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의 금리 높여 집값 잡기?…전문가도 "정책 실패" 한목소리
"금리로 집값 잡기는 '옛말'…오락가락 정책이 '매수 신호'로"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가계부채 집중 관리에 돌입한 정부가 은행권에 "금리 인상보다 DSR(상환능력 심사) 중심으로 대응하라"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정책 실패'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시중은행은 가계부채를 누르기 위해 지난달부터 대출 금리를 20차례 넘게 인상했는데도 결국 가계부채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은행권에서 벌어진 '금리 인상 릴레이'의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이자 부담이 됐다. 반면 은행들은 늘어난 이자 이익에 '앉아서 돈 버는' 수혜를 누리게 된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기에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를 잡으려고 한 것 자체가 '판단 착오'라고 비판한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이 오히려 "집을 사라"는 시그널을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 "금리 인상보다 '상환능력 심사'로 가계부채 관리"
금융위원회는 21일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은행권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금리 중심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상환능력 심사(DSR)로 대응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 6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급증하자 은행권에 부채 관리를 당부했다. 금융감독원은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방향이 제대로 집행되는지 확인하겠다"며 종합 점검을 실시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은행권에선 '금리 인상 릴레이'가 벌어졌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지난달부터 주담대 금리를 인상한 횟수는 20차례를 넘어섰다. 이에 주담대 금리 상단은 6%를 넘어섰다.
그러나 잇단 금리 인상도 가계대출을 누르지 못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은 5조5000억 원가량 늘었고, 이달은 보름 만에 4조4000억 원 증가한 상태다.
◇ 금리 높여 집값 잡기?…전문가도 "정책 실패" 한목소리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당국의 개입이 가계부채는 잡지 못한 채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만 늘리는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당국이 은행들의 '이자 장사'를 도왔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하기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한 것 자체가 시장 메커니즘에 반한 엇박자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주담대 금리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이달 초 3.101%까지 떨어지며 연저점을 기록했다. 5대 은행이 금리를 20차례나 끌어올린 이유도 이 때문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으로 집값을 잡으려 한 판단이 잘못됐다"고 짚었다. 금리를 높여 주택 매수 심리를 억제하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지만,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수십 억원을 대출받더라도 사야 한다는 '비정상적 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오락가락 정책이 '매수 신호'로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집값 폭등 시기마다 '땜질식 정책'을 쏟아낸 결과, 시장에선 정부 정책을 "집을 사라"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당국은 지난 7월 2단계 스트레스 DSR을 시행하려다 2개월 미뤘다. 이는 규제가 시작되기 전 대출을 받으려는, 이른바 '막차타기' 수요를 자극하는 결과를 야기했다. 2단계 시행이 연기되면서 다음 해 1월부터 시행 예정이던 '3단계 스트레스 DSR' 시기도 다음 해 7월로 밀린 상태다.
강 교수는 "정부 정책은 일관성을 갖고 국민이 예측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가야 하지만 한국은 문제가 터지면 그때그때 내놓는 땜질식 처방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정책 일관성 갖지 못하고 급하게 정책을 내놓으니 '정말 집값이 오르나 보다' 생각해 구매 수요를 자극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잇단 금리 인상에 대해 "관여한 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감원은 은행의 대출금리 인상을 유도했다는 보도에 대해 "대출금리는 개별은행의 경영상황, 영업전략 등에 따라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항"이라며 "금리결정에 간여하거나 유도한 바 없다"고 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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