면 많이 벅찰 것 같다. 이것은 정말 깨기 힘든 기록이라 생각한다"고 목표를 세웠다. 앞으로 26이닝을 더하면 또 하나의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
꾸준함의 비결은 철저한 건강 관리와 러닝 등 경기를 준비하는 자신만의 루틴이었다. "러닝을 많이 한다. 이강철 감독님이 어릴때부터 주입을 해주셨다. 드라이브라인 등 다른 훈련을 시도하지 않고 나만의 루틴으로 해오고 있다. (나이가 들어) 150km 직구로 윽박지르고 싶지만 경험과 강약조절, 매커니즘과 로테이션에 집중하는게 더 좋다"고 말했다. 송진우의 3003이닝도 돌파할 것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sunny@osn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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