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문수, 제주 4·3에도 “좌익 폭동”···정부 공식사과 모르쇠?
뉴라이트·극우 ‘4·3 헐뜯기’ 주장과 유사 인식
한국 정부 ‘국가폭력 사과’ 공식입장과 엇박자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제주 4·3사건을 두고 “좌익을 중심으로 한 폭동”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방 직후 이념 갈등과 국가폭력 때문에 민간인들이 희생됐다는 맥락을 빼고 ‘색깔론’만 강조한 것이다. 국가폭력을 인정하고 사과한 정부 입장과도 결이 다르다.
22일 취재를 종합하면, 김 후보자는 2018년 8월12일 보수 개신교 계열 교회인 인천 남동구 사랑침례교회에서 ‘대한민국의 위기와 기독교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4·3사건을 두고 “기본적으로 대한민국 건국을 위한 제헌 국회의원 선거 실시를 반대하는 제주도민들의, 좌익을 중심으로 일으킨 폭동이 4·3 폭동”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굉장히 불행한 일인데 설명하려면 너무 복잡하다”면서도 “(해방 이후) 남쪽만 선거를 했는데, 제주도에서는 우리 제주도는 못한다(고 했다)”며 “북한은 소련군하고 나갔고, 제주도는 폭동을 일으킨 게 4·3 폭동”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의 발언은 4·3사건을 ‘이념 갈등으로 인한 무장충돌과 국가폭력으로 민간인이 학살당한 사건’으로 보는 정부와 학계 일반의 인식과 대비된다.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4·3특별법)’은 4·3사건을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충돌과 그 진압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으로 정의한다.
4·3 특별법에 따라 작성된 ‘제주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는 군과 경찰,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 서북청년회, 이승만 전 대통령, 미군정 모두 4·3사건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 보고서는 4·3사건으로 당시 제주도민의 10분의 1 이상인 2만5000~3만명이 희생됐다고 추산했다.
한국 정부도 ‘국가권력의 잘못’을 인정하고 2003년 공식 사과했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제주를 방문해 “정부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하겠다”며 “과거 국가권력의 잘못에 대해 유족과 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8년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지난 4월3일 추념식에서 “정부는 공식 사과와 함께 진상조사와 희생자 신고접수를 추진했고, 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사건 중 처음으로 국가보상도 시행하고 있다”며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의 아픔을 위로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라고 했다.
뉴라이트·극우 진영은 4·3 사건을 남로당의 무장봉기에만 초점을 맞춰 ‘폭동’이라 불러 여러 차례 논란을 빚었다. 우리공화당 등은 지난해 3월 제주도 곳곳에 “제주 4·3사건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하며 김일성과 남로당이 일으킨 공산폭동이다”라는 현수막을 내걸어 비판을 받았다.
양성주 제주4·3희생자유족회 부회장은 지난 19일 제주도의회에서 열린 ‘22대 국회 4·3특별법 개정 공동 토론회’에 참석해 “4·3에 대한 폄훼와 왜곡은 희생자와 유족들에게는 생명의 위태로움을 느꼈던 지난날의 공포가 밀려오는 언어폭력”이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지난 1일 인사청문준비단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극우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의에 “제가 이야기하면 전부 종북(몰이)이라고 말하는 것은 일방적인 딱지 붙이기”라고 했다. 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2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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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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