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습 후 첫 야외유세 나선 트럼프 ‘방탄 유리’ 둘러싸인 채 연설
“취임 직후 평화 복원… 군대 보낼 필요 없이 전화 한 통이면 돼”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 공화당 후보로 출마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총기 피격 후 40일 만에 처음으로 야외 유세에 나섰다. 21일 대선 격전지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버러에서 열린 유세의 연단은 투명한 방탄유리로 둘러싸여 있었다. ‘경호 실패’ 비판을 받아온 비밀경호국은 현직 대통령·부통령에게만 제공했던 야외 방탄 유리막을 트럼프에게도 사용하기로 결정했었다. 비밀경호국은 피격 이후 트럼프 캠프 측에 야외 행사를 중단할 것을 권고했고, 캠프는 이에 따라 실내에서만 유세를 해 왔다.
이날 주변 곳곳에 저격수가 배치되고 컨테이너가 행사장을 에워싸는 등 보안이 한층 강화된 모습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주변 건물 옥상에 제복 차림의 요원이 적어도 다섯명 있었고 일부는 저격용 소총을 들고 있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연설 주제는 외교안보 정책이었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선서 후 성경에서 손을 떼는 순간 나는 미국을 최강의 힘(maximum strength)으로 복귀시키고 세계 평화를 회복할 것”이라며 “전화 한 통이면 그렇게 할 수 있다. 군대를 보낼 필요도 없다”고 했다. 이어 “대선에서 승리하면 취임 전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을 중단시키고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재임 시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 잘 지냈다고 재차 주장하면서 “그런데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느냐. 그들(중국)은 대만 공격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의 방위비 분담 문제에 대해선 “내가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을 늘리게 했다”며 “우리 동맹국은 돈을 내지 않았고 우리(미국)가 모두를 위해 지불했다. 그래서 내가 ‘여러분(동맹국)이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동맹국은 통상에서 우리를 이용하고, 우리는 그들의 군대를 위해 돈을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할 경우 한국에도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대목이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부부의 전날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을 의식한 듯 “오바마의 연설을 봤느냐”며 “오바마가 당신들의 대통령을 향해 총을 쏘고 있었다(자신을 비난했다는 의미). 미셸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이어 “그들은 항상 정책에 충실하라고, 사적으로 공격하지 말라고 말하면서 밤새 사적으로 굴었다. 그런데도 내가 정책에 충실해야 하나”라고 반문했다. 오바마 부부는 전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위한 찬조 연설에서 트럼프를 “늘 자기 문제를 갖고 징징거리는 78세 억만장자” “편협한 시각의 소유자” 등으로 지칭하며 비판했다.
트럼프는 “나보다 앞선 (대통령) 누군가가 미국의 극초음속 미사일 계획 및 제원을 러시아에 줬는데, 러시아는 그걸 만들었고 우리는 만들지 못했다”는 주장도 했다. 이어 “그 사람이 오바마였을 수도 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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