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Lab] 매일 '걷기운동' 하면서 정작 슈퍼갈 땐…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이혁기 기자 2024. 8. 2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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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부부 재무설계 2편
자차 출퇴근 마음은 편하지만
출근 때마다 교통 막힌다면
길가에 기름 버리는 꼴
막히는 요일엔 대중교통 이용
운행일지 써보면 도움 돼

하루 2시간씩 꼬박꼬박 걷기 운동을 하는 부부가 있다. 운동을 좋아하는 데다 건강을 챙기기 위해서다. 그런데 집앞 슈퍼마켓 등 가까운 거리에 갈 때면 차를 이용한다. 매일 출근할 때도 굳이 '자차'를 탄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와 한국경제교육원㈜이 부부의 '아이러니한 습관'을 들여다봤다.

가까운 거리는 자차로 이동하는 것보다 걷거나 대중교통을 타는 습관을 들이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요즘 들어 냉탕온탕을 오가는 주식 투자자들이 많다. 작은 변수에도 증시가 크게 출렁여서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한용훈(가명·38)씨와 이영하(가명·38)씨 부부는 온탕보단 냉탕에 더 오래 머물렀던 케이스다. 지난해 남편 한씨가 주식신용대출 5000만원을 더해 총 1억8000만원을 주식에 투자했지만, 현재 절반 가까이 손해를 봤다.

그러는 사이 지출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한달에 100만원 가까이 가계부에서 적자가 나고 있다. 아내는 지출을 줄여 적자를 메우고, 소질이 없는 주식 투자도 그만두길 원하지만 남편은 '못 먹어도 고'를 외친다. 의견이 갈린 부부는 답을 얻기 위해 필자에게 SOS를 요청했다.

1차 상담에서 필자가 파악한 부부의 가계부 상황은 이렇다. 부부의 월 소득은 620만원으로 중견기업을 다니는 남편이 400만원, 중소기업을 다니는 아내가 220만원을 번다. 지출로는 정기지출 474만원, 1년간 쓰는 비정기지출 월평균 94만원, 금융성 상품 150만원 등 718만원이다. 계산해 보면 한달에 98만원씩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

보유 자산은 주식 8000만원과 전세 아파트(3억원), 인터넷전문은행 저축예금 620만원, 청약저축 600만원 등 현금 1220만원이 있다. 부채는 전세자금대출(1억원)과 앞서 언급한 주식신용대출(5000만원), 신용카드 할부금(150만원)이 있다.

부부의 재무 목표는 하나다. 이른 시일 내에 적자를 최소화하고 여유자금을 늘려 재테크를 하는 것이다. 다만 재테크 방식에서 부부의 의견이 갈리고 있다. 아내는 부동산에 투자하길 원한다. 반면 남편은 기존 주식 투자 규모를 더 늘리고 싶어 한다. 이 부분에선 의견 조율이 필요하므로 좀 더 논의할 시간을 갖기로 했다.

그럼 부부의 적자 문제부터 해결해 보자. 먼저 식비(110만원)다. 1편에서 언급했듯 부부는 회사 점심값을 부부의 용돈(총 100만원)에서 해결한다. 현재 식비의 대부분이 평일 저녁과 주말 식사로 빠져나간다는 얘긴데, 한달 식비가 100만원이 넘는 만큼 과소비를 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특히 주말에 잦은 술자리와 외식을 갖는 게 식비를 불리는 주범이었다.

