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종 어진 그린 김진여 '권상하 초상' 보물 됐다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국가유산청은 조선 숙종 어진 제작에 참여한 평양 출신 화가 김진여(1675~1760)의 '권상하 초상'을 국가지정문화유산 보물로 지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의림지 역사박물관이 소장한 '권상하 초상'은 송시열(1607~1689) 학문의 정통 계승자로 평가되는 권상하(1641~1721)의 초상화다. 제천 황강영당에 300년 넘게 봉안된 내력이 분명한 작품이다.
화면 위에 '한수옹(권상하) 79세 진영(寒水翁七十九歲眞)'이라고 적혀 있다.
이를 통해 초상화 주인공은 권상하이며 화가 김진여가 권상하의 79세 때 모습을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
화면 오른쪽 가운데 '기해사월일 화사김진여모(己亥四月日 畵師金振汝摹)'라고 쓰여 있다. 숙종의 어진을 그리는 화사로 참여했던 화원 김진여가 1719년(숙종 45)에 제작했음이 명확히 확인된다.
김진여는 이 작품에서 전통 초상화법과는 달리, 부드러운 필선과 선염(渲染)에 의존하는 화법으로, 어굴의 볼록한 부분을 밝게 처리해 인물의 입체감을 강조하고 사실성을 높였다.
선염은 화면에 물을 먼저 칠하고 마르기 전 수묵이나 채색을 올려 은은한 표현 효과를 내는 기법이다.
국가유산청은 "이러한 묘사를 통해 권상하의 강직한 성품을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보존상태가 양호하다는 점에서도 가치가 크다고" 평가했다.
국가유산청은 '유설경학대장', '영광 불갑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시왕상 일괄 및 복장유물', '해남 은적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도 보물로 지정했다.
성균관대학교 존경각이 소장한 '유설경학대장'은 경학을 종목별로 기록한 유학서다. 과거시험에 출제될 148항목을 요점 정리한 책이다. 중국 명의 주경원이 편찬한 이 책은 상·중·하로 구성됐다.
존경각 소장본의 특징은 조선 초기 금속활자 '경자자' 가운데 가장 작은 '소자(小字)'로 인출된 판본이라는 점이다. 경자자는 1420년(세종 2) 주자소에서 구리로 만들어진 활자다.
다른 소장처에 전하는 동일한 판본은 서문과 목차 등 일부가 빠져있다. 이에 비해 존경각 소장본은 서문, 목차, 본문을 완전히 갖췄다.
국가유산청은 "조선 초기 인쇄사와 서지학 연구를 위한 중요한 자료'라며 "특히, 경자자 중에서도 소자로 본문 전체를 인쇄한 것으로는 이 판본이 유일할 만큼 희귀본"이라고 설명했다.
'영광 불갑사 목조지장보살삼존상·시왕상 일괄 및 복장유물'은 수조각승 무염을 비롯해 정현, 해심 등 조각승들이 1654년(조선 효종 5) 완성해 불갑사 명부전에 봉안했다.
발원문을 통해 지장보살, 무독귀왕, 도명존자, 시왕상 등 존상 모두 27구가 제작됐음이 확인됐다.
수조각승 무염의 작풍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해심의 독자적 양식적 특징도 잘 드러난 작품이다.
문화재청은 "제작 당시의 완전한 형태 그대로 전해 조선 후기 불교 신앙과 조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적 가치를 지닌다"며 "무염과 그 유파 형성과 전승 파악 연구에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일부 존상 안에서 발견된 전적은 이미 2006년 4월 보물 영광 불갑사 불복장 전적으로 지정된 바 있다. 존상 속 복장유물은 존상과 함께 일괄 보존·관리하기 위해 이번에 보물로 함께 지정됐다.
'해남 은적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은 둥글고 양감 있는 얼굴, 사실적 인체 비례, 추켜세운 오른손 검지를 왼손으로 감싸 쥔 지권인의 양식 등 신라 9세기대의 양식을 충실히 반영한 작품이다.
귀 등 일부 세부표현에서 고려 초기적 요소도 관찰된다. 얼굴 표정에 종교적 숭고미가 잘 표현되어 있는 등 예술적 완성도가 높다.
이 불상은 금동불에서 철불로 전환되는 시점에 제작된 비교적 이른 시기 철불상으로 판단되므로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
통상, 철불은 분할주조법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주조흔적이 발생한다.
이 불상은 주조흔적을 최소한으로 나타내고자 수직으로 내려오는 옷깃을 따라 틀을 이어 붙이는 등 여러 측면에서 기술적 고려가 세심하게 이뤄져 마무리 완성도가 높다.
역사적으로 고난을 겪는 과정에서 무릎 부분이 결손됐다. 무릎 외에 나머지 부분은 큰 결함이나 결손 없이 온전히 남아있다.
국가유산청은 "현존 부분만으로도 신라 말 고려 초 조형성과 예술성을 갖춘 우수한 불상"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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