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넘어 불꽃샷, 내 나이가 어때서
서른살을 넘어 절정기를 맞은 두 여자골퍼가 한국과 미국에서 눈부신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배소현과 로런 코글린(미국)은 지난주 한국 KLPGA 투어와 미국 LPGA 투어에서 나란히 우승을 거뒀다. 배소현은 더 헤븐 마스터즈에서 3명 연장전 끝에 서어진, 황유민을 꺾고 우승컵을 들었고 코글린은 ISPS 한다 스코티시 여자오픈에서 파리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에스더 헨젤라이트(독일)를 4타차로 제치고 우승했다.
둘은 공통점이 많다. 태어난 해는 다르지만 만 31세로 같은 나이에 정규투어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고 빠른 시간 안에 두 번째 우승을 추가하며 올 시즌 다승자로 올라섰다. 장타력과 정교한 아이언샷, 쇼트게임, 풍부한 경험 등을 묶어 생애 최고시즌을 보내며 메이저 타이틀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배소현은 지난 5월 E1 채리티 오픈에서 1부 투어 154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거둔 뒤 3개월도 채 지나지 않아 8번째 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을 거뒀다. KLPGA투어 사상 가장 많은 나이로 생애 첫 우승을 올리더니 ‘첫승보다 더 중요하다’는 두 번째 우승을 재빨리 달성하고 이예원, 박현경(이상 3승), 박지영(2승)에 이어 시즌 4번째 다승자가 됐다. KLPGA투어에서 30대에 첫 우승과 다승을 거둔 선수는 그가 처음이다.
2011년 KLPGA 입회 이후 3부, 2부 투어를 거쳐 2017년 정규투어에 올라선지 8시즌 만에 기량을 활짝 꽃피운 배소현은 지난해 상금 3억 1481만원(35위)을 훌쩍 뛰어넘어 5억 1477만원(8위)을 챙겼고 세계랭킹도 87위로 끌어올려 처음으로 100위 안으로 진입했다.
코글린은 이달초 캐나다 내셔널 타이틀 대회 CPKC 여자오픈에서 LPGA 7번째 시즌, 101번째 대회 만에 첫 우승을 거뒀고 3주 뒤 2개 대회만에 두 번째 우승을 더했다. 넬리 코르다(6승), 해나 그린(2승)에 이어 올시즌 3번째 다승자가 된 그는 셰브론 챔피언십 공동 3위, 에비앙 챔피언십 4위 등 올해 메이저대회 선전을 바탕으로 시즌 상금 4위(187만 6282달러)다. 세계랭킹은 생애 최고인 14위까지 올랐다.
서른 살을 훌쩍 넘긴 여자골프 선수가 뒤늦게 최고선수 반열로 올라서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둘의 공통점을 찾는다면 우선 밀리지 않는 장타력과 높은 그린적중률이다. 배소현은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252.6야드(6위), 그린적중률 77.1%(9위)를 기록중이고 코글린은 드라이브 비거리 262야드(59위)에 그린적중률 73.4%%(3위)로 승부하고 있다.
배소현은 지난주 우승인터뷰에서 “이시우 코치님이 30대 선수의 롱런 비결은 비거리라고 강조하셔서, 드라이브 연습을 하면서 비거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반대로 주니어 대회에 나가지 못하고 프로에서 밑바닥부터 올라와 성공기를 쓴 그는 “저같은 선수도 있으니 모두들 힘내시길 바란다”며 큰 울림을 전했다.
배소현과 달리 코글린은 주니어 시절부터 각종 대회에서 우승하며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으나 프로에서 빛을 보지 못한 경우다. 지난해 상금 42만 7256달러(69위)로 시드 유지를 하는데 만족하던 그는 캐나다에서 첫 우승을 거둔 뒤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나리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골프를 그만두려고 했던 나를 일으켜 주고, 믿고 응원해준 가족과 모든 분들께 감사한다”며 감회에 젖었고 2승 달성후에는 “비현실적이지만 정말 대단하다”며 자신을 칭찬했다.
역경을 딛고 일어선 둘은 이번주 나란히 메이저 대회에 나선다. 배소현은 KLPGA 투어 최고상금 대회 한화클래식에서, 코글린은 스코틀랜드에서 이어지는 AIG 여자오픈에서 나란히 2주 연속 우승에 도전한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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