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하의 이게 뭐Z?] 빙그레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 대표적 AI 콘텐츠로 자리매김
※ 검색창에 ‘요즘 유행’이라고 입력하면 연관 검색어로 ‘요즘 유행하는 패션’ ‘요즘 유행하는 머리’ ‘요즘 유행하는 말’이 주르륵 나온다. 과연 이 검색창에서 진짜 유행을 찾을 수 있을까. 범위는 넓고 단순히 공부한다고 정답을 알 수 있는 것도 아닌 Z세대의 ‘찐’ 트렌드를 1997년생이 알잘딱깔센(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하게 알려준다.
인스타그램에 최적화된 디지털 매거진이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아이즈매거진, 하입비스트 등은 최신 유행 혹은 인사이트가 될 수 있는 정보를 누구보다 빠르게 전달한다. 가끔 그 속도가 너무 빨라서 깜짝 놀랄 정도다. 그 밖에 셀럽의 일상, 브랜드 컬래버레이션, 신상 맛집 등 주제에 특화된 디지털 매거진도 많다. 이런 매거진은 팔로만 해도 '지금 가장 핫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에 Z세대는 많은 디지털 매거진을 습관처럼 구독한다. 그 안에서 참고할 만한 힙한 패션을 찾기도 하고, 주말에 방문하고 싶은 특별한 장소를 발견하기도 한다. 디지털 매거진과 더불어 이번 주 Z세대에게 인사이트를 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유행을 알아보자.
뮤지컬 밈 대세에 올라탄 뮤지컬 스타
인공지능(AI) 열풍 이후 AI로 그림을 그리거나 유명인 목소리를 본뜨는 등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빙그레가 광복절을 맞아 한복을 입은 독립운동가 모습을 AI로 재현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독립운동가의 마지막 모습은 옥중 죄수복을 입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여기에 AI 기술을 적용해 고운 한복을 입은 이미지를 새롭게 만든 뒤 독립운동가 후손들에게 전달한 것이다. 이육사 시인의 딸 이옥비 여사는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던 아버지의 시 '청포도'의 한 구절처럼 "이제야 청포를 입고 (아버지가) 나를 찾아오셨다"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빙그레는 "독립운동가들의 마지막 모습이 빛을 찾은 영웅 모습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캠페인에 '처음 입은 광복'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빙그레의 이번 캠페인은 Z세대 사이에서 반응이 뜨겁다. 지난해에 이어 빙그레가 또다시 높은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진행한 의미 있는 캠페인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빙그레는 AI 기술로 학생독립운동가의 '늦은 졸업식'을 개최한 바 있다.
앞으로 AI는 다양한 콘텐츠에 더 많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런 AI 기술로 좀 더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Z세대는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빙그레가 지난해와 올해 실시한 캠페인은 AI 관련 콘텐츠의 대표 레퍼런스라고 할 수 있다.
숏폼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짧은 길이의 밈(meme)이 한 차례 크게 유행한 뒤 빠르게 휘발돼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인기인 뮤지컬 콘텐츠는 기존 공식을 깨면서 재생산에 재생산을 거듭하고 있다. 뮤지컬 배우 최재림의 "난 대학 시절 묵찌빠를 전공했다는 사실" 같은 대사나 복화술 연기가 인기를 끌면서 패러디 콘텐츠로 확산한 게 대표적이다. 이렇게 뮤지컬과 관련된 밈이 유행하면서 해당 뮤지컬을 보지 않았더라도 밈에 활용된 장면을 이해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런 트렌드에 따라 유튜브 채널 '빵송국'은 2년 전 제작했던 뮤지컬 스타 콘텐츠를 다시 이어서 제작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개그맨 이창호가 연기하는 뮤지컬 배우 '이호광' 캐릭터가 인기다. 그가 패러디한 뮤지컬 '킹키부츠' 넘버 'Land of Lola' 영상은 2주 만에 조회수 236만 회를 기록했다. 사람들은 "테무에서 산 킹키부츠 같다"는 평을 남기기도 하고, "(이호광이) 춤추는 모습이 태권도를 하는 것 같다"며 '태권 롤라'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심지어 해양수산부 공식 유튜브 계정도 "흘러흘러 여기까지 왔다"는 댓글을 남겨 웃음을 자아냈다. 빵송국의 뮤지컬 스타는 2년 전에도 물론 인기였지만, 이번 뮤지컬 밈의 부상과 함께 다시 시즌을 시작해 '유행을 완벽하게 잡아먹은 콘텐츠'가 된 것 같다.
바이럴 되는 치킨집 기름통 청소 사진
전남 광주의 한 프랜차이즈 치킨 지점은 5월 31일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인스타그램에 기름통을 청소한 사진을 찍어 올려 화제다. 치킨집 SNS에는 신메뉴 홍보 게시물이 올라오는 게 대부분인데, 이 치킨집은 매일매일 기름통을 세척한 사진만 찍어서 업로드했다. 손님들이 가장 걱정하는 청결 관련 우려를 해소할 뿐 아니라, 신기한 계정 운영 방식으로 많은 사람의 궁금증을 자아내는 효과를 낳았다. 본사 역시 이 지점 계정이 바이럴 될 때마다 댓글로 어느 지점인지를 안내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인스타그램만 봐도 믿고 주문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후 비슷한 방법으로 청결을 인증하는 요식업 계정이 생겨나기도 했다. 이런 청결 인증은 아마 요식업 자영업자의 SNS 운영에서 하나의 레퍼런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가는 선도적 콘텐츠는 Z세대로부터 항상 환영받는다. Z세대가 원하는 콘텐츠 방향성을 먼저 캐치해 제시하거나, Z세대가 따라 하고 싶은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한 이유다. 위에서 예로 든 레퍼런스들을 참고하면 지금 Z세대가 필요로 하는 인사이트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