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장 열대야 계속…올해는 '처서의 마법'도 없다? [스프]

안혜민 기자 2024. 8. 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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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폭염과 열대야1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요즘 날씨 참 덥고 습하죠. 지난 19일에 발생한 제9호 태풍 종다리 덕에 전국 대부분에 비가 오면서 뜨겁게 달궈졌던 열기는 조금 식은 것 같지만 습한 날씨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태생이 약한 태풍이었던 종다리는 발생한 지 하루 만에 열대저압부로 약화되었고, 습한 기운만 남겨주고 떠나버렸습니다.

워낙 이번 여름이 덥다 보니까 과거 2018년 폭염, 1994년 폭염이 소환되는 모습입니다.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에선 이번 2024년 여름의 폭염을 다양한 데이터를 가지고 정리해 봤어요. 과거 폭염과는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비교도 해보고, 이번 폭염이 도대체 언제까지 가게 될 건지도 한 번 가늠해 봤습니다.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과연 올해에도 처서 매직이 통할 수 있을까?

2024 폭염과 열대야, 도대체 얼마나 대단하길래?

과거에 한반도에 들이닥친 폭염과 열대야를 비교하기 위해 마부뉴스는 기상청의 기상자료개방포털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기상자료개방포털에서는 전국 단위의 폭염일수, 열대야일수 데이터를 제공해주고 있거든요. 전국 단위로 데이터를 볼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시점은 1973년입니다. 바로 이때부터 기상관측망이 전국적으로 확충되었죠. 전국 62개 지점의 데이터로 산출된 평균을 가지고 1973년부터 2024년까지의 폭염일수와 열대야일수를 비교해 봤습니다.

참고로 폭염일수에는 하루의 최고기온이 33℃ 이상을 기록한 날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열대야일수에는 밤의 최저기온이 25℃ 이상인 날이 포함되죠. 열대야에서 이야기하는 밤은 당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아침 9시까지를 의미합니다. 참고로 밤의 최저기온이 30℃ 이상일 정도로 너무 더운 경우는 '초열대야'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초열대야는 기상청의 공식적인 표현은 아닙니다.


왼쪽에는 열대야일수를, 오른쪽에는 폭염일수를 원의 크기로 나타내봤습니다. 원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그 해에 폭염이나 열대야가 더 많았다는 의미입니다. 일단 폭염부터 정리해 볼게요. 2024년 폭염일수는 8월 21일 기준으로 전국 평균 20.8일입니다. 1991년부터 2020년까지 30년간의 평균 폭염일수는 10.5일. 평년 폭염일수와 비교하면 거의 2배 정도 차이나는 기록이죠. 심지어 아직 여름이 끝나지도 않았으니 이 기록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52년간의 여름 중에서 2024년의 폭염은 어느 수준일까요? 8월 21일 기준, 2024년 여름은 폭염일수 4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역대 가장 많은 폭염일수를 기록한 여름은 2018년 여름입니다. 2018년 여름엔 31일 동안 전국 평균 최고기온이 33℃ 이상을 기록했었습니다. 2위는 29.6일을 기록한 1994년 여름이었고요. 3위가 2016년의 22일이었는데, 아마 이번 여름이 역대 3위까지는 올라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음은 열대야입니다. 올해 여름 열대야일수는 8월 21일 기준으로 17.8일을 기록 중입니다. 평년의 열대야일수 6.3일의 2배가 넘는 숫자죠. 17.8일이라는 숫자는 역대 52년간의 여름 중에서 가장 긴 열대야일수로, 전국 열대야일수가 17일을 넘긴 건 올해가 처음입니다. 올해 전까지 가장 많은 열대야일수를 기록한 여름은 1994년이었는데, 1994년 기록이 16.8일이었습니다. 열대야가 풀릴 기세가 보이질 않고 있어서, 올해 여름의 기록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올해 열대야는 지역별 기록도 갈아치우고 있어요. 일단 서울에선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올해 열대야가 가장 빨리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최장 연속 기록도 계속 갈아치우고 있죠. 서울에서는 7월 21일부터 8월 20일까지, 무려 31일 연속으로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서울뿐 아니라 제주, 인천, 부산에서도 최장 열대야 연속일수 기록이 세워지고 있어요. 참고로 역대 최장 연속 열대야는 2013년 서귀포의 49일 연속 열대야인데, 과연 올여름이 이 기록을 깰 수 있을까요?
Q. 초열대야 상황은 어떤가요?

