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첫 해 마무리 맡은 고졸 루키, 최연소 기록은 모두 갈아치우는 중…두산 김택연 “나 때문에 지고, 이길 수 있잖아요”[스경X현장]
9회가 되자,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가 마운드에 올랐다.
21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두산 마무리 투수 김택연(19)은 5-2로 앞선 9회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이재현을 범타로 처리한 김택연은 대타 이병헌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웠다. 삼성이 또 꺼내 든 대타 카드 윤정빈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지만 김지찬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하면서 2루로 향하던 윤정빈의 아웃을 이끌어내 이닝을 끝냈다.
올시즌 삼성을 상대로 처음으로 세이브를 올린 김택연은 역대 최연소 전구단 상대 세이브를 올렸다. 이날 19세2개월18일의 김택연은 KIA 정해영이 2021년 7월2일 광주 두산전에서 19세10개월9일에 달성한 이 기록을 더 앞당겼다. 또한 시즌 16번째 세이브를 올리며 고졸신인 최다 세이브 타이도 달성했다. 2006년 롯데 고졸신인 나승현이 16세이브를 기록한 바 있다.
인천고를 졸업한 뒤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2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김택연은 처음에는 중간 계투로 시작했다가 두각을 드러내며 마무리 자리를 꿰찼다. 5월21일 잠실 SSG전에서 첫 세이브를 올린 김택연은 이후에도 두산의 뒷문을 든든히 지켜나갔다. 7월23일 잠실 키움전에서는 역대 최연소 10세이브 기록을 썼다. 21일 현재 세이브 부문 리그 1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택연은 쟁쟁한 마무리 선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제는 김택연이 등판하는 한 경기, 한 경기가 새로운 역사가 된다.
정작 본인은 덤덤했다. 김택연은 “삼성 상대로만하면 전구단 세이브 달성이 되는건 알았는데 최연소 기록인 건 몰랐다”며 “좋은 기록을 또 하게 되어서 기분이 좋다”고 했다.
최근 등판이 잦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괜찮다”고 했다. 그는 “이렇게 던지기 전에는 많이 쉬기도 했었다. 4일에 한 번씩 나간 적도 있다”라며 “누구나 경기에 나가면 힘든 건 당연하다. 얼마나 잘 회복하느냐에 따라 컨디션을 좌지우지한다고 생각한다. 힘들었을 때는 그만큼 더 쉬고 있기 때문에 괜찮다”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프로 무대에 입단할 때까지만해도 자신이 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라고 상상하지도 못했다. 지금은 마무리 보직에 대한 책임감도 잘 알고 있다. 김택연은 “나 때문에 지고, 이길 수도 있는 보직이다보니까 하루하루 잘 해야할 것 같다. 진짜 책임감있게 던져야하고 지금은 순위 싸움에 있어서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더 집중해서 던지고 있다”고 했다.
김택연의 활약에 이미 신인왕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김택연은 “시즌 전에는 목표를 세워뒀지만 시즌 중반을 넘기며 신경을 안 쓰게 됐다”며 “목표에 앞서 내가 해야될 것들, 이를테면 다치지 않는 것 등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프로 데뷔 첫 해부터 마무리 투수의 매력에 한껏 빠져들었다. 김택연은 “마무리 투수는 이기는 상황에만 던질 수 있고, 가장 믿음이 있는 투수 아닌가. 팀의 승리를, 마지막에 지킬 수 있다는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답했다.
포항 |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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