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가 ‘역사적 더블’이라고 절찬한 메시의 빼어난 업적은?[최규섭의 청축탁축(清蹴濁蹴)]
“Historic Double!(역사적 더블)”
FIFA[국제축구연맹]가 한 위대한 선수의 빼어난 업적을 되새기며 극찬한 글의 표제어다. FIFA 월드컵 역사에 굵은 한 획을 그은, 오직 그만이 열고 밟은 기념비적 지평을 기리려는 뜻이 함축돼 있음이 엿보이는 글귀다.
누구를 이토록 격찬하고 있을까? 월드컵 역사에 첫걸음을 내디뎠고, 어쩌면 다시는 나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눈부신 발자취를 남긴 주인공은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37)다. ‘El Pibe de Oro(엘 피베 데 오로: The Golden Boy)’가 연 새 지평, 곧 월드컵 골든 볼 2회 수상은 다른 선수에겐 꿈꾸기조차 버거운 몽상일는지 모른다.
두말할 나위 없이 월드컵은 전 세계 으뜸의 축구 대제전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오르고 싶은 무대요, 누리고 싶은 향연이다. 자국의 명예를 선양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뭇 스타들의 경연장이요, 각축장이다. 그들은 마지막 한 점을 찍기 위하여 지닌 역량을 쏟아붓는다. 그 야망은 우승 쟁취와 골든 볼 획득으로 구현된다. 즉, 개인적으로 가장 선망의 대상은 골든 볼이다.
이 맥락에서도, 메시가 이 시대 최고 선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이 뚜렷이 나타난다. 이제껏 골든 볼을 한 번이라도 손안에 움켜쥔 월드 스타는 열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 그만큼 희소성을 갖춘 최고 가치의 상이다. 그런데 메시는 두 번씩이나 품에 안았다. 물론, 메시가 최초일뿐더러 유일하다.
월드컵 역사를 거론할 때, 메시를 불가결의 필수 요소로 손꼽아야 하는 배경이다. 2026 북중미 3개국(미국-캐나다-멕시코) 대회를 앞두고 매주 한 번씩 역대 월드컵 기록을 조명하는 연재를 시작한 FIFA가 그런 메시에게 ‘헌사’를 보냄은 지극히 당연한 듯싶다. 이번 주 주인공으로 메시를 낙점한 FIFA는 “그가 어떻게 유일하게 두 번의 아디다스 골든 볼을 수상하게(the only two-time adidas Golden Ball winner) 되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라며 자세한 과정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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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 골든 볼 2회 수상 신기원 이뤄… 월드컵 역사에 홀로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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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메시는 첫 골든 볼을 안았다. 첫판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전(2-1 승) 결승골을 비롯해 그룹 스테이지(F)에서만 4골을 터뜨리는 기염을 토했다. 16강 스위스전(1-0 승)에선, 연장 후반 13분 앙헬 디 마리아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아르헨티나를 결승까지 이끈 선봉장으로 맹활약했다. 그러나 결승 독일전(0-1 패)에서, 연장 후반 8분 마리오 괴체에게 결승골을 얻어맞아 눈앞에서 우승의 꿈이 물거품처럼 스러졌다.
그래도, FIFA 테크니컬 스터디 그룹은 메시를 골든 볼 수상자로 낙점했다. 그러나 메시는 기쁨보다는 우승을 놓친 한이 더 컸다. “최고다. 그러나 챔피언은 아니다.” 시상식에서, 슬프고 분했던 심정을 엿볼 수 있었던 메시의 독백은 골든 글러브를 수상하고 곁에 서 있던 마누엘 노이어(독일)의 귀에까지 들렸다.
8년 뒤, 메시는 기필코 ‘두 마리 토끼’ 사냥의 꿈을 이뤘다. 아르헨티나 우승의 일등 공신으로 자리했음은 물론, 골든 볼까지 거머쥐었다. 7골 3어시스트, 카타르 대회를 수놓은 혁혁한 전과였다. 어시스트와 키패스는 1위(공동)였고, 득점은 2위였다. 특히, 결승 프랑스전(연장 3-3 무, 승부차기 4-2승) 2골을 비롯해 녹아웃 스테이지 4경기 모두 골(5)을 터뜨리는 무서운 폭발력은 나이(35)를 잊은 듯한 노익장의 열정과 투혼이 엿보인 부분이었다. 이전 역대 대회에서, 녹아웃 스테이지 전 경기 득점은 다섯 명만이 기록했을 뿐이다.
이로써 1930년 우루과이에서 발원한 월드컵 92년 역사에서, 메시는 유일하게 골든 볼 2회 수상의 신기원을 이뤘다. 아울러 두 번째 수상으로, 20년 동안 골든 볼에 뿌리내렸던 징크스를 깼다. 1998 프랑스 대회부터 2018 러시아 대회까지 마치 철칙처럼 굳어졌던 “우승국은 골든 볼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다”라는, 챔피언에 내린 저주를 역사의 저편으로 날려 버렸다(표 참조).
1982 스페인 대회 때 처음 제정된 골든 볼은 1994 미국 대회까지만 해도 주로 우승국에서 수상자가 나왔다. 이 기간에 열린 네 번의 대회 중 1982 스페인(파올로 로시·이탈리아), 1986 멕시코(디에고 마라도나·아르헨티나), 1994 미국(호마리우·브라질) 등 세 번은 챔피언이 골든 볼 수상자를 배출했다. 1990 이탈리아 대회에서만, 챔피언이 아닌 나라에서 수상자가 나왔다. 득점왕(6골)으로 골든 슈를 차지한 살바토레 스킬라치(이탈리아)가 골든 볼까지 거머쥐었다. 홈그라운드에서 열린 당시 대회에서, 이탈리아는 3위에 오른 바 있다.
메시는 우리 나이로 서른여덟 살이다. 축구 선수로선 ‘할아버지’라고 할 만한 나이다. 2024 CONMEBOL[남미축구연맹] 코파 아메리카(6~7월)에서도 아르헨티나를 정상으로 이끌며 건재를 과시했으나, La Albiceleste[라 알비셀레스테: 아르헨티나 축구 국가대표팀 별칭] 은퇴설이 솔솔 흘러나온다. 메시가 언제 국가대표팀에서 물러난다는 의사를 표명해도 이상할 게 없는 시점이다. 그러나 메시가 월드컵 무대에서 내려올지라도, 그가 세운 빛나는 기록은 쉽사리 깨지지 않을 듯싶다.
전 베스트 일레븐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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