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사 불법구금' 김용태 전 의원, 44년만에 진실규명…"위법한 공권력 행사"

재산헌납 및 국회의원직 사퇴강요 등 위법 사항 확인
진화위 "피해자·가족에 사과…명예회복 조치" 권고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합수부)에 불법 구금됐다가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고(故) 김용태 전 의원에 대해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원회)가 44년 만에 진실규명 결정(피해자 인정)을 내렸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열린 제85차 위원회에서 '합수부에 의한 불법구금 등 인권침해 사건’을 중대한 인권침해로 판단하고 진실규명으로 결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1980년 계엄사령부 합수부가 공화당 소속 5선이었던 김 전 의원과 대전에서 골재채취 사업을 하고 있던 김 전 의원의 동생을 불법구금한 뒤 김 전 의원으로 하여금 국회의원직을 사퇴하도록 하고, 형제의 재산을 강제로 헌납받은 사건이다.

진실화해위원회는 이 사건과 관련해 국가기록원, 법원, 국군방첩사령부, 1기 진실화해위원회 조사자료 등에서 입수한 사건 관련 자료를 분석, 조사했다.

조사 결과, 신군부는 1980년 5월31일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한 후, 이른바 정치쇄신·공무원 숙정·사회정화 등의 명분을 내세워 정치·사회적 반대 세력에 대한 탄압에 나섰으며, 이 사건도 이 같은 배경에서 벌어졌다.

합수부는 김 전 의원을 1980년 7월17일에 강제 연행한 후 38일 동안, 그의 동생 김모씨는 1980년 7월22일 강제 연행한 후 약 46일 동안 불법구금한 상태에서 부정축재 및 개인비리 조사 등 위압적인 수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 형제는 억압된 상태에서 재산헌납기부서를 제출했다. 이후 김 전 의원은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후인 8월23일 석방됐다. 그의 동생은 그보다 한 달 뒤인 9월12일 석방됐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가 강압으로 국회의원직 사퇴서를 받은 것은 의사결정의 자유 및 공무담임권을 침해한 것으로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강압으로 얻은 서류를 토대로 법원에 제소 전 화해를 신청해 재산에 대해 소유권이전등기 절차를 이행한 것은 의사결정의 자유 및 재산권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봤다.

진실화해위원회는 국가의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서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이들에 대한 피해와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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