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스産 대도' 새 역사 썼다, 도루왕 0순위 '9년차 미생'의 간절함 "기회를 결과로 보답하는 게 최우선"
조수행은 21일 포항야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시즌 14차전에 9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1안타 1볼넷 1득점 활약하며 팀의 5-2 승리를 도왔다.
개인적으로는 두 차례 출루한 3회초와 5회초 도루가 큰 의미를 안겨줬다. 57, 58번째 도루를 연달아 작성한 조수행은 베어스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도루 신기록을 세웠다.
베어스 출신 역대 도루왕들 중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대업이다. 2006년 이종욱(51도루), 2011년 오재원(46도루), 지난해 도루왕 정수빈(39도루)은 물론이고 도루왕을 4차례나 차지한 정수근도 1999년 57도루가 최다 기록이었다.
조수행은 발 빠른 대주자 자원 정도로 인식됐다. 2016년 두산 2차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큰 기대를 안고 입단한 조수행은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올 시즌 전까지 1군에서 보낸 7시즌 동안 가장 많이 기회를 얻은 건 지난해 126경기였으나 타석엔 249차례만 섰다. 프로 생활 내내 선발 출전에 비해 경기 도중 대주자, 대수비 등오로 나설 일이 많았던 터다. 빼어난 주루 능력을 갖췄으나 지난해 26도루가 개인 최다 기록이었던 이유다.
올 시즌엔 상황이 달라졌다. 시즌 초반부터 준주전급으로 많은 출전 기회를 잡았다. 타격에서도 진일보하며 108경기에서 벌써 322타석을 소화하며 데뷔 후 가장 많은 기회를 얻었고 타율 0.272를 기록했다. 데뷔 후 줄곧 루상에선 부담을 안겨주는 선수였으나 출루 기회가 어느 때보다 많아지자 그만큼 상대에게 안겨주는 부담은 배가 됐다.
프로 데뷔 후 8년 만에 빚어낸 기록이라는 점이 더욱 이 기록을 특별하게 만든다. 리그 도루 2위 정수빈(45도루)과는 13개 차이로 사실상 도루왕 타이틀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선 조수행은 더 높은 목표를 바라본다.
조수행은 경기 후 "두산 베어스 역대 최다 도루라는 기록을 달성해 영광스럽다"며 "시즌 초만 해도 이렇게까지 많이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감독님, 주루코치님께서 많이 믿어주셔서 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늘 좋은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도루왕에 대한 욕심은 당연하지만 그보다는 데뷔 이래 가장 많이 찾아오고 있는 기회를 어떻게든 살리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조수행은 "도루왕은 주변에서 많이 언급해주신다"면서도 "최대한 신경은 안 쓰려고 하고 있다. 한 경기, 한 경기 집중해서 하다보면 좋은 결과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내가 받은 기회를 결과로 보답해드리는 게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데뷔 후 어느 때보다 뜨거운 팬 사랑을 느끼고 있는 조수행은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포항까지 와주신 팬분들께 감사드린다"며 "팬분들의 응원이 늘 좋은 원동력이 돼 자신감 있게 뛸 수 있었다. 앞으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감사 인사를 잊지 않았다.
포항=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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