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야비야] 한동훈의 조용한 한 달

은현탁 기자 2024. 8.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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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이후 비교적 조용한 1개월을 보냈다.

취임 1개월 맞은 한 대표에게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는 까닭이다.

국민의힘 당원들이 총선 패장인 한 대표에게 다시 당권을 맡긴 이유는 자명하다.

이래저래 한 대표 체제 한 달에 대한 평가가 박하게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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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대회서 국민 눈높이 강조
협치 안되고 민생은 방치 상태
변화·쇄신 기대감 점점 사라져
은현탁 논설실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취임 이후 비교적 조용한 1개월을 보냈다.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뭘 했는지 딱히 떠 오르는 게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기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건 아닌지 돌아보게 한다. 민생경제 살리기, 수직적인 당정관계 개선, 야당과의 협치 등 뭐 하나 제대로 한 게 없을 정도다. 취임 1개월 맞은 한 대표에게 후한 점수를 줄 수 없는 까닭이다.

한 대표는 지난 7·23 전당대회에서 62.8%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1차 투표에서 당선됐다. 정치 경력 1년도 되지 않은 정치 신인이 1차 투표에서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 등 내로라하는 당내 중진들을 가볍게 눌렀다. 국민의힘 당원들이 총선 패장인 한 대표에게 다시 당권을 맡긴 이유는 자명하다. 정치력이나 경륜보다는 변화와 쇄신을 바라는 기대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한 대표는 총선이나 전당대회 과정에서 줄곧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다.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도 "민심 이기는 정치 없다. 민심과 싸우면 안 되고 한 편이 돼야 한다"며 "국민의 마음과 국민 눈높이에 더 반응하자"고 말했다. 국민들은 이런 한 대표에게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해서도 "국민의 눈높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했으며, 자신이 제안한 제삼자 추천 방식의 채상병 특검과 관련해 "야당과도 협치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래 놓고 취임 한 달이 지난 지금 '국민 눈높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언급했던 채상병 특검법 발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시간을 끌고 있다. 그렇다고 특별히 민생을 챙긴 것도 없고, 주요 정책 이슈에 대해 여당 대표로서 제 역할을 한 것 같지도 않다. 그러는 사이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다시 폭등하고 있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경기침체에다 고금리·고물가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있는 청년만 44만 3000명이라는 통계자료도 나왔다.

의정 갈등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는 것도 기가 막힌다. 전국의 수련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동맹 휴학한 전국 40개 의대생들도 복귀하지 않고 있다. 대형 종합병원은 적자가 눈덩이처럼 쌓여가고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우리 의료시스템은 조용히 붕괴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아무런 대책이 없고, 한 대표는 신기할 정도로 너무 조용하다.

그럴수록 야당과 협치가 필요한데 이것도 요원하다. 22대 국회 개원 후 여태 민생 법안 하나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제로 국회'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5일 국회에서 한 대표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여야 대표회담을 가질 예정이지만 기대치는 높지 않다. 각종 세제 논의와 함께 '채상병 특검법', '전 국민 25만 원 지원법' 등이 의제로 거론되고 있지만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용산과의 수직적 당정관계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에게 'NO'라고 말할 수 있는 한동훈을 기대했는데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복권에 대해 반대했지만 이는 오히려 당정 갈등만 부추긴 꼴이 되고 말았다. 소통과 유연성 부족으로 비칠 수 있는 지점이다.

국민의힘 지지율과 한 대표의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가 최근 동반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당대회 당시 국민들 사이에 있었던 변화에 대한 기대감이 사라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래저래 한 대표 체제 한 달에 대한 평가가 박하게 나올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 시점에서 당 대표 취임 이전의 한동훈과 이후의 한동훈이 같은 사람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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