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후 삶을 가르는 투자 방정식[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2024. 8. 22.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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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일산 신도시 아파트 전경./한국경제



인생을 하나의 사이클로 보면 초기 25~30년은 성장 및 교육의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교육을 받으며 경제활동을 준비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시기에는 부모님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별도로 생활비가 들어가지 않는다. 이 때문에 본인의 힘으로 벌어들이는 소득도 적지만 본인이 지불해야 할 지출도 적은 시기라 하겠다. 

중기 30년은 본격적으로 경제활동을 하는 시기이다. 소득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라 하겠다. 하지만 이 시기에는 가정을 꾸리기 때문에 자녀 교육비 등의 지출 또한 증가하는 시기이다. 수입도 많지만 지출도 많은 시기라는 뜻이다. 30대, 40대, 50대가 여기에 속한다고 하겠다.

문제는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후기 30년 동안 삶의 질이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후기 30년은 은퇴 이후의 삶을 사는 시기이다. 빠르면 55세부터, 늦으면 65세부터 이 시기를 맞게 된다. 이 시기에 들어서면 자녀가 대부분 독립하기 때문에 자녀에 대한 지출은 생기지 않게 된다. 이런 이유로 중기보다 지출은 크게 줄게 되지만 문제는 수입은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준다는 것이다. 

 

 중기 30년, 소득의 50%는 저축해야 노년 날 수 있어

그런데 이 시기를 맞는 사람은 두 부류로 극명하게 갈리게 된다. 중기 30년 동안 준비를 잘한 사람은 세상 곳곳을 크루즈 여행 다니며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지만 중기 30년 동안 준비가 잘되지 않은 사람은 노후 생활비를 위해 생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 생존을 위한 고단한 삶이 이어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60세가 넘은 고령층에 주어지는 일자리는 한정적이라는 것이다. 공공근로 등 공공부문에서는 일정 부분 고령층의 일자리가 보장되지만 그런 의무가 없는 민간기업은 고령자에게 일자리 주기를 꺼려 한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할아버지뻘 되는 고령자가 서빙을 한다고 하면 손자뻘 손님들은 불편해하면서 그 카페를 기피하게 된다. 할아버지뻘 되는 분에게 서빙을 받는다는 것에 미안한 마음도 있을 것이고 쉬러 간 카페에서조차 정서적으로 긴장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심지어 젊은층들은 카페에 가서 손님 중에 나이 든 사람만 많아도 그 카페는 이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남은 일자리는 공공근로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경쟁률이 장난이 아니다. 이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일자리를 얻지 못한다면 생존을 위해 정말 리어카 끌고 폐지를 주워야 하는 것이다. 

이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중기 때 후기에 사용할 자금을 충분히 모아놓아야 한다. 다시 말해 중기와 후기 합해서 60년 동안 쓸 생활비를 중기 30년 동안 벌어야 하고, 역으로 말하자면 중기 때 번 소득의 50%를 저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중기 때 번 소득의 50%가 아니라 30% 정도만 저축을 한다면 후기 때의 삶의 질은 중기 때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젊었을 때 한 달에 500만원의 생활비를 쓰던 사람은 노후에 300만원의 생활비만 쓰는 생활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녀 교육비도 들어가지 않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러면 노후에 해외여행을 다니거나 전국의 맛집 투어를 하려는 계획도 접어야 하는 것이다. 노후에 꿈꾸던 풍요로운 삶을(경제적 능력이 되지 않아서) 누리지 못하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저축률의 목표는 50% 정도까지 잡는 것이 이상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평균 가계 저축률은 30%대에 불과하다. 외벌이 가계는 27% 정도, 맞벌이 가계는 41% 정도라고 한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저축률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이상적인 목표 50%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물론 50%를 저축해야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부감이 들 것이다. 현실적이지 않은 목표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한마디로 50%를 저축하고 나면 나머지 돈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경우 수입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다시 말해 본인의 수입이 생활비의 두 배가 되지 않는다면 수입을 더 늘리든지, 아니면 생활비를 줄여서 저축을 늘려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수입의 50%보다 적게 저축해도 복리의 마술(?)로 이자가 붙어서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동안 물가는 오르지 않을까?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10년이 지날 때마다 통화량이 두 배로 늘어났다. 시중에 유통되는 돈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돈의 희소성, 다시 말해 돈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한 달에 생활비를 500만원 정도 쓰는 사람이라면 30년 후에는 돈 가치가 8분의 1 정도로 떨어지기 때문에 지금보다는 훨씬 많은 생활비가 필요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후기의 삶의 질을 중기에 비해 떨어트리지 않으려면 중기 때 본인 소득의 50% 내에서 생활을 해야 하며, 본인 소득의 50%를 무조건 저축해야 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남은 여유 자금을 항아리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은 멍청한 짓이다. 돈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하기 때문에 쌓아둔 돈의 가치가 휘발되어 날아가기 때문이다. 

은행에 넣어두는 것은 이자가 붙으니 그나마 나은 선택이지만 이자가 물가상승률 수준이기 때문에 돈 가치 하락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노후 자금 전부를 은행에 넣어두는 것은 투자를 하거나 사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뒷돈을 대주고 그 대가로 아주 작은 수익을 취하는 것이라 하겠다. 


 10년간 저축성 예금 금리 1.92%

이런 이유 때문에 은행 예금 금리보다 더 높은 수익을 얻기 위해 투자에 나서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4~2023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순수저축성 예금 금리는 1.92%라고 한다. 예를 들어 1억원을 2013년 말에 저축한 사람이 있다면 복리로 계산해도 2023년 말까지 10년간 이자는 2095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10년 전에 전국 평균적인 아파트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1억 500만원 정도의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수도권 아파트에 투자한 사람이라면 수익은 1억4300만원 정도로 올라간다. 물론 이는 10년간 꾸준히 투자한 사람의 수익률이라 하겠다.

결국 투자라는 것은 표면적으로 시세차익을 얻는 게임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본인의 자산을 안전하게 담는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안전하다는 뜻은 원금의 훼손을 방지한다는 뜻도 있지만 그보다는 돈 가치 하락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뜻이라 하겠다.

은행에 저축을 하는 것은 공부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 예금 당시에 금융기관별 예금 금리만 조사하면 된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는 언제 어디에 투자하느냐에 따라 투자수익이 극명하게 달라진다. 같은 아파트라도 지난 10년간 매매가가 80% 이상 올라 실투자금 대비 투자수익률이 250%를 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집값이 떨어져 손실이 난 지역도 10개 지역이나 된다. 심지어 매매가가 28%나 하락한 지역도 있다. 투자라고 해서 무조건 수익이 보장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결국 투자에서 높은 수익을 거두려면 그에 걸맞은 꾸준한 공부가 따라야 할 것이다.

아기곰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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