지난 7월 28일, 강원 지역을 중심으로 밤 최저기온이 30℃를 넘긴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강원 속초와 강릉의 밤 최저기온은 각각 30.6℃ 와 30.4℃를 기록했죠. 이후에도 강릉에서는 초열대야가 세 번이나 더 연달아 발생했습니다.

이렇듯 초열대야는 주로 강원도에서 발생하고 있죠. 그 이유는 뜨거운 남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어가며 더 뜨거워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난 곳도 강원 지역이었고요. 2013년 8월 8일에 강릉의 아침 최저기온이 무려 30.9℃! 이번 초열대야도 다른 의미에서 최초의 기록을 세웠습니다. 7월에 초열대야 현상이 나타난 건 지난 29일 강릉과 속초가 처음입니다. 8월이 아닌 7월에 초열대야가 나타날 정도로 올여름 무더위가 엄청나다는 거죠.

올여름 폭염과 열대야의 원인은?

역대 여름 중 열대야는 1위, 폭염은 4위를 기록 중인 2024년 여름. 도대체 왜 이렇게 후텁지근한 걸까요? 7월 말까지 이어진 기나긴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시작된 폭염과 열대야의 배후엔 한반도에 위치한 두 고기압 덩어리가 있습니다. 하나는 북태평양 고기압이고, 또 다른 하나는 티베트 고기압입니다. 여름에 영향을 주는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고기압은 아마 독자 여러분들도 많이 들어봤을 겁니다.

티베트 고기압은 이름 그대로 티베트에서 만들어지는 뜨거운 고기압인데, 이 고기압의 세력이 커지면서 여름철 북태평양 고기압과 합쳐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올해 여름이 딱 이런 상황이죠. 현재 한반도 대기 상층에는 티베트 고기압이, 하층부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중 티베트 고기압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북쪽에서 내려오는 찬 공기를 막고 있습니다. 그리고 정체된 고기압들이 열기를 쌓아두고 있어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거고요.

열대야가 계속 이어지는 건 이런 더운 공기에 더해 수분이 넘쳐나기 때문입니다. 공기 중에 수분이 많아 습도가 높으면 낮과 밤의 온도가 크게 안 변하거든요. 그런 상황에 더해 밤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고온다습한 남풍이 불어오고 있는지라 역대 최장기 열대야 시즌을 맞이하고 있는 거죠. 열기를 식혀줄 것으로 기대한 태풍 종다리마저도 도리어 남쪽의 덥고 습한 수증기를 끌고 온 셈이 되어버렸습니다.

입추와 처서, 그리고 태풍도 역부족?

하루라도 빨리 이 무더운 폭염이 끝나면 좋으련만... 일단은 지난 '입추 매직'은 소용없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기대해 볼 건 바로 8월 22일인 처서입니다. 마부뉴스가 2000년부터 2023년까지 처서를 기준으로 전후 일주일 동안의 전국 평균 기온을 분석해 봤는데, 24년 중 딱 3년을 제외하곤 모두 평균기온이 줄어들었더라고요. 입추와 처서만 되면 귀신같이 선선해지는 마법 같은 '처서 매직'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면 올해도 처서가 폭염을 끝내줄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전문가들은 그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24절기는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구분하는데, 태양의 위치에 따라 지구가 받는 에너지의 양이 달라지면서 기온이 변화하게 됩니다. 처서가 지나면 과거에 비해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태양복사에너지의 양은 줄어들지만, 여전히 고온다습한 수증기가 버티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뜨거워진 열기를 열돔이 꽉 붙잡고 있으면, 온도가 크게 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올해 처서 이후 드라마틱한 기온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얘기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안혜민 기자 hyemin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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