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모으면 수당"…강남에 '미신고' 코인거래소 현수막 걸린 이유
서울 강남 한복판이 사실상 무허가 도박인 코인선물 홍보관으로 탈바꿈했다. 기자는 강남구 언주로의 한 건물에 올들어 M(업체 이니셜)거래소 로고와 사명이 찍힌 현수막이 붙었다는 제보를 받고 현장을 찾았다. 사진 속 현수막은 오른쪽 하단에 M거래소의 로고, 영문사명과 함께 'KOREA(코리아·한국)'라고 기재돼 있어 M거래소가 한국지사를 세운듯 보였다.
온라인상에서 싱가포르에 본사가 있다고 홍보된 M거래소는 금융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국내 VASP(가상자산사업자) 자격이 없는 곳이다. 이에 국내 영업도 금지돼 있다. 하지만 지난 20일 해당 건물을 방문한 결과 M거래소는 사실상 국내 영업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레퍼럴(Referral·친구추천)' 기능을 앞세워 국내에서 금지된 코인 파생상품 거래를 유도하고, 사용자를 수천명 늘려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에서 만난 입주자 A씨는 본인을 포함한 M거래소 일반회원들이 레퍼럴활동의 일환으로 현수막을 얼마간 설치했다가 뗐다고 설명했다.물류업 종사자라는 A씨는 건물 내 임차사무실에 찾아간 기자에게 "(나는 M거래소의) 회원 모집에 동참한 일반 유저(사용자)"라며 "회원을 내 산하로 많이 모집하면 수당이 떨어지니까 했다"고 했다.
레퍼럴은 유저가 추천 링크를 통해 신규 회원을 유치하면 신규 회원의 거래 수수료 일부를 보상으로 받는 시스템이다. 온라인몰 등 다양한 업종에서 흔히 쓰이는 마케팅 기법이지만 해외 미신고 거래소의 국내 진출 우회로로 변질됐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A씨는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 앱(애플리케이션) 창을 보여주며 "(예를 들어 바이낸스가 주는 레퍼럴 수익으로) 자고 나면 비트코인 7개, 7억원씩 받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A씨는 M거래소의 국내 진출을 돕는 계약도 직접 체결했느냐는 질의엔 "(계약 없이 스스로) 레퍼럴을 뿌리는 사업을 했다. 그래도 단기간에 5000명을 유치했다"고 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등지에선 국내 유저가 해외 미신고 거래소를 도와 레퍼럴 활동에 나서는 것의 적법성 논란이 이어져 왔다.
FIU(금융정보분석원) 관계자는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레퍼럴 유저가 영업을 목적으로 매매, 교환을 알선·중개한 것으로 판단될 경우 미신고 사업자에 해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현수막을 치운 배경에 대해 신생업체의 고객 유치가 어려운 여건이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M거래소는 국내에서 금지된 위험천만한 상품을 한국인에게 선보여 왔다. 현재 유지보수 중이라고 공지된 M거래소 홈페이지는 한글 버전이 있고 파생상품 메뉴가 구비돼 있다. 금융위원회는 미신고 VASP의 한국어 홈페이지 제공, 국내 마케팅 등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울러 신고 여부를 막론하고 국내에서 영업하는 가상자산거래소는 선물과 같은 파생상품을 취급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다만 국내 개인이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에서 선물 거래를 하는 것까지 금지된 것은 아니다.
M거래소 홈페이지는 정상 운영 중이던 당시 125배에 달하는 레버리지(차입) 선물거래를 지원했다. 125배 레버리지는 코인 시세가 예측치 대비 0.8%만 다르게 움직여도 투자 원금이 전액 청산될 수 있다.
M거래소의 거래량, 홍보 자료 등을 토대로 실체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가상자산시장 분석사이트 코인마켓캡엔 M거래소의 거래량 등 관련 데이터가 집계되지 않았다. M거래소는보도자료 배포 네트워크인 글로버뉴스와이어에 공유한 역대 보도자료 2건의 작성 위치는 모두 서울(Seoul)로 명시돼 있다. 해외 거래소로 알려진 것을 감안하면 의외였다. 기자는 M거래소 측 언론담당 이메일 계정 국내 영업 여부 등 관련 질의를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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