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美 시판 승인에도 주가는 '뜨뜻미지근' [종목+]

한경우 2024. 8. 2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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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국산 항암신약의 미국 진출 이뤄졌지만
증권사 보고서 9개 중 목표가 상향 2곳뿐
"최종 데이터 발표·제형 개선 효과까지 지켜봐야"
경쟁약과 직접 비교 연구결과 발표 등 R&D 이벤트 남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한양행 주가가 얀센에 기술이전한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미국 시판 승인이란 호재에도 강보합세에 그쳤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시판 승인을 내주기 전부터 기대감에 주가가 많이 오른 탓이다. 이제 투자자들은 미국에서 레이저티닙이 얼마나 많이 팔릴지를 따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유한양행은 전날보다 0.32% 오른 9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투자자는 개장 직후 미 FDA가 지난 20일(현지시간) 얀센이 신청한 레이저티닙과 이중항체 항암신약 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시판을 승인했다는 데 환호했다. 그 결과, 유한양행 주가는 16.7% 뛴 10만9700원까지 올랐다. 장중 가격 기준 사상 최고가다. 하지만 개장 후 10분 남짓만에 시초가(10만3000원) 아래로 떨어졌고, 상승분을 거의 다 반납했다.

이미지=챗GPT 4o


유한양행에 레이저티닙 기술을 이전해 얀센이 내는 기술료(마일스톤)와 판매 로열티를 나눠받는 오스코텍은 주가 흐름이 한층 부진했다. 오스코텍 주가는 10.98% 하락한 3만6900원을 기록했다. 오스코텍 역시 개장 직후에는 4만5800원까지 치솟아 52주 신고가를 다시 썼으나 이내 고꾸라졌다.

기관과 외국인이 매물을 쏟아냈다. 기관은 전날에만 유한양행 주식 1970억원어치를 팔았다. 순매도 규모가 가장 컸다. 오스코텍 주식도 9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 역시 유한양행과 오스코텍 주식을 각각 685억원, 288억원어치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한양행 주가는 이미 많이 오른 상태였다. 지난 6월과 7월 각각 17.59%와 16.69% 상승했다. 이달 들어서는 월초 폭락장에서 급락한 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가 FDA의 시판 승인 여부 결정이 임박해서야 주가를 회복하는 등 탄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도 호재가 주가에 기반영된 점을 고려하는 모습이다. 증권사 9곳이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미 FDA 승인 소식에 대한 보고서를 내놨지만,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증권 두 곳 뿐이다. 다른 증권사들은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의 미국 시판승인을 이미 목표주가에 반영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사진=유한양행


앞서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의 미국 시판 승인이 불발될 가능성에는 큰 무게를 싣지는 않고 있었다. 레이저티닙이 2015년 승인된 경쟁약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를 제치고 ‘계열 내 최고 약’(Best-in-Class)으로 등극할 수 있을지에 더 관심을 뒀다.

이런 가운데 증권가에선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타그리소의 시장을 잠식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타그리소 단독요법 대비 약효가 우수하다는 데이터가 나오긴 했지만, 부작용 위험도 크기 때문이다.

김준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의 부작용 데이터의 경우 그레이드3 이상의 중증 부작용 비율이 75%로 43%인 타그리소보다 높게 나왔다”며 “특히 정맥혈전색전증 이슈가 있어 4개월간 예방적 항응고제 투약이 권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긍정적 효능에도 부작용 발생률도 높기에 앞서 타그리소가 보여준 시장 침투율을 재현하기에는 다소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타그리소는 한국에서 가속 승인(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질환을 대상으로 신약 후보물질에 대해 임상시험이 끝나기 전 내주는 조건부 허가)되고 3년 뒤인 2018년 비소세포폐암 1차 치료제로 승인되면서 50.7%의 처방 비중을 기록했다. 현재는 90% 수준까지 처방 비중이 확대됐다.

상황이 달라질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정맥주사(IV) 제형으로 승인된 아미반타맙가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출시되면 투약 관련 부작용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내년에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3상의 최종 데이터가 나온다. 최종 집계된 전체생존기간(OS)이 기존보다 개선되면 타그리소의 시장을 조금 더 빼앗을 가능성이 있다고 김준영 연구원은 분석했다.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될 만한 레이저티닙 관련 연구·개발(R&D) 이벤트도 아직 남아 있다.

우선 다음달 7일 열리는 세계폐암학회(WCLC)에서 레이저티닙과 타그리소를 각각 단독으로 사용하는 요법의 효능과 안전성을 비교한 연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레이저티닙의 데이터가 타그리소보다 우수하게 나오면 빠르게 시장을 잠식해나갈 것이란 기대를 키울 수 있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레이저티닙 단독요법의 (글로벌) 신약 출시 가능성은 현재 유한양행의 기업가치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타그리소와 직접 경쟁에서 이겼을 때 기업가치를 추가로 높여 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내년에는 유럽, 중국, 일본 등에서도 레이저티닙·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을 출시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도 하다. 상반기 중엔 아미반타맙 SC제형과 레이저티닙의 병용요법에 대한 미 FDA의 시판승인 심사 결과가 나온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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