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폭주에 업무 마비”…김호중 팬클럽 공격에 의원실·법원도 ‘한숨’

김호중 팬들, ‘김호중 방지법’ 발의 의원실에 전화·문자 폭탄
입법 예고 페이지에 반대 의견 1만 건 이상 다는 일도 생겨
경찰·구치소·법원에서도 항의 이어져…“김씨 풀어 달라” 호소
김씨 결심 공판 9월 30일 진행 예정…선고 10월 말 예정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5월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김도윤 수습기자] ‘음주 뺑소니’를 일으켜 구속기소 된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씨 사건 이후에 국회에서는 사고 후 술을 더 마시는 일명 ‘술 타기’ 수법을 방지하기 위해 ‘김호중 방지법’이 발의됐다. 여기에 반발한 김씨 극성팬들이 국회의원실, 경찰 등에 전화·문자 폭탄 등을 보내며 업무를 방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사건 이후 국회에서는 이른바 ‘술 타기’(음주 운전 사고 후 또 술 마시기)나 ‘운전자 바꿔치기’ 등을 방지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4일 경찰의 음주 측정을 피하기 위해 도주하는 행위를 처벌하고 이를 운전면허 취소, 정지할 수 있는 사유로 추가하는 내용의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에는 음주 측정을 속일 목적으로 일부러 술을 추가로 마시는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이에 반발한 김씨 팬들은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의원실에 항의 전화를 하거나 의원들에게 문자 폭탄을 보내기 시작했다. 한 보좌진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 사무실과 지역 사무실에는 전화가 빗발쳐 하루에도 수통의 전화가 걸려온다”라며 “일단 받고 나면 먼저 끊기가 어려워서 업무에 방해되는 정도로 전화가 온다. 사무실 앞에서 시위하겠다고 위협하는 전화도 많이 온다”라고 말했다.

관련 법을 발의한 서영교, 신영대, 이종배 의원 등 다른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댓글 테러와 문자 폭탄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법안을 소개하는 박 의원의 블로그 글에는 6000개 이상의 반대 댓글이 달렸고, 입법 예고 페이지에는 1만건이 넘는 반대 의견이 달리기도 했다.

음주 뺑소니 혐의를 받는 가수 김호중이 5월 31일 오전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임세준 기자

김씨가 갇혔던 경찰서, 구치소 등에도 김씨 팬들의 항의 전화는 이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전도 유망한 청년을 빨리 풀어 달라는 전화가 오거나, 찾아오는 어르신들이 많았다”라며 “‘호중이가 무슨 잘못을 그렇게 많이 했다고 가둬뒀냐’는 전화를 받아 봤다는 얘기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김씨 팬들은 공판이 열리는 날마다 소동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씨 팬들은 재판 시작 전부터 입구에 줄지어 서서 “김씨를 풀어 달라”라며 호소하기도 했다. 김씨 팬들 가운데 일부는 법정에 먼저 들어가기 위해 자리를 두고 언쟁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법원 측도 한숨을 내쉬었다. 법원 관계자는 “김씨 팬들의 경우 새벽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다른 재판에서부터 기다리는 모든 이들을 내보내는 것도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김씨 측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김호중 변호인 측은 “(검찰의)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며 “피해자와 합의한 뒤 합의서도 제출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거 기록 등을 검토한 뒤 다음 달 30일 오전 10시 결심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결심 공판은 변론이 종결되는 마지막 재판으로, 선고는 통상 결심 공판으로부터 한 달 뒤에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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