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에 대한 스물세 가지 다른 생각 [기자의 추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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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죽는다.
남편의 죽음을 계기로 다이앤 렘은 존엄사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존엄사 운동가'라는 저자 소개에 선입견을 품어서는 안 된다.
제각기 입장이 다른 사람 스물세 명과 존엄사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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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앤 렘 지음 성원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우리는 모두 죽는다. 곱씹을수록 무서운 말이다. 뜻밖의 사고로 갑자기 죽으면 비명횡사라 부른다. 그러나 병사(病死)도 그 못지않은 비극이다. 경제적 부담과 두려움, 때로는 고통 자체 때문에 차라리 죽기를 바라는 환자도 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의료 조력 사망 논쟁은 우리 모두가 연관된 문제다.
저자 다이앤 렘은 1936년생 언론인이자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다. 2014년 파킨슨병에 시달리던 그의 남편은 열흘간 자발적으로 섭식을 중단해 생을 마감했다. 남편의 죽음을 계기로 다이앤 렘은 존엄사 운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워싱턴포스트〉는 렘을 “죽을 권리 논쟁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이라고 평했다.
‘존엄사 운동가’라는 저자 소개에 선입견을 품어서는 안 된다. 책은 강경한 논지를 강요하지 않고 감정만 내세우지도 않는다. 토크쇼처럼 편안한 인터뷰 형식이다. 제각기 입장이 다른 사람 스물세 명과 존엄사에 대한 생각을 주고받았다. 편향은 잘 보이지 않는다. 존엄사를 지지하는 이들뿐만 아니라 반대하는 의사와 성직자들의 견해도 충실히 소개했다. 서문에서 저자는 “대화를 촉발”하려 했다고 썼다. 그는 사회적 논의를 일으켜 제도를 바꾸고, 개개인이 “삶의 끝이 가까워졌을 때 무엇을 원하는지” 미리 생각하게 만들고자 한다.
생명에 대한 구성원들의 견해는 곧잘 평행선을 달린다. 강한 신념은 반대 의견이 설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그러나 책은 “시대가 변했다”라고 강변하는 대신 스펙트럼이 넓은 의견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풀 스토리’를 드러낸다. 이 구성은 독자의 무장을 해제하게 만든다. 책을 읽은 뒤 독자는 ‘원하는 죽음’의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누구나 달리 판단할 수 있으며, 그래서 개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는 데 생각이 닿는다. ‘운동’은 종종 이렇게 성공한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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