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캐즘 구원투수' 캐스퍼 일렉트릭, 포비아까지 잠재울까
페달 오조작 안전장치 탑재...배터리는 LG엔솔 합작사 제품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캐스퍼 일렉트릭은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극복하고자 야심 차게 마련한 저가형 전기차다. 최근 인천 전기차 화재로 포비아(공포증)가 겹쳤지만, 이상 징후를 감지하는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을 탑재하며 안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9일 경형 내연기관 모델에서 휄베이스(축간거리)를 늘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로 업그레이드한 캐스퍼 일렉트릭을 공식 출시했다. 현대차는 지난 6월 부산모빌리티쇼에서 캐스퍼 일렉트릭을 처음 공개했다.
<더팩트>는 20일 오전 경기 고양시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경기 파주시 헤이리 예술마을 한 카페까지 왕복 60km 구간을 주행하며 캐스퍼 일렉트릭 성능을 직접 체험해 봤다. 캐스퍼 일렉트릭 전장(차 길이)은 3825mm, 전폭 1610mm, 전고 1610mm, 휠베이스 2580mm다.
외형은 전반적으로 기존 내연기관과 유사했다. 큰 기대 없이 시선을 옮기려던 순간, 앞면 방향 지시등(턴 시그널)과 면발 주간주행등(DRL)에 적용된 '픽셀 모양 그래픽'이 눈에 띄었다. 매력적이었다. 뒷면 정지등(테일&스톱 램프)도 픽셀 모양 그래픽이 적용돼 통일성을 이뤘다.
실내는 기존 내연기관보다 휠베이스가 커지고 전장이 길어진 점이 특징이었다. 성인 남성 평균 체격인 취재진이 뒷좌석에 앉아도 넉넉한 공간감이 있었다. 2명은 더 앉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트렁크도 넓다는 인상을 줬다. 운전석에 앉은 뒤 안전띠를 착용하자 아늑했다.
현대차 전기차 아이오닉5에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적용된 것과 달리 캐스퍼 일렉트릭은 내연기관과 같은 일반 사이드미러였다. 다소 어색할 수 있는 디지털 사이드미러가 아닌 일반 사이드미러를 통해 옆 차선 상황을 파악하며 안정적인 운전을 할 수 있었다.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하자 전기차 특유 소리가 귀에 맴돌았다. 주행에 무리를 주지는 않았으나 다소 신경 쓰일 수 있다는 생각도 했다. 기계식 자동 변속 레버가 아닌 칼럼식 변속 레버(SBW)는 주행하는 데 편리함을 줬다. 도심을 주행할 때 적합한 차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포테인먼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주행 가능 거리는 보면 볼수록 놀라웠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49kWh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가 탑재돼 완충되면 최대 315km를 주행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 충분한 주행 거리를 제공할 것 같았다.
파주 헤이리 예술마을 한 카페에 도착해 현대차 직원이 직접 페달 오조작 안전보조(PMSA) 장치를 시연했다. 지난달 60대 남성이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역주행 사고를 내 9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일이 있었다. 이에 페달 오조작 안전보조 중요성이 부각됐다.
캐스퍼 일렉트릭 차량이 1m 이내 앞 장애물을 인지한 상태에서 직원은 풀 액셀을 밟았다. 그러자 토크를 저감한 뒤 제동을 걸었다. 화면에는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잘못 밟은 상태로 감지돼 보조 기증이 작동하는 중입니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십시오'라는 문구가 떴다.
현대차 관계자는 "PMSA 작동 조건은 정차와 정차 후 출발 전후방 1m 이내 장애물이 있을 때"라며 "0.25초 이내에 100% 가속 페달을 입력할 때, 지면 기울기가 25도 이하일 때, 조향각이 430도 이하일 때 작동한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인천 전기차 화재 영향으로 전기차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다.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에 탑재된 NCM 배터리가 LG에너지솔루션과의 합작법인 HLI그린파워가 생산한 제품이라고 밝히며, 수준 높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건 현대차 배터리셀개발실장은 "전동화 전 라인업에 배터리를 양산하는 업체는 현대차가 유일하다. 배터리 제조사를 공개하는 성장통을 겪고 있으나 휴대전화가 유선전화로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성장통 이후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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