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건설, 다시 이랜드월드로 간 사연

정혜인 2024. 8. 2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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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개편 22개월 만에 원점으로
유통업 부진 지속에 회계상 부담 커져
/그래픽=비즈워치

이랜드그룹이 최근 다시 한 번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이랜드건설의 최대주주를 이랜드리테일로 바꾼지 2년도 채 되지 않아 이랜드건설을 다시 이랜드월드의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랜드건설을 활용해 이랜드리테일의 외형을 확대하려고 했으나 최근 이랜드리테일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자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로 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배구조 또 바꿨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 7일 이랜드건설 보통주 10만8000주(0.33%)를 이랜드파크에 처분했다. 처분금액은 총 5억4200만원이다. 기존에 이랜드건설 지분 50.16%를 가진 최대주주였던 이랜드리테일은 이번 처분으로 지분율이 49.83%로 줄었다. 이랜드건설의 최대주주는 이랜드월드(49.84%)로 다시 바뀌었다.

이랜드건설의 최대주주가 바뀐 것은 지난 2022년 10월 이후 약 22개월여 만이다. 이랜드그룹은 그해 공정거래위원회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다시 편입된 후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대표적인 것이 이랜드리테일을 중간지주사로 만드는 작업이었다.

당시 이랜드리테일은 패션 사업을 담당하는 이랜드글로벌, 하이퍼마켓 사업을 담당하는 이랜드킴스클럽을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뒀다. 이어 그룹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로부터 이랜드건설의 지분을 사들였다.

/그래픽=비즈워치

이랜드건설의 원래 최대주주였던 이랜드월드(82.61%)로부터 이랜드건설 지분 32.77%를 617억원에 넘겨 받으면서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건설의 최대주주가 됐다. 이렇게 지주사인 이랜드월드 밑에 중간지주사 이랜드리테일을 두고, 이랜드리테일이 이랜드글로벌, 이랜드킴스클럽, 이랜드건설을 자회사로 갖는 구조를 완성했다. 

이랜드그룹이 이랜드건설을 이랜드리테일의 자회사로 만든 것은 패션기업인 이랜드월드보다 유통업 중심의 이랜드리테일이 건설과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랜드리테일이 백화점, 아울렛 등 여러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만큼, 이랜드건설과 부동산개발 협업이 가능하다는 판단이었다.

특히 이랜드리테일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알짜 자회사를 붙여주겠다는 목적도 있었다. 이랜드월드는 스파오, 뉴발란스 등 이랜드 대표 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며 탄탄한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다. 반면 이랜드리테일은 내수 위축 탓에 매출의 대부분을 내는 유통부문의 실적이 들쑥날쑥한 상황이다.

안 그래도 실적 안 좋은데

그러나 2년도 채 지나지 않아 이랜드건설은 이랜드리테일의 품을 떠나 다시 이랜드월드의 자회사로 편입됐다. 이랜드그룹의 계획과 달리 이랜드건설은 이랜드리테일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랜드건설의 매출액은 이랜드리테일 자회사가 된 2022년 1956억원에서 지난해 3750억원으로 급증했다. 하지만 이는 '반짝' 성장이었다. 지난해 이베데스다대한제5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이베데스다제육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등 2개의 임대주택 리츠를 구성하면서 일시적인 토지분양 매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랜드건설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862억원에 그치며 원래 수준으로 돌아왔다.

/그래픽=비즈워치

매출이 크게 늘었지만 이랜드건설의 수익성은 악화하고 있다. 이랜드건설은 2022년 5억원의 순이익을 냈으나 지난해에는 117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이자비용이 전년보다 116.7%나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랜드건설은 올 상반기에도 10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랜드리테일이 수년째 부진에 빠져있는 상황에서 자회사의 실적 악화는 회계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이랜드건설 자회사 편입 효과로 지난해 매출액이 1조9088억원으로 전년(1조6161억원)보다 늘면서 외형을 확대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 이랜드리테일의 순손실은 840억원으로 전년(875억원)과 비교해 크게 줄지 않았다. 이랜드건설 등 자회사 부진으로 지분법손실이 2022년 218억원에서 지난해 327억원으로 증가한 탓이었다.

건설 실적 떼고 지표 개선

이랜드리테일은 이미 본업 부진 탓에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순손실을 내는 등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그럼에도 이랜드리테일은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은 지난해와 올해 이랜드스포츠의 유상증자(총 12억5000만원)에 참여했고 올해도 유상증자(392억원)와 운영자금 대여(400억원)로 이랜드파크에 자금을 지원했다.

실적 부진과 계열사 지원 등으로 이랜드리테일의 재무 부담은 점점 가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신용등급 전망까지 하향 조정됐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이랜드리테일의 실적 부진, 투자 지출, 계열사 지원 등으로 높은 재무 부담이 이어지고 있다"며 이랜드리테일의 기업신용등급과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꿨다.

이랜드 팩토리아울렛 천호점.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신용등급 전망이 낮아졌다는 건 추후 신용등급 자체가 하향 조정될 수 있다는 의미다.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자금 조달 시 이자 책정에 불리하고 자금 조달도 어려워질 수 있다. 이랜드리테일이 여러 계열사에 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그룹 입장에서는 이랜드리테일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필요성이 커졌다. 

결국 이랜드그룹은 이랜드건설을 다시 이랜드리테일에서 떼어내 이랜드리테일의 회계 지표를 개선하기로 했다. 이랜드파크가 이랜드리테일이 보유한 이랜드건설 지분 일부를 인수해 이랜드리테일의 지분율을 낮추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번에 이랜드건설이 다시 이랜드월드의 자회사가 되면서 이랜드리테일은 회계상 부담을 덜어낼 수 있게 됐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랜드건설은 마곡R&D센터와 '그랜드 켄싱턴 설악비치' 등 그룹 및 이랜드파크와 관련한 사업을 진행 중"이라며 "지분 구조 일부를 변경해 그룹 및 각 핵심 계열 회사와 사업 추진에 시너지를 내고 속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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