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인 일기장도 압수수색 대상?…‘별건수색’의 함정 [김숙정의 권리장전 6회]

김숙정 변호사 2024. 8. 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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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탈’ 털리지 않으려면 압수수색 경계와 범위 제대로 읽어야

(시사저널=김숙정 변호사)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압수수색 절차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부분은 표지(영장 서식)의 다음 장부터 시작되는 '별지'입니다. 영장의 핵심 요소인 '범죄사실 및 압수수색을 필요로 하는 사유' '수색할 장소, 신체, 물건' '압수할 물건'은 대부분 "별지 기재와 같다"라고 하면서 영장 서식의 뒤에 첨부되기 때문입니다.

바로 이 별지를 통해 우리는 수사기관이 해당 사건을 어떤 범죄로 보고 있는지, 왜 압수수색이 필요한지, 그리고 사건과의 관련성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수사 방향 노출을 우려해 범죄사실 및 압수수색 필요성 부분을 최대한 간략하게 작성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로 인해 '압수할 물건'과 '범죄사실'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됐습니다.

2019년 9월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에서 검찰 관계자들이 압수 수색을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수사 방향 기재된 '범죄사실·압수수색 필요 사유'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자 범죄사실이나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좀 더 구체적으로 작성하는 추세입니다. 다만, 피의자 조사를 하기 전인 수사 초기에 압수수색이 진행될 때는 다소 개략적으로 작성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객관적인 증거를 신속하게 확보해야 한다는 목적을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그 밖에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별건 압수수색'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범죄사실에 대해 영장을 받았음에도, B나 C라는 전혀 다른 범죄사실과 관련된 물건까지 '관련성이 있다'는 취지로 압수하려고 시도할 수 있습니다.

변호인이 없는 상황에서는 관련성을 주장하는 수사기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게 이 사건과 무슨 상관이냐"는 항변조차 하지 못한 채, 지극히 사적인 내용이 담긴 일기장이나 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과 관련성이 전혀 없는 서류 등을 압수당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이는 명백히 영장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입니다. 가능한 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우선 압수할 물건을 발견하기 위해 뒤져볼 수 있는 대상이 사무실인지, 집인지, 자동차인지, 신체인지를 꼼꼼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또 판사가 수색을 제한한 부분이 있는지, 즉 삭선(중간 줄)을 그어 놓은 부분이 있는지, 그 방법에 제한을 두었는지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합니다.

'수색할 장소·신체·물건'은 정해져 있다

만약 수색하는 장소가 비밀을 취급하는 공공기관이거나 사무실이라면, 수사기관은 가급적 자발적인 의사에 의해 압수 물건을 제출(임의제출)받는 방식을 취합니다. 그래도 협조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수사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영장을 집행하도록 제한을 걸어둡니다. 이런 경우 최대한 수사에 협조해 영장에 기재된 물건들을 자발적으로 제출하겠다고 한다면, 수사기관에 의해 사무실 전체가 '탈탈 털리는' 위험은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수사기관은 '여기저기 뒤져 봐야 압수할 물건을 찾을 수 있다'는 이유로 수색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수색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반드시 영장의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함을 명심해야 합니다. 광범위한 수색은 사생활 침해의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별개의 범죄사실과 관련된 자료가 발견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별개의 범죄사실과 관련된 자료가 발견된 경우 수사기관은 그 부분에 대한 수색을 중단하고 새로운 영장을 발부받아야 합니다.

추가로 영장에 의해 압수할 수 있는 물건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휴대전화나 노트북을 가져갈 수 있는지, 현재 사용 중인 것만 해당하는지, 과거에 사용했던 것도 포함되는지, 포함된다면 그 기간은 언제부터 언제까지인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압수 대상이 문서인 경우 어떤 내용과 형식의 문서를 압수할 수 있는지, 언제부터 언제까지 작성된 문서만을 가져갈 수 있는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합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3월25일 국회 소통관에서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조국 대표는 "뉴스버스 보도에 따르면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범위를 벗어난 압수수색으로 얻은 민감한 개인정보와 폐기해야 되는 사생활 정보를 보관하고 활용하고 있다"며 "수사와 관련 없는 정보는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별개 범죄자료 발견되면 수색 중단하고 새로 영장 받아야

검사가 청구한 압수 대상 중 일부에 대해 판사가 압수를 허가하지 않았다면, 해당 부분에 삭선(중간 줄)이 그어지고 그 위에 판사의 도장이 찍혀 있을 것입니다. 만약 판사가 명백히 기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물건을 압수해 간다면, 압수수색 처분에 대한 준항고를 제기해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수사기관이 "관련성 여부를 현장에서 판단하기 어렵다"며 일단 압수하고 나중에 이의제기를 하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사후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만, 압수수색 과정에서 범죄사실과 관련성이 없는 부분까지 노출되는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합니다.

다음 칼럼에서는 압수영장의 제시, 사본의 교부, 압수목록이나 증명서 교부 등의 절차에 대해서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간과하기 쉬운, 그러나 매우 중요한 권리에 관한 내용입니다. 이 절차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하는 바람에 '눈 뜨고 코 베인' 상태로 상담을 오시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게 되는데, 사후적으로라도 적절하게 방어권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다음 칼럼도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숙정 법무법인 LKB 변호사

■ 김숙정 변호사 약력

김숙정 변호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1호 검사 출신이다. 2012년 제1회 변호사 시험 합격 후 수원지검 성남지청에서 처음 검복을 입었다. 이후 국회 보좌관을 거쳐 2021년 공수처 출범 당시 몸을 담았다. 2022년 공수처장 1호 표창을 받았고 2023년 공수처 1호 우수검사로 선정됐다. 2023년 말 공수처를 떠나 법무법인 LKB에서 수사대응팀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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