부부는 식비를 110만원에서 70만원으로 과감하게 줄였다. 소량으로 식재료를 구매해 일주일치 요리를 하는 것으로 배달음식 횟수를 줄였다. 맞벌이 부부인 만큼 가볍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요리들로 식단을 구성하기로 했다. 주말에도 술자리와 외식 횟수를 최대한 줄여 불필요한 식비 지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와이파이가 있다면 굳이 비싼 요금제를 쓸 이유가 없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다음은 통신비(20만원)다. 부부는 스마트폰 할부금이 있는 것도 아닌데 통신비로 한달에 8만원씩 총 16만원을 낸다. 집에 와이파이가 있고, 밖에서도 데이터를 쓸 일이 별로 없다. 고가의 요금제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이런 이유로 부부는 자신들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을 체크한 뒤 그에 맞는 알뜰폰 요금제로 갈아탔다. 한달에 3만원만 내면 15GB를 제공하는 요금제였는데, 기존 이동통신사 요금제와 비교했을 때 통화 품질이나 인터넷 속도에 별반 차이가 없어 부부가 매우 만족했다. 이에 따라 통신비는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10만원 절감됐다.

유류비·교통비(70만원)도 줄일 필요가 있다. 부부는 건강에 관심이 많다. 운동을 위해서 집 앞 강길을 따라 두시간 가까이 걷는다. 그런데 집 앞 슈퍼마켓에 갈 때는 걷지 않고 꼭 차를 이용한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출퇴근 경로에 대중교통이 잘 구비돼 있는데도 부부가 자차를 이용하는 것도 문제다. 자차로 출퇴근하는 게 지하철·버스보다 편하긴 하지만, 그만큼 발생하는 기름값도 무시할 수 없다. 교통 체증 때문에 목적지에 제때 도착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남편만 해도 일주일에 몇번씩이나 지각을 한다.

더구나 출퇴근 시간에 차를 운행하는 건 차 연비에 좋지 않다. 교통 체증 탓에 정체 상태에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그럴 때도 자동차 엔진이 계속 작동하므로 연료를 지속적으로 소비한다. 가속과 감속을 자주 반복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연료를 소비한다. 지각 문제도 그렇고, 100% 자차 출퇴근은 여러모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필자는 조금 귀찮더라도 부부에게 '자동차 운행일지'를 써보라고 조언했다. 어느 요일에 지각을 반복하는지를 체크해 몇주 정도 일지를 쓰다 보면, 자차 출퇴근을 피해야 하는 요일을 가려낼 수 있다. 하루 연료 사용량과 주유비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예산을 세워서 차를 운행하는 것도 수월해진다.

또 집 앞 마트처럼 가까운 거리는 반드시 걸어서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대중교통으로 충분히 갈 수 있는 곳도 마찬가지다. 이런 방식으로 부부는 유류비·교통비를 70만원에서 40만원까지 대폭 줄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100만원씩 나가는 부부의 용돈이다. 지인이 많은 부부는 메신저 기프티콘 서비스를 애용한다. 아메리카노부터 시작해서 조각케이크, 상품권 등 많은 선물을 기프티콘으로 지인들에게 보낸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기프티콘으로만 부부가 한달에 20만원 가까이 지출하고 있었다. 필자는 부부에게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기프티콘 사용을 일체 중단하라고 조언했다.

마찬가지로 지인과의 모임 횟수도 좀 줄이기로 했다.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갖는 걸 좋아하는 부부는 술자리 비용 외에도 대리운전 비용을 자주 지출하고 있어 자제가 필요했다. 이를 통해 부부는 용돈을 100만원에서 60만원으로 40만원 줄이기로 약속했다.

이렇게 부부의 1차 지출 줄이기가 끝났다. 부부는 식비·생활비 40만원(110만→70만원), 통신비 10만원(20만→10만원), 유류비·교통비 30만원(70만→40만원), 부부 용돈 40만원(100만→60만원) 등 120만원을 줄이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98만원 적자도 22만원 흑자로 전환됐다.

하지만 이 돈으로는 재무솔루션을 진행할 수 없다. 더 아끼고, 더 줄여야 한다. 그러려면 주식과 예금을 전부 활용해서라도 전세대출이자(25만원), 주식신용대출 이자(21만원), 신용카드 할부금(50만원) 등 고정적으로 빠져나가는 지출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주식 투자를 늘리고 싶어 하는 남편이 필자의 의견을 순순히 따라줄지는 의문이다. 부부는 만족스러운 지출 줄이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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