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틱, 글로벌 바닥재 기업 '녹수' 4500억 인수 SPA
창업자 고동환 대표는 지분 35% 매각 않기로
모림 지분 전량 기준 기업가치는 7000억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
사모펀드(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가 글로벌 바닥재 기업인 녹수를 품었다. 인수 협상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이다.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글로벌 PEF 운용사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이 보유한 녹수 모회사 모림 지분 65%를 4500억원대에 인수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SPA)을 지난 16일 체결했다. 4월 우선인수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4개월 만에 인수 가격과 구조 등에 대한 최종 협의를 마쳤다. 모림의 지분 전량 기준 기업가치는 7000억원을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기업결합심사에 문제가 없을 경우 9월 내로 거래가 완료될 전망이다.
나머지 지분 35%를 들고 있는 창업자 고동환 대표는 매각 없이 지분을 유지하기로 했다. 대신 스틱의 인수 SPC에 일부 지분 투자를 단행하기로 했다. 당장의 투자회수보다는 스틱이 향후 녹수 경영권 매각에 나설 때 함께 프리미엄을 공유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고 대표는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면서 회사 경영과 함께 글로벌 영업, 볼트온 인수합병(M&A)을 도맡을 예정이다.
TPG는 2017년 12월 녹수 모회사 모림을 인수한 후 약 6년 만에 투자를 회수하게 됐다. 당시 경영권 지분 65%를 3600억원에 인수했다. 작년 기업가치 1조원에 매각을 시도했다가 무산된 뒤 올해 다시 매각을 추진했다.
스틱은 작년 약 2조원 규모로 결성한 스틱오퍼튜니티3호 펀드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TPG가 과거 단행한 기존 인수금융도 비슷한 조건으로 승계받기로 했다. TPG는 당시 하나은행과 하나증권으로부터 2500억원을 연이율 3~4%에 대출받았다. 대주단은 현재 시장금리보다 낮은 조건이라도 계약 유지에 이점이 있다고 보고 스틱의 승계에 합의했다.
1994년 설립된 녹수는 바닥재 전문 기업이다. 작년 매출이 2591억원, 영업이익이 310억이다. 매출의 90%는 해외에서 비롯되는데 바닥재 선진시장인 미국과 유럽에 주로 제품을 수출한다.
상업용 럭셔리비닐타일(LVT) 시장에선 시장 점유율이 20%에 이르는 세계 1위 사업자다. LVT는 2028년까지 연평균 1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이다. LVT는 품질과 내구성에 비해 유지관리와 보수 비용이 낮고 설치가 쉬워 카펫, 세라믹, 나무, 라미네이트 등 기존 바닥재 제품을 빠르게 대체해왔다. 코로나19 이후 위생관리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그동안 카펫을 고집해왔던 고급호텔들도 LVT를 바닥재로 쓰는 경우가 늘었다.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 공항 라운지, 에르메스 파리 매장 등에서 쓰인다. 상대적으로 LVT를 적게 써왔던 헬스케어와 교육 분야 기업들도 이용률이 늘었다.
녹수는 이 LVT 중에서도 가장 고부가 제품으로 평가받는 LLT를 최초로 상용화한 업체다. LLT는 유리섬유를 사용해서 내구성을 강화한 제품인데 접착제 없이도 시공이 가능하다. 방음과 방수에 능해 특히 상업용 시설에서 선호되고 있다. TPG가 인수했을 당시만 해도 미국 LVT 시장에서 LLT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4.7%에 이른다. 2028년엔 6.4%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녹수보다 20% 가량 저렴한 가격으로 물량 공세에 나선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 향후 관건이다. 스틱은 프리미엄 라인으로 차별화하되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 호치민 생산 공장을 주력으로 가동해 원가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녹수는 베트남을 비롯해 국내와 미국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국내 공장은 짧은 시간 안에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고,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은 '미국 내 리쇼어링' 정책에 맞춰 생산이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스틱인베스트먼트 측은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우수한 실적을 낸 경영진에 대한 신뢰와 중국과 경쟁하던 범용재인 바닥재를 차별화한 직원들의 역량을 높게 사 인수를 결정했다"면서 "특히 녹수의 성공 스토리에 있어 중요한 축인 고동환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면서 스틱과도 파트너십을